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쉽게 푼 해설서 〈반야심경 정해〉 펴낸 관정 스님
"지혜 완성하는 수행에 관한 대화, 핵심 빼고 번역하니 선문답이 돼"
"자기 몸과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 반야심경 속 부처 가르침의 핵심"

색즉시공 공즉시색, 아제아제 바라아제.

굳이 불자가 아니더라도 익숙한 구절들이다.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하지만 어디에선가 한 번쯤 들어본 이 구절들은 <반야심경(般若心經)>에 나온다. 불교에서 팔만대장경 핵심이라고 불릴 만큼 중요한 경전이지만 알듯 말듯 손에 잡히지 않는 구절들처럼 <반야심경> 역시 이름만 익숙할 뿐 그 의미를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 그저 법회에서 외는 주문 정도로 아는 이가 대부분이다.

<반야심경 정해>를 펴낸 관정(63) 스님은 "현재 우리가 독송하는 반야심경으로는 그 뜻을 절대로 알 수 없다. 왜냐하면, 그 번역문에는 뜻을 분명하게 알 수 없는 말이 많이 들어 있고, 한문으로 번역하면서 다른 뜻으로 번역해 놓은 부분도 있고, 반야심경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게 하려고 핵심 내용을 다 빼버리고 번역해 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스님이 15년간 통도사가 있는 양산 영축산 기슭 토굴에서 옛 인도 산스크리트어본과 한문본 8종을 붙들고 수행과 연구를 거듭하며 제대로 된 <반야심경> 우리말 해설서를 세상에 내놓은 이유다.

◇반야심경은 불교수행 나침반 = 오늘날 우리가 잘 아는 <반야심경>은 중국 당나라 현장 법사가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불경을 260자로 압축해 한자로 번역한 것이다. 원래 <반야심경>은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이라는 긴 이름을 갖고 있다. 관정 스님은 <반야심경 정해>에서 그 이름을 '지혜를 완성하는 수행 방법 핵심을 말해주는 경'으로 풀이했다.

스님은 "<반야심경>은 제목부터 왜곡돼 메시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뜻도 모른 채 외우는 주문처럼 돼버렸다"며 "중국에서 인도불교와 다른 중국불교를 확립하려고 <반야심경>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지혜를 완성하는 수행방법 내용을 다 빼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반야심경> 구절을 모호한 뜻으로 번역하기도 했고 또 다른 뜻으로 바꾸기도 했다"며 "과거에는 학문하는 방법이 과학적이지 못했고 성인으로 추앙받는 큰 스님들 권위에 눌려 절대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분위기에서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님은 <반야심경>이 관자재보살과 사리자, 그리고 석가모니 부처가 반야(般若·지혜)를 완성하는 수행방법을 이야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국 번역가가 이 내용을 빼버린 채 <반야심경>을 '주문의 경'으로 만들었고 이를 오랜 세월 불교계가 묵인해 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스님은 "여태껏 <반야심경>은 우주의 심오한 원리를 말하는 경으로 잘못 알려졌다"며 "분명한 언어로 명확하게 번역하지 않고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말로 번역해놓고 그것을 해설하느라 허언을 늘어놓은 해설자들은 토끼에게서 뿔을 찾는 일을 반복해왔다"고 말했다.

▲ 통도사가 있는 양산 영축산 기슭 토굴에서 관정 스님이 수행 방법으로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현희 기자
▲ 통도사가 있는 양산 영축산 기슭 토굴에서 관정 스님이 수행 방법으로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현희 기자

<반야심경 정해>는 "불교를 설명하면서 난해한 말을 많이 하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보면 틀림없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에 두고 <반야심경>에 숨은 뜻을 명확한 우리말로 한 글자 한 글자 풀어나가고 있다.

790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다. 으레 불교라면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도를 깨쳐야 이해할 수 있는 선문답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반야심경 정해>는 이런 편견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결론을 먼저 알리는 두괄식 구성에다 전체에서 세부로 들어가는 구성은 불교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자상한 안내서처럼 쉽게 읽힌다. 중요한 개념은 반복하며 의미를 구체화한다.

부산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10년간 교편을 잡았던 스님 경험이 책을 쓰는 동안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여기에 분량이 부담스러운 독자를 위해 220쪽 분량<반야심경, 무슨 말을 하고 있나>라는 간추린 해설서까지 함께 출판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 관정 스님이 펴낸 <반야심경 정해> <반야심경, 무슨 말을 하고 있나>. /이현희 기자
▲ 관정 스님이 펴낸 <반야심경 정해> <반야심경, 무슨 말을 하고 있나>. /이현희 기자

◇'관찰'은 수행 방법이자 시대정신 = 스님은 <반야심경>이 수행방법을 말하는 경으로, 지혜를 완성하는 수행 방법을 사리자가 관자재보살에게 묻고, 그 질문에 관자재보살이 답을 하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또한, 관자재보살이 답을 하고 나서 석가모니 부처가 답이 맞다고 확인해주는 과정을 담고 있다는 것.

스님은 "관자재보살은 지혜를 완성하려면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해 그것들이 다 실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며 '관찰'을 <반야심경> 핵심 개념으로 설명했다.

지혜를 완성하고자 우리가 관찰해야 하는 것은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인 오온(五蘊), 다시 말해 존재의 다섯 요소인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을 일컫는다. 스님은 <반야심경 정해>에서 몸의 물질현상(색), 느낌(수), 인식(상), 업 지음(행), 식별작용(식)으로 어려운 불교용어를 풀어내고 있다. 여기에서 '몸의 물질현상'이란 추위, 더위, 배고픔, 목마름, 가려움, 통증, 육체적 쾌감 등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물리·화학적 현상을 일컫는다.

스님은 "우리가 잘 아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는 구절은 주어가 '색(色·몸의 물질현상)'인데 '공(空·실체 없음)'을 강조한 나머지 뜻을 알 수 없는 선문답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며 "부처는 우리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말, 다시 말해 형이상학적이거나 역설적인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처의 가르침이라는 불교(佛敎)라는 말처럼 모든 수행은 부처의 말을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불자뿐만 아니라 일반인 역시 관찰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스님은 "소외라고 하는 것이 타인으로부터 소외도 있고 사회로부터 소외도 있지만 자기로부터 소외도 있다"며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자기 자신을 인정해야 자신으로부터 소외당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네 편, 내 편을 가를 뿐 정작 스스로 돌아보지 않는 사회를 치유하려면 바깥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자신을 관찰하고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반야심경>이 전하는 또 다른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이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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