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업 이 제품] ㈜아이씨유코퍼레이션 사시 치료용 VR기기

8년 경력 검안사 김동혁 대표
사시 아동 돕다가 사업 착안
가상현실로 눈 근육 강화 치료
부작용 없고 수술보다 저비용

사시는 두 눈이 똑바로 정렬돼 있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사시는 후천적으로 생기는데, 초등학교 1학년 소아의 사시 발생 빈도는 3.6% 정도다. 국내에서 주된 사시 치료 방법은 수술이다. 눈 근육을 절제해 위치를 이동하는 방식으로 두 눈의 위치를 바로잡는다. 하지만 수술은 위험을 동반한다. 눈 속 출혈·염증 등으로 시력 저하나 시력을 잃을 수 있다. 수술이 잘 끝나더라도 재발할 수 있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에 자리한 '㈜아이씨유코퍼레이션'은 소아 사시를 수술 없이 치료하고 있다. VR(가상현실)기기를 활용한 방식이다. 수술보다 안전하며 시력 저하도 발생하지 않는다. 

◇수술 없이 사시 치료 = 아이씨유코퍼레이션은 소아 사시 환자가 눈 근육에 스스로 힘을 주게 해 사시를 교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교정은 사시 치료용 VR기기를 착용하고 두 개로 분리된 형상을 하나로 합치는 훈련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만 5~20세 아동·청소년이 주요 대상이다.

VR기기를 활용하는 이유는 360도 화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일반 평면 영상은 평평한 화면만 제공해 한 영역만 볼 수 있다. 눈 근육 자극에 한계가 있다. 반면, VR을 활용하면 360도 화면의 다양한 영역을 볼 수 있다. 눈 근육을 선별적으로 동시에 조절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김동혁(31) 대표는 "VR기기 특성상 왼쪽·오른쪽 렌즈가 각각 다른 화면을 보여준다"며 "두 눈의 위치가 바르게 정렬될 수 있게 보다 직관적인 시야를 제공, 눈 근육을 당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수술 방식은 재발 가능성이 있으며 시력 저하 등의 문제가 있다.

김 대표는 "수술은 눈 근육을 인위적으로 건드리는데, 눈 근육이 약하면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성질 때문에 재발하기도 한다"며 "통상적으로 80%가 2회 정도 재수술하며 중증이면 3번 이상 수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씨유코퍼레이션의 사시 치료용 VR기기는 눈 근육을 강화해 스스로 자리 잡게 돕는다. 이 때문에 재발 가능성이 낮다. 비수술 치료이기 때문에 수술로 말미암은 시력 저하, 합병증 등 부작용도 없다.

비용 측면에서도 강점을 두고 있다. 김 대표는 "VR기기를 대여하거나 직접 방문해 치료받으면 된다"며 "일반 수술 비용의 3분의 1 수준이라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단기간 교정이 아니라 완치까지 가능한 치료법이다. 사시 치료용 VR기기를 활용하면 완치까지 통상적으로 10개월 걸린다는 설명이다.

VR기기를 활용해 치료에 흥미를 유발하는 것도 장점이다. VR기기에 재미있는 영상을 송출해 아이들 흥미를 유발, 참여도를 높였다.

아이씨유코퍼레이션은 비수술 치료법으로 중증 사시 환자 완치에도 성공했다. 한 여아 환자는 사시 수술을 했음에도 내사시(가운데로 몰린 눈)가 심했다.

김 대표는 "재수술하기에는 위험도가 너무 컸기에 주 1회 기준 2년 8개월째 비수술 치료를 하고 있다"며 "현재는 두 눈이 바르게 정렬되는 상태까지 호전됐다"고 설명했다.

김동혁(31) 아이씨유코퍼레이션 대표가 창원시 의창구 북면 ICU비전케어안경원에서 자사 사시 치료용 VR기기를 설명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김동혁(31) 아이씨유코퍼레이션 대표가 창원시 의창구 북면 ICU비전케어안경원에서 자사 사시 치료용 VR기기를 설명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월매출 130만 원으로 시작 = 김 대표는 검안 경력 8년의 검안사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에 안경원 겸 검안센터 'ICU비전케어안경원'을 2018년부터 5년째 운영하고 있다. 아이씨유코퍼레이션은 올해 2월 눈 기능 치료 시스템 제작을 위해 창업했다.

'안경원'이라는 간판만 보면 안경만 파는 매장으로 오인하기 쉽다. 그러나 ICU비전케어안경원은 전문 검안사의 검안을 바탕으로 맞춤형 안경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4년 전부터 소아·청소년의 사시·약시·근시 등을 교정 처방하고 있다.

아이씨유코퍼레이션 창업은 작은 임대 사업장에서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2018년 자본금 1000만 원가량에 대출금을 보태 창원시 의창구 북면에 'ICU비전케어안경원'을 차렸다. 전문 검안사의 검안을 바탕으로 맞춤형 안경을 판매했다.

개업 후 첫 월매출은 130만 원이었다. 임차료를 내고 생활하고 빚을 갚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서툰 경영으로 적자는 누적됐고 빚은 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자아이와 아버지가 매장을 찾았다. 약시가 심한데 부산지역 병원에서도 치료를 포기했다는 사연이었다.

김 대표는 의아해했다. 약시 치료는 안과 의학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치료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교정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고 무료로 도왔다.

김 대표는 여아의 시력을 교정하기 위해 매주 1시간씩 비수술 약시 교정을 이어갔다. 여아 시력은 8개월 후 0.2에서 0.8로 올랐다. 

김 대표는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검안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이 사건을 발단으로 눈 기능 이상에 고통받는 아이들을 무료로 봐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소아 사시는 수술 치료 외 재활 치료로도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소아 사시 치료는 대부분 수술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에 김 대표는 아이씨유코퍼레이션을 창업, 눈 기능을 비수술로 정상화할 방법을 개발했다. 

스타트업을 함께 키울 동료들도 자연스레 합류했다. 김 대표의 비수술 방식에 동의한 검안사 3명이 대구·부산·서울에서 합류 의사를 밝혔다.

아이씨유코퍼레이션은 올해 사시 치료용 VR기기 특허를 2건 출원했으며 연말까지 3건 더 출원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현재까지 소아 170여 명을 무료로 검진·치료했다. 김 대표의 검안 능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소비자의 안경원 방문도 잇따랐다. 안경원 평균 월매출도 3200만 원으로 초창기 대비 15배 늘었다.

김 대표는 "이제는 안과에서도 아이들 눈을 먼저 진단해줄 수 있냐고 문의하곤 한다"며 "보통은 안경원에서 진단 후 안과로 가는데, 그만큼 지역에서 신뢰를 쌓았다는 생각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다양한 비수술 치료법 개발 몰두 = 아이씨유코퍼레이션은 올해 총 3억 원가량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경원 매출을 제외한 순수 VR기기 치료 매출이다.

투자유치 활동도 성공적이다. 김 대표는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의 부울경 벅스데이 사업에 참여해 투자유치 기회를 확보했다"며 "당시 투자사 4곳에서 관심을 보였고, 경남 벤처투자사 시리즈벤처스에서 2억 원가량의 투자를 받게 됐다"고 밝혔다.

당장은 투자 금액을 활용해 올해 내원 치료 거점을 추가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 경북 경산시에 검안센터를 설립한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에도 안과와 함께하는 검안센터를 마련한다. 검안사 추가 영입도 고려 중이다.

아이씨유코퍼레이션은 향후 사시 치료용 VR기기를 판매·대여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치료 방식은 내원 치료 방식이다. 앞으로는 가정에서도 손쉽게 치료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개발·공급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다. 거점 병원을 중심으로 VR기기 공급도 추진하려 한다.

사시 치료뿐만 아니라 약시·난시 등 눈 기능 이상을 해결할 수 있는 비수술 치료법 개발에도 정진하겠다는 포부다.

김 대표는 "검안사는 안경을 파는 세일즈맨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다"며 "검안사들이 눈 기능을 점검하고 적절한 치료 방법을 제공하는 의료 전문인이라는 인식이 퍼질 수 있게 전문 검안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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