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노조원 40일째 단식 농성
사회적 합의 기만한 SPC 행태에 분노

두 달 전 즈음 파리바게뜨 노동조합의 임종린 지회장이 사회적 합의 이행과 노조탄압 중단, 휴가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진행했던 단식을 마칠 때, 이 사건에 대한 우리의 역할을 고민해 보며 칼럼을 썼었다. 그때는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이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를 실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면 이 시점이 되어서는 분노에 차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빵으로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겠다고 말하던 거대한 기업이, 뒤에서는 얼마나 파렴치하게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곡기를 끊은 채로 53일.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나날이 끝나고서 '이제는 나름대로 사회적 이슈도 되었으니 잘 해결되겠지'라며 희망사항에 가까운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뒤로 일어난 일들은 어땠을까. 단식이 끝난 이후 회사와 노조 간 협상은 중단되었고 결국 파리바게뜨 노동조합의 간부 5명이 집단단식에 돌입했다. 그리고 그중 4명이 건강상의 이유로 단식을 중단하여 남은 한 명만이 40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 회사와 노조, 정당과 시민사회 등이 함께한 사회적 합의를 맺은 지 3년이 지나고, 지난해 1월 파리바게뜨지회를 빼놓고 사회적 합의 이행 선포식을 열었다고 한다. 만약 사측의 주장대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근거를 공개하면 된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의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으며, 사회적 합의의 주체였던 민주당과 정의당의 자료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그 기간 중 사측의 노조 탄압 정황도 드러났다. 특정 노조 소속 조합원들에게 다른 복수노조로 소속을 옮기도록 강요하며, 기사 소속을 변경시킨 중간관리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조사를 통해 관리직 9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수사를 윗선으로도 확대해 지난달에는 고위직 임원 2명을 추가로 입건했다. 이렇게 밝혀진 것만 봐도 SPC그룹 내에서 노동조합을 와해하기 위한 부당노동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먹는 SPC의 빵은 제빵기사들의 눈물로 만들어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지키는 척해놓고 사실은 뒤에서 노동조합을 와해하고 있었던 온갖 얼룩이 묻어 있던 것이다. SPC는 2018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불법파견으로 말미암은 162억의 과태료 처분을 유예받았다. 그러나 합의에 따라 제빵기사들의 노동권을 증진하지는 못할망정 뒤에서는 특정 노동조합을 없애기 위한 공작을 펼치고 있었다. 거기다 며칠 전에는 SPC그룹 본사 반경 100m 이내에서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고, 특정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걸거나 유인물을 나눠주면 1회당 1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업무방해가처분 신청을 냈다.

포털에서 SPC를 검색해보면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했다는 기사만 가득할 뿐 SPC와 싸우고 있는 노동자의 이야기, 이에 분노해 행동하는 시민들의 이야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노동조합의 활동을 막고 세간의 관심에서 벗어나면 사태가 끝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파리바게뜨 사태는 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을 넘어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이 기업 윤리를 저버리고, 노동조합이라는 헌법상의 권리를 없애고자 조직적이고 악의적으로 탄압하고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노동자를 넘어 시민을 기만하는 행태에 대해서 더 정확히 알고, 더 많은 관심을 둬야 한다. 이번 일로 모르는 척 무시하고 버티기만 하면 조용해지고 지나갈 것이라는 선례를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강지윤 경남청년유니온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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