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원형 복원 우선…박석 세척하려 이동 자체가 문화재 훼손"
시 "박석 들어내 세척한 게 문화재 훼손인지는 해석 차 있다"

“문화재 원형 복원을 원하는 문화재위원들은 박석 이동 자체가 문화재 훼손이라고 본다.”(경남도)
“정비사업을 하면서 박석 이동 시 문화재청과 협의하지 않은 것은 잘못했지만 박석을 들어내 세척한 게 문화재 훼손인지는 해석 차가 있다.”(김해시)

세계 최대 규모 고인돌인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 박석 훼손 문제를 놓고 경남도와 김해시가 시공법 견해 차를 보이며 논쟁하고 있다.

경남도와 김해시는 8일 오후 경남도의 현상변경허가가 적절했는지, 절차상 문제는 없었는지 논의하는 회의를 하고 지석묘 정비사업 현장을 방문했다. 

도가 시에 요청해 이뤄진 이날 현장 방문에는 경남도 문화재 담당자와 학예사, 문화재위원 5명이 참석했다. 시에서는 문화관광사업소장, 가야사복원과 과장, 팀장, 주무관이 자리했다.

8일 오후 4시 30분 경남도 문화재위원들과 학예사, 김해시 관계자들이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 현장을 찾아 문화재 정비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수경 기자
8일 오후 4시 30분 경남도 문화재위원들과 학예사, 김해시 관계자들이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 현장을 찾아 정비사업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이수경 기자


이날 회의에서 시는 청동기시대 문화재인 지석묘 정비사업 중 박석 시공법이 도가 허가한 사항에 저촉되는 문화재 훼손·위법 사항인지 묻고 시공법 타당성을 설명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지석묘 박석을 걷어냈다 재설치한 것은 실수이지만, 그 밑 정지층(유존 지역)을 건드린 사실은 없다”며 “박석을 세척, 강화 처리하려면 땅에 박석을 그대로 놔둔 채 고압 살수해서 강화 처리해선 안 된다고 봤다. 오히려 정지층이 쓸려내려가는 걸 막고자 박석을 이동했다가 재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도 현상변경 허가 때도 박석 세척·강화 처리 부분에 대해 박석을 들어내고 세척하자, 그대로 두고 세척하자는 시와 도의 입장 차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문화재 박석 시공법은 고압 살수 세척과 보존 표면 강화 처리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시는 박석을 들어내서 360도 세척한 뒤 강화처리하고 재설치하는 시공법이 틀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화재청과 경남도 문화재위원들은 박석을 이동시킨 것 자체가 문화재 훼손이라고 보고 있다.

도 문화재위원들은 2021년 7월 22일 발굴 자문회의에서 ‘정비 복원 시 발굴조사단 입회 하에 진행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8월 자문의견서에는 ‘상석 및 기단·박석은 세척을 기본으로 하되 상석의 균열 사항 부분에 한정적으로 처리한다. 모든 정비안은 국가사적 지정과 병행해 사전 문화재청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또 9월 자문의견서에는 ‘상석 보존-세척은 하되 향후 균열로 인한 파괴와 균열을 방지할 수 있는 보존 및 복원 처리 방안 강구’라고 쓰여 있다.

이 같은 도 자문 의견에 대해 김해시는 박석을 이동해 세척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도 문화재위원들은 정비사업 주관업체에 문화재인 박석과 정비사업 돌을 색깔을 달리해 정비해 달라고 요청한 도의 의견을 잘 진행했는지 물으며 “원래 유구 모습이 나와야 하는데, 기존 박석은 작고 정비한 돌은 크다”고 지적했다. 업체는 “크게 차이가 난다”고 인정했다.

또 흙 성토, 유구보존 처리, 매장주체부, 유구 보호, 산책로, 경사 구간 보강, 배수 계획, 조경 계획 등을 일일이 체크했다. 업체는 매장주체부와 경사 구간 보강, 배수 계획은 완료했다고 답했다.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 앞 박석 중 녹색 테이프를 붙여 놓은 게 정비사업을 하면서 이동시켰다 재설치한 박석이다. /이수경 기자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 앞 박석 중 녹색 테이프를 붙여 놓은 게 정비사업을 하면서 이동시켰다 재설치한 박석이다. 녹색 테이프가 붙여지지 않은 돌은 문화재인 박석과 비슷하게 꾸민 것이다. /이수경 기자

이영식(인제대 명예교수) 도 문화재위원은 “문화재 훼손 우려 때문에 문화재 정비사업을 하는 것인데 오히려 정비한다고 박석을 이동한 건 문화재 훼손”이라며 “문화재위원들은 발굴한 토기 정보를 잃지 않으려 열심히 닦지도 않는데, 시나 업체는 정비사업을 잘해 깨끗이 보여주려는 문화재 인식 차가 있다”고 말했다.

ㄱ 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정비복원 괴정에서는 박석에 일련번호를 붙여 정비할 수 있고, 문화재 가치 측면에선 현 발굴 상황을 유지한 채 원형 부실한 부분만 정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김해 지석묘 복원 정비사업 문제점은 중간중간 정비 절차 때 문화재청과 협의하지 않은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비 시공법이 엇갈리는 경우 문화재위원들 의견을 따르는 게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시는 앞으로 문화재청 조치 사항이 내려지면 보완 조치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수경 기자 sglee@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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