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연고 정치인-경제인 희비 갈려
김, 정치인 배제 기조 탓에 복역 지속
강, 취업제한 풀려 자유로운 활동 가능

윤석열 정부 첫 특별사면에서 경남 연고 정치인-경제인 희비가 엇갈렸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광복절 특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 전 지사를 비롯해 전직 대통령 이명박 씨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는 이번 사면에 일괄 제외됐다.

경제 위기 극복에 초점을 둔 사면 기조에 따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함께 사면·복권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2일 오전 11시 1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사면 국무회의 직후 브리핑을 열어 오는 8월 15일 자로 윤석열 대통령의 '8·15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했다. 이번 사면은 중소기업인, 소상공인 등 서민생계형 형사범, 주요 경제인, 노사관계자, 특별배려 수형자등 1693명이 사면·복권됐다.

법무부는 "범국가적 경제위기 극복이 절실한 상황인 점을 고려해 적극적인 기술 투자와 고용 창출로 국가의 성장 동력을 주도하는 주요 경제인들을 엄선해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김경수(왼쪽) 전 경남도지사와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경남도민일보 DB·연합뉴스
​김경수(왼쪽) 전 경남도지사와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경남도민일보 DB·연합뉴스

이에 이 부회장을 복권하고, 집행유예 기간 중인 신 회장을 특별사면(형선고실효)·복권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제 발전에 다시 동참하는 기회를 주고자 강 전 회장과 장 전 회장도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

강 전 회장 사면에 눈길이 간다. 강 전 회장은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계열사 부당지원과 분식회계 등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그는 회삿돈 557억 원을 횡령하고 계열사 자금 2840억여 원을 개인회사에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가 재판을 받을 당시 이례적으로 노동조합과 폐업한 협력업체 대표, STX 전·현직 임직원들이 나서 탄원서를 보내 화제가 된 바 있다.

강 전 회장은 취업제한이 풀려 활동이 자유로워졌지만 이재용·신동빈·장세주 씨와 달리 당장 경영 일선으로 돌아갈 사업체가 없어 사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또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강 전 회장과 비슷한 유형의 범죄 처벌이 엄중하게 이뤄지는 점에 비춰 경제인에 관대한 법조계 유전무죄 경향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도 볼 수 있다.

정부는 조상수 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위원장,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등 노사 관계자 8명도 사면했다.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자영업을 운영했던 32명도 명단에 포함됐다.

정부는 건설업, 자가용화물차·여객운송업, 공인중개업, 생계형 어업인 어업면허·허가, 운전면허 등 행정제재 대상자 총 59만 3509명 특별감면 조치도 시행했다. 또한 모범수 649명을 가석방했다고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이번 사면은 무엇보다 민생과 경제회복에 중점을 뒀다"며 "지금 전 세계적으로 경제의 불안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일 중요한 것이 민생이고 민생은 정부도 챙겨야 하지만 경제가 활발히 돌아갈 때 거기서 숨통이 트이기 때문에 거기에 방점 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 기조에 따라 김 전 지사와 이 씨를 비롯해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 최경환 전 국회의원,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정치인들을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 전 지사는 이로써 수감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그는 '드루킹 댓글 조작'에 연루돼 지난해 7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고 창원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여야 정치권의 김 전 지사와 이 씨를 포함한 '대사면' 요구에도 윤 대통령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 지지율이 20%대에 머무는 가운데 정치인 사면이 불러올 후과를 고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의 지지율 속 김 전 지사와 이 씨 등 정치인을 풀어주면 전직 대통령 예우든 국민 통합이든 사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줄곧 김 전 지사와 이 씨를 포함한 '대사면'을 촉구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사면은 정치의 잣대로 하는 국정 이벤트 행사인데 검찰의 잣대로 했다"며 "아무런 감흥도 없는 밋밋한 실무형 사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좋은 반전의 기회였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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