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비자 - 동부건설 만세?

좋은 뉴스를 생산하는 만큼 나쁜 뉴스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연수 기자가 매주 목요일 유튜브 경남도민일보 채널에서 '뉴스 비평 자신 있게(뉴비자)'를 선보입니다.

네이버 포털에 등록된 기립식 방조벽 관련 기사. /갈무리

지난 14일 느닷없이 동부건설이 시공한 '기립형 방조벽'이 창원시 마산합포구 태풍 피해를 막았다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지 일주일이 더 지난 시점인데요. 모두 시공사가 낸 홍보성 자료를 토대로 쓴 기사들입니다. 

△동부건설의 '기립식 방조벽', 힌남노 피해 막았다(SBS Biz) △태풍 힌남노 막은 동부건설 마산합포구 방조벽 주목(아시아투데이) △"마산시민 생명·재산 보호"··· 동부건설 시공 방조벽 '눈길'(청년일보)

SBS Biz 기사. 동부건설 로고가 첨부돼 있다. /갈무리

상습침수구역이었던 마산구항지구에 동부건설이 시공한 방재언덕, 투명강화벽, 기립식 방조벽, 방조문이 태풍 피해를 막았다고 강조하는 기사입니다. 그런데 예시를 든 제목처럼 다수 언론이 주목한 '기립형 방조벽'이 태풍 피해를 막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사에서도 방조벽 제원을 소개할 뿐 실제로 태풍이 왔을 때 파도를 막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태풍이 북상한 6일〈경남도민일보〉보도를 보시면요.

마산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방재벽은 제대로 작동했고, 다만 물결 높이가 낮아서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마산합포구청 관계자 또한 "다행히 차수벽 앞까지 물이 차오르거나 해일이 일어나진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방조벽이 최후의 방어선 역할은 했겠습니다만, 태풍 피해를 '막았다'라고 하는 것은 과합니다.

때늦은 홍보성 기사가 시민과 행정이 철저히 대비한 사례를 가린 것은 아닐까요? '매미급 태풍'이라는 소식에 시민과 행정기관은 일찍이 채비를 갖췄습니다. 구청은 태풍이 북상하기 전 주에 모래주머니 배부를 시작했고, 주민도 너나 할 것 없이 모래주머니를 쌓고 기물을 정리하는 등 대비태세를 갖췄습니다. 미리 가동한 빗물펌프장 또한 제 구실을 톡톡히 했습니다. 마산구항 방재시설 역시 큰 역할을 했죠. 그렇다고 해서 '동부건설 만세'를 외칠 필요는 없습니다.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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