올해 대선·지선 이후 지역별로 뚜렷한 지각변동
"지원 약할 때 흔들리지 않는 조직돼야" 자성도

'주민자치회법' 제정을 목표로 활동 중인 '주민자치법제화전국네트워크'가 지난 16~17일 대전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에서 '주민자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했다. 전국 대부분 시도에서 50여 명의 활동가가 참여해 전국 주민자치회 상황을 공유하고, 윤석열 정부의 주민자치 정책과 전망·전략을 논의한 자리였다. 머리나 이론이 아닌, 몸을 굴려 실천하는 활동가들이 이야기 한 전국 주민자치회 현장 상황부터 우선 전한다.

◇전남-손경수 곡성군 죽곡면 주민자치회장 = 순천 담양 해남은 상대적으로 활발하다. 제가 사는 곡성군 죽곡면민은 1820명이다. 단체장들도 주민자치회 활동이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빠락빠락 대드니까 조금씩 되더라. 그 전보다 미래는 밝다. 주저하지 않고, 따지지 않고 실천하고 본다. 

손경수 전남 곡성군 죽곡면 주민자치회장 /이일균
손경수 전남 곡성군 죽곡면 주민자치회장 /이일균 기자

◇대구-김영숙 대구시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 대구는 전체 8개 자치 구·군에 142개 읍면동이 있다. 그중 6곳에서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요즘은 도지사가 바뀌면서 주민자치회나 마을공동체 활동 지원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안감이 있다. 공무원들과 간담회 진행할 것이다. 이제는 주민들이 계획도 수립하고 직접 실천하는 역량이 쌓였다. 대명6동은 코로나19로 주춤했던 활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건강분과' 등 분과활동을 하고 있다.

김영숙 대구시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우측에서 두번째)
김영숙 대구시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우측에서 두번째)

◇울산-윤용희 학성동 주민자치지원관 = 울산은 중구·남구·동구·북구·울주군 등 자치구·군으로 구성됐다. 북구는 전체 동이 주민자치회로 전환됐고, 중구는 태화동·병영2동·학성동 등 3곳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울산은 교육자치가 후발주자로서는 빠른 편이다. 주민자치회는 정당 간 대립, 같은 당 내에도 인물 파벌 간 대립상을 보이는 반면 교육자치는 정치색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운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마을교육자치기구 활동이 주민자치회보다 자율적인 편이다.

윤용희 울산시 학성동 주민자치지원관 /이일균
윤용희 울산시 학성동 주민자치지원관 /이일균 기자

◇광주-문병교 전 전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 광주광역시는 전체 97개 동 중 40곳이 주민자치회로 전환됐다. 북구는 27개 동 중 17곳이 주민자치회로 전환됐다. 전국에서 주민참여예산을 가장 먼저 한 곳이 북구다. 북구에는 주민자치과가 있다. 민주시민네트워크를 계속 준비한다. 사람이,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청과 협치 구조도 준비 중이다. 주민자치회에 우리가 너무 꽂혀있는 거 아닌가. 중요한 건 주민자치를 하는 것이다. 

문병교 전 전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이일균
문병교 전 전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이일균 기자

◇인천-이승원 송도2동 전 주민자치회장 = 인천은 10개 구청과 강화군청, 옹진군청으로 구성돼 있다. 전체 155개 읍면동 중 141곳에서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이 진행된다. 저는 12년째 주민자치위원을 하는데, 그 누구도 주민자치를 배운 적 없다. 스스로 연구해서 마을현장에서 발현한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주민참여예산을 하는데, 지금은 주민자치회가 돈을 쓰는 주체가 돼버렸다. 시장이 바뀌고 주민자치 담당 부서가 민관협력과로 바뀌었는데, 다행히 마을과 자치를 묶어서 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공동체와 자치를 연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승원 인천시 송도2동 전 주민자치회장 /이일균
이승원 인천시 송도2동 전 주민자치회장 /이일균 기자

◇대전-곽현근 대전대 교수 = 대전은 지금 위기다. 시장이 바뀌고 주민자치회 예산이 반절로 깎이면서 주민자치회가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만큼 큰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 올해 집행될 예산이 40억 원이었는데, 지난 7월 중순 20억 원으로 깎였다. 예전 '주민자치위' 조직으로 회귀하려는 곳도 있다. 정책과 제도가 주민자치회를 지원해야 주민자치 뿌리가 내려진다. 지원정책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 이랬다 저랬다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이다. 주민자치회 스스로 독립적으로 재정을 마련해 활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전은 전체 82개 읍면동 중 49곳이 주민자치회로 전환됐다.

곽현근 대전대 교수 /이일균
곽현근 대전대 교수 /이일균 기자

◇경북-손구현 의성군 주민자치지원관 = 의성군 인구가 5만 2000명이다. 1개 읍 10개 면 모두가 주민자치회로 전환됐다. 마을 단위 자치활동에서 시작해 읍면 단위로 확대됐다. 의성은 이장들이 주민자치회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특히 주민들이 작은 성과를 거두면서 아기자기함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사업 활동에 매몰돼 이웃 관계나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상북도 전체로는 330개 읍면동 중 모두 29곳이 주민자치회로 전환됐다.

손구현 경북 의성군 주민자치지원관 /이일균
손구현 경북 의성군 주민자치지원관 /이일균 기자

◇경남-황은영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 협력지원가 = 주민자치활동 측면에서 경남은 종합선물세트다. 지난해까지 김경수 도정이 사회혁신추진단 사업으로 마을공동체 주민자치 사업의 씨앗을 많이 뿌렸다. 지금은 사회혁신추진단이 없어졌다. 18개 시군 중 중간지원조직이 4개 정도 있고, 도청 조직이 지원을 해왔다. 이 조직도 위태한 상황이다. 주민자치 영역만 보면 전환비율이 전체 305개 읍면동 중 190곳으로 50%가 넘는다. 급하게 전환된 측면이 있고, "여기서 이렇게 하더라, 저기서는 저렇게 하더라" 식으로 소문으로 주민자치회를 하는 곳도 많다. 하지만 지난 4년간 협력지원가들이 많이 생겼고, 지원이 부족하더라도 자체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황은영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 협력지원가 /이일균
황은영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 협력지원가 /이일균 기자

◇경기도-이필용 평택시청 공무원 = 가끔은 공무원이 주민자치회에서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난감해질 때가 있다. 주민자치회에게 참여예산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자치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기보다, 사업 자체를 수행하는데 허겁지겁한다. 주민자치조례도 사실 누가 만들었나? 제도라는 것이 자치활동에서 어떤 역할까지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경기도는 전체 561개 읍면동 중 296곳이 주민자치회로 전환됐다.

이필용 경기도 평택시 공무원 /이일균
이필용 경기도 평택시 공무원 /이일균 기자

◇충남-서정민 지역순환경제센터장 = 농촌공동체를 자세히 보면 시스템은 상향식으로 갖춰져 있는데, 사실상 전혀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근본적으로 농촌공동체 속성이 그렇다. 일본도 유사한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메이지 세대는 가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충남은 지난 8월까지 전체 208개 읍면동 중에서 92곳이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정민 지역순환경제지원센터장 /이일균
서정민 지역순환경제지원센터장 /이일균 기자

◇전국 상황 요약-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 지난 8월까지 전국 3515개 읍면동 중에서 1305곳이 주민자치회로 전환됐다. 한때 민간기구 전환 이야기도 나왔지만 뒤집기는 어렵다. 그래서 주민자치 법제화는 될 거다. 서울을 비롯해 고민 영역은 5가지 정도다. 주민자치회가 청소년·청년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와 옛 주민자치위원회와 현 주민자치회의 조율 문제, 사무국 간사 활동비 등 재정과 예산의 제도적 지원 문제 등이다. 또 하나는 자생단체들과 관계다. 재정과 관계 영역에서 어떻게 민주성을 구현하고, 경쟁관계를 탈피할 것인지 고민한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자립문제다. 독립적·안정적으로 주민자치회 사업을 발굴하고 위원들을 양성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이일균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이일균 기자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