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280여 명 참여
‘에너지를 생산하는 사람이 되자’ 홍보
발전소 6호까지·학교 옥상 등 확대 계획

‘풍차마을’ 제주 구좌읍 행원리
법인 설립해 발전소 1기 운영
실무위-추진위 두고 사업 협의

재생에너지 확대에 주민 참여는 필수입니다. 풍력이든 태양광이든 오해와 편견, 지역 갈등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다음은 각각 도심 태양광과 마을 육상풍력으로 전혀 다른 사례입니다. 다만 주민들이 의견을 나눌 창구를 두고 있다는 점은 닮았습니다.

◇전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전북 전주에는 2019년부터 곳곳에 햇빛발전소가 세워지고 있다. 올해 공사를 시작하는 발전소까지 포함하면 6개다. 장소는 효자배수지 상부, 천마배수지 상부, 어울림국민체육센터 옥상, 영화종합촬영소 J2스튜디오 지붕, 완산생활체육공원 주차장 터다. 각각 발전용량은 88.2~99㎾이며, 평균 발전시간 3~4시간으로 연간 최대 3000만~4000만 원 매출을 올린다.

생산한 전기는 계통한계가격(SMP·전력도매가로 전기 1㎾h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한국전력공사가 발전사에게 전기를 구매하는 단가)으로 한전이 100% 사들이고 있다. 여기에 기존 시설물을 이용해 설비를 설치하면 가중치를 부여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을 더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전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조미정(45) 사무국장을 만났다. 조합은 전주시와 2017년 11월 업무협약을 맺었다. 전주시는 소유한 땅을 빌려주는 등 지원 방안을 찾고, 조합은 시민 모금으로 햇빛발전소 건립을 확대하자는 것이 골자였다. ‘에너지 자립 도시’ 실현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다. 앞서 2016년 시민 원탁 토론으로 전주시는 지역에너지계획을 세웠다. 시민 실천 과제 가운데 하나로 햇빛발전소가 포함됐다.

현재 조합원은 280여 명. 출자금 5억 7700만 원 규모다. 1인당 최소 10만 원에서 최대 3000만 원까지 출자했고, 이익금의 최대 4%를 출자한 시민들에게 배당하고 있다.

조미정 전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사무국장. /이동욱 기자
조미정 전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사무국장. /이동욱 기자

사업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발전소를 세울 땅을 선정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도시 안 옥상이나 주차장 등 기존 땅을 활용해야 했다. 잘못된 뉴스를 접한 이들을 설득하는 것도 숙제였다. “전주시가 소유한 건물이나 주차장이 많으니 그런 데서 시작해보자고 했다. 2017~2018년만 해도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 0)이라는 단어도 안 쓸 때고, 태양광을 둘러싼 편견이 공무원 사이에서도 너무 심했다.”

협의에만 1년 넘게 걸린 적도 있다. 어느 땅이든 태양광 시설을 올릴 때 하중, 미관, 누수 등 점검해야 할 점이 많았다. 또 계통 연계 때 전신주를 심는 땅을 두고 측량, 계획 변경 등을 거치면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1980년대에 지어진 건물을 제외하면 사업을 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 주차장이나 체육시설 중심으로 알아볼 수밖에 없는데, 앞으로 교육청과 협의해 학교 옥상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도시계획 조례에 있는 100m 이격거리 규정은 태양광 확산의 걸림돌이다. 주거밀집지역, 보전 필요성이 있는 시설이나 공공건물 터, 왕복 2차로 이상 포장도로 등에서 100m 안에는 태양광 설비 개발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전국 대부분 자치단체가 마찬가지다. 기준 거리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나서서 일종의 지침을 마련했지만, 많은 지역에서 민원 등을 이유로 이격거리 규정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전주에서는 도시계획 조례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전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있는 전주시에너지센터 건물. 올 6월 문을 연 곳으로 외벽에 태양광 패널이 붙어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동욱 기자
전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있는 전주시에너지센터 건물. 올 6월 문을 연 곳으로 외벽에 태양광 패널이 붙어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동욱 기자

다양한 주체가 전주에너지전환시민포럼에서 협의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과거 전주시정에서는 이 같은 협치 기구 활성화를 추진했다. 사업 추진 때 시민에게 먼저 의견을 묻고 조율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일상에서 재생에너지 필요성을 느끼려면 우리 주변에 많이 늘어나야 한다. 협동조합에 투자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사람이 되자’라고 홍보한다. 직접 생산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럴 수 없다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곳에 투자하자는 이야기다.”

조합은 지역아동센터 쿨루프(cool roof·햇빛과 열을 반사시키는 지붕) 사업, 겨울철 보일러 배관 청소 등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과 같은 사회공헌을 확대할 예정이다. “의약품 폐기 장소나 혐오시설은 시골로 가고 도시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편리를 누리고 있다. 도시에 사는 이들이 일종의 죄책감을 갖고 도심에서 할 수 있는 태양광 확산 등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마을에서도 태양광 사업을 해서 어르신들의 병원비도 지원하고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하는 그런 사례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풍차마을’ 제주 행원리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는 과거 ‘어등개’로 불렸다고 한다. 바람이 많아 지나가던 물고기도 포구로 올라왔다고 해서다. 지금은 ‘풍차마을’로 이름나 있다. 곳곳에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있고, 제주신재생에너지홍보관도 들어서 있다. 풍력 에너지 생산이 500여 가구가 사는 마을의 특색이자 정체성이 됐다.

행원리 풍력발전은 운영 주체가 다양하다. 제주에너지공사의 행원풍력발전단지(11.45㎿·12기), 제주대 산학협력단의 행원풍력3호기(0.66㎿·1기), 제주도 행원연안국산화풍력(3㎿·1기)이 있다. 특히 마을이 세운 ㈜행원풍력에너지특성화마을법인은 행원마을풍력발전소 2㎿(1기)를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00년 3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던 6호기는 설계수명 20년이 지나 안전성 우려가 제기돼 올 6월 13일 가동 중지가 결정됐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자문을 거쳐 수명 연장 또는 철거 재활용 등을 정할 방침이다.

행원풍력발전단지 조성은 1998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행원리는 2011년 ‘제주특별자치도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행원풍력에너지특성화마을로 지정됐다. 이듬해 전기사업 허가를 받고, 마을 풍력발전 기금과 대출금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생산한 전기를 팔아 마을은 한 해 많으면 10억 원에 이르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이는 행원리 6개 동 복지기금, 마을공동시설 설치, 마을 운영비 등에 쓰인다. 김승만(62) 이장의 이야기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2㎿ 발전기 1기는 4.2㎿로 용량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마을 육상풍력 2㎿, 태양광 100㎾로 수익이 발생하면 농로 포장이나 마을 환경 정비 등에 쓰고 있다.”

김승만 제주 구좌읍 행원리 이장. /이동욱 기자
김승만 제주 구좌읍 행원리 이장. /이동욱 기자

제주에너지공사는 마을 소유 땅이나 사유지에 육상풍력발전기를 설치하면 심의위원회를 거쳐 토지 소유자와 주변지역에 최대 지원금 ㎿당 2000만 원(발전기 1기당 6000만 원) 등을 지원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2020년 마을과 협약을 맺고 제주에너지공사 등이 주도하는 100㎿가 넘는 월정·행원해상풍력과 마을 공모로 유치한 21㎿ 규모 행원육상풍력(보롬왓풍력)도 앞으로 행원리 육상과 해상에서 펼쳐질 사업이다.

“마을 공동목장 99만여 ㎡(30만 평)가 있다. ‘보롬’은 제주도 사투리로 바람이라는 뜻이다. 4.2㎿ 발전기 5기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2차 사업도 계획 중이다. 월정 해역에는 8기, 행원 해역에는 17기 등 해상풍력은 25기 정도로 예상한다. 마을 자체 해역이 넓어 독자적으로 해보려고도 구상 중이다.”

'풍차마을'로 불리는 제주 구좌읍 행원리에서 해안길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 세워진 육상풍력발전기를 만날 수 있다. /이동욱 기자
'풍차마을'로 불리는 제주 구좌읍 행원리에서 해안길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 세워진 육상풍력발전기를 만날 수 있다. /이동욱 기자

이처럼 행원리는 풍차마을이라는 특색을 키우고 있다. 주민과 어촌계, 사업자 등이 이견을 조정하고 논의할 기구를 두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전·현직 이장과 대의원, 개발위원, 어촌계 등 30명이 ‘행원리 육·해상 풍력 추진위원’으로 참여한다. 추진위는 2018년 구성됐다. 또 2020년 실무위원회가 차례로 꾸려졌다. 보롬왓(육상) 풍력발전 실무위는 7명이며, 월정·행원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사업 실무위원은 각 마을회 대표 5명과 어촌계 대표 5명 등 10명이다. 마을과 제주에너지공사도 협의회를 꾸려 변전소 터를 정하거나 피해 보상과 수익 배분 등을 논의해 결정한다.

“실무위원회는 추진위원회에 보고해 승인을 받는다. 해상풍력이든 육상풍력이든 민원이 먼저 해소돼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사업자는 반드시 주민 총회를 거쳐야 하고, 주민 수용성을 확보한 다음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이것만 해도 3~4년이 걸렸다.”

/이동욱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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