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9월부터 6개월 간 시범 운영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 해소 환영
출혈 경쟁 탓 실효성 의문 부호도

정부가 국정 과제 중 하나인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도내 중소기업들은 일단 환영의 뜻을 내비쳤지만, 유인책 중심 자율 운영에 실효성이 있을지 우려했다. 규제 방안까지 넣은 관련법 개정안도 현재 국회에 올라 있어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정부 9월 시범 운영 확정 = 중소기업벤처부(이하 중기부)는 11일 '납품단가 연동제 전담 조직(TF) 회의' 최종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오는 9월부터 6개월 동안 납품단가 연동제를 시범운영 한다는 결론을 내놨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광복절을 나흘 앞둔 오늘 중소기업이 오롯이 혼자 감당해왔던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에서 해방을 선언하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납품 단가 연동제는 대기업·중소기업이 거래할 때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는 제도다. 현재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원재자 가격이 올라도 납품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처지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더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렸다. 중소기업중앙회 지난달 조사에서 설문 참여 기업 62%가 올해 상반기 가장 어려움을 겪는 요소로 '원자재 가격 상승'을 꼽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납품단가 연동제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국정과제로까지 채택했다. 

정부 시범 운영안은 기본적으로 자율 계약을 유도하는 방향이다. 시범 운영 참여 기업이 정부 특별약정서를 활용해 계약을 맺으면 각종 혜택을 받는다. 

정부 표준특별약정서(중기부 표준약정서·공정거래위원회 하도급대금 연동계약서)는 원자재 기준 가격이 변하면, 납품 단가 연동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 '조정일'을 정하도록 했다. 만약 변동률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납품 대금을 조정해야 한다. 런던금속거래소 고시가, 기재부 등록 전문가격조사기관 공표가격 등을 기준 가격으로 삼을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새로운 위·수탁 계약을 맺을 때 활용하지만, 기존 계약에 추가로 약정을 맺는 방식도 가능하다. 

경영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납품단가 연동 개념을 계약에 포함할 대기업은 없다. 정부는 특별약정서를 계약에 활용해, 실제 납품 대금을 조정한 기업에 △장관표창·정부포상 우대 평가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 선정 가점 등 각종 혜택을 준다. 

◇업계 환영 속 실효성 우려도 = 중소기업계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중소기업중앙회 경남지역본부는 이날 "정부 출범과 함께 약속한 납품 단가 연동제 도입 전 일단 시범운영을 시작하는 걸 환영한다"라며 "여야가 납품단가연동제법을 합의한 상황에서, 효과적인 제도 정착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남 도내 한 주물기업 대표 ㄱ 씨 역시 "이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과 현대자동차는 원재료 가격 변동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라며 "아마 새로이 시작하는 시범운영도 자연스럽게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산업 특성에 따라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운영 혜택을 볼 수 없을 거라는 반응도 나왔다. 도내 방산기업 대표 ㄴ 씨는 "위·수탁기업이 잘 변하지 않고 안정적인 거래를 이어가는 산업 중소기업은 이미 존재하는 납품단가 조정제로도 실효성을 거두는 곳도 있다"면서도 "경쟁 입찰로 거래를 따야 하는 기업은 표준약정서를 활용해 원자재가격 손해를 메울 수 있다 해도, 결국 출혈 경쟁 과정에서 그만큼 단가를 더 내린 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정은 설사 관련법이 통과해도 바뀌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국회는 이번 정부 시범 운영안과 별도로 납품 단가 연동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김경만(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지난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원자재 가격이 사전에 정해둔 기준보다 높아지면, 1억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이다. 현재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 올라 있다. 

김 의원은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정부안으로 먼저 자발적인 납품 단가 연동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가 있다"라면서도 "시범운영으로만 끝나서는 안 되는 문제인데, 여야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법제화까지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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