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마산 3.15아트센터 음반 발매 10주년 콘서트 성황
독학으로 작곡 공부...800여 곡 삭제 "비워야 새로 만들 수 있어"
3집 '고래의 꿈'은 몸집만 커진 자화상 표현...곧 4집 앨범 계획

싱어송라이터. 흔히 자기가 부를 노래를 자기가 지어 부르는 가수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간단히 표현하면 ‘노래 짓는 가수’ 쯤 되겠다. 노래 짓는 가수로 경남의 다양한 현장에서 자주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이가 있다. 노래도 잘하지만 ‘말발’도 좋아서 관중을 즐겁게 해주는 가수, 이경민(47)이다.

그는 지난달 18일 마산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펼친 이경민 음악인생 23년과 음반발매 10주년을 기념해 ‘그대가 원하신다면’ 콘서트를 열었다. 주로 창원에서 그의 소소한 공연을 종종 본 터라 이렇게 규모 있는 공연이 색다르면서도 그의 연주 스타일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공연을 본 며칠 후 창원의 집 인근 그가 음악 작업을 하는 사무실로 찾아갔다.

8월 24일 창원의 집 인근에 있는 이경민실용보컬연구소에서 이경민 씨가 인터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지난 8월 24일 창원의 집 인근에 있는 이경민실용보컬연구소에서 이경민 씨가 인터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공연 규모로 보아 후원을 좀 받았을 걸로 생각했는데 못 받았다고 한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좀 그래요. 자기 거는 잘 못해요. 남의 거는 발품을 팔아서라도 얘기하기 쉬운데…. 더군다나 전 돈 얘기를 잘 못 꺼내는 스타일이라서요.”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기본적으로 밴드 구성원에 특별 출연자까지 인원이 적지 않았는데 그 출연료를 어떻게 감당했는지. 다들 자기 사정을 다 아는 사람들이라 차비 정도 챙겨주었단다. 그렇게 큰 공연을 하고서도 적자를 보지 않은 것은 그만큼 유료 관객이 많았다는 의미이고, 또 그만큼 이경민 팬층이 두껍다는 뜻일 것이다.

지난 8월 18일 마산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노래 짓는 이경민이 음악인생 23년 음반발매 10년 기념콘서트 '그대가 원하신다면'에서 열창을 하고 있다./이경민 제공
노래 짓는 가수 이경민이 지난 8월 18일 마산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 콘서트 '그대가 원하신다면'에서 서광희 시인의 시낭송에 맞춰 노래를 하고 있다./이경민 제공
노래 짓는 가수 이경민이 지난 8월 18일 마산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 콘서트 '그대가 원하신다면'에서 열창을 하고 있다./이경민 제공

공연 때 ‘아~ 코러스’로 소개한 분들이 있었다. 조은별, 이마주, 선우 씨. 이들은 나름 자기 영역에서 한가락하는 인물들인데 단지 코러스라니. 어떤 인연으로 같이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소프라노 조은별 씨는 밴드 구성원과 친분이 있었고 노래패 맥박 음악감독 이마주 씨와 맥박 대표 선우 씨는 오래전부터 종종 협업하던 사이란다. 하긴 예술가들에게 이런 네트워크가 큰 재산이 아닐까 싶다.

이경민 음악 인생 23년이면 적지 않은 경력이긴 해도 그의 나이로 가늠하면 그렇게 일찍 시작한 것도 아니다. 24살에 음악을 시작했다고 했지만, 그는 이미 15살에 청소년 가요제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19살 되던 1994년엔 강릉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타고난 노래꾼이었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군대 갔다 와서죠. 그전에 서울에 오디션도 보러 다니고 했는데, 그런 것까지 경력으로 치기는 그렇고. 아무튼, 서울에 있다가 대학에 가야겠다 싶어서 경남대 다니는 친구가 있는 마산으로 온 거예요. 대학에 가려고 했던 건 대학가요제에 나가기 위해서였죠. 그 친구는 고향인 부산으로 가버리고 혼자 남았는데 먹고살아야 하니까 라이브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게 되었는데 운이 좋아 잘 풀렸어요. 잘한다는 소문이 나고 출연료도 오르고, 당시 십수 년 활동하던 선배들보다 더 많이 받았으니까요. 어쩌면 음악에 대한 욕심을 내었던 건 돈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8월 24일 창원의 집 인근에 있는 이경민실용보컬연구소에서 이경민 씨가 인터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8월 24일 창원의 집 인근에 있는 이경민실용보컬연구소에서 이경민 씨가 인터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벌이가 되면서 노래를 한다는 것이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인지 차츰 깨닫게 되었다. 마이클 잭슨, 마이클 볼턴, 보이즈 투 맨 같은 사람들의 노래를 들으면 너무 행복했다. 그런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7년이 흐르면서 한계를 느꼈다. 더는 라이브 바에서 술 취한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지 않았다. 그 순간 일하던 모든 곳을 그만두고 창원으로 왔다. 그때가 2005년쯤이었다. 앨범도 준비하고 라이브 연주하는 사람들 모아 여행스케치 같은 그룹도 만들며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곡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작곡이라는 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음악을 전공했는지 물었다. “독학으로 했어요. 당시 피날레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게 없었다면 못 했겠죠. 당시 악보를 그릴 줄도 몰랐고 오로지 머릿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어 전공한 사람에게 보여주고 별짓을 다 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조금씩 늘게 되더군요.”

그렇게 해서 작곡한 곡은 몇 곡이나 될까. 어느덧 700~800곡이 컴퓨터에 저장됐다. 그런데 그게 있으니 발전이 없어서 60곡 정도 남겨두고 모두 삭제했다. 그래도 작곡할 당시 정성을 다해 만들었을 텐데, 어쩌면 이런 게 창작자의 고뇌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까워서 지니고 있으니까 더 발전할 수가 없더라고요. 이게 나한테 있어서 새로운 곡이 안 떠오른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포맷했고 그 이후에 새로 만든 게 150곡 정도가 컴퓨터 안에 들어 있죠.”

8월 24일 창원의 집 인근에 있는 이경민실용보컬연구소에서 이경민 씨가 인터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8월 24일 창원의 집 인근에 있는 이경민실용보컬연구소에서 이경민 씨가 인터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아직 발표하지 않은 이 150곡도 모두 쓸만한 것은 아니란다. 이 중에 부를 만한 주인을 찾아준다든지 해서 쓸 만한 것 남기고 별로라고 생각이 들면 그냥 과감하게 지워버릴 것이란다. 그는 그러한 곡을 옷장 속의 옷에 비유했다.

“5년, 7년이 지나도 안 입는데 저만 의미를 부여하고 있잖아요. 나한테는 소중한 옷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안 입어요. 입을 사람에게 주든지 아니면 어디 기부한다든지 하면 유용하게 쓰일 텐데 버리지 못하는 미련 때문에 옷장은 차서 더 넣지도 못하니 새로 살 수 없는 것처럼 곡이 쌓여 있으니 새로운 곡을 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봐요.”

노래 짓는 가수로서 이경민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일까. “아는 분 중에 암 판정을 받은 사람이 있는데 그를 위해 ‘이 또한 지나가리라’와 ‘그대가 떠나고 사랑은 완성되었다’라는 곡을 썼어요. 그분이 이 노래를 듣고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암 판정을 받고 암 병동에서 시한부 삶을 사는 사람이 있었는데 새벽 3~4시만 되면 창문을 열고 ‘누구야, 사랑한데이’ 하고 목놓아 부른대요. 그 이야기를 듣고 노래를 허투루 쓰면 안 되겠다, 그래서 노래를 쓰고 싶으면 반드시 그 현장에 가서 진심으로 노래할 곡을 만들어야겠다 다짐했어요.”

8월 24일 창원의 집 인근에 있는 이경민실용보컬연구소에서 이경민 씨가 건반으로 곡을 치고 있다./정현수 기자
지난 8월 24일 창원의 집 인근에 있는 이경민실용보컬연구소에서 이경민 씨가 건반으로 곡을 치고 있다./정현수 기자

그는 2020년 10월 3집 음반 <고래의 꿈>에 자화상을 담았다. “장난기 많고 낭만적이고 그리고 이상할 만큼 눈물 많은 나/ 어느새 나이는 들고 꿈만 커진 몸집 큰 고래가 되었다/ 바라본 하늘의 모든 별들은 고래의 눈동자/ 저기가 진정 내가 있어야 할 곳/ 나처럼 꿈꾸고 있는 고래들의 천국/ 한계를 느끼며 새로운 세상을 동경하는 철들지 못한 나/ 맘먹고 바라보면 모든 게 눈물겨운 시절을 헤엄친다/ 이 지긋지긋한 바다를 떠나지 못하고/ 오늘도 저 하늘 바다를 헤엄치는 나를 상상한다/ 이제는 그 정도의 몸짓이 꿈이 되는 나는 꿈 꾸는 고래”

그는 4집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노래엔 위로와 희망을 주는 힘이 들어 있다. 많은 이에게 들려주고 또 함께 부르는 일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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