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공고와 다른 계약 체결
채용절차법 위반 사례 수두룩
공정 강화·차별행위 규제 필요

#1. 지난 2월, 창원시 의창구 한 회사에서 정규직 채용공고를 내걸었다. 구직 활동에 나섰던 20대 남성 ㄱ 씨가 응시했고, 면접까지 통과했다. 회사 측은 "업무를 해보고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면서 근로 형태가 비정규직인 근로계약서를 내밀었다.

#2. 30대 남성 ㄴ 씨는 지난해 9월 창원시 성산구 한 회사에 지원하려고 채용 서류를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키와 몸무게, 혼인 여부, 부모 직업 등을 기재하는 칸이 있었다. ㄴ 씨는 해당 회사에 입사하지 않고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

경남지역 실업률이 심상치 않다. 2018년 이후 꾸준히 오르다가 2021년 4.1%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3.7%)보다 0.4%포인트 높다. 구인 시장에서 구직자는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구직자 보호를 위해 각 사업장에서 공정한 채용을 명확히 인식하고 제도적으로도 보완점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4년 채용 과정에서 공정성을 확보해 구직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채용절차법(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도입됐다. 출신 지역 등 개인정보 요구 금지 등에 관한 조항을 담아 개정되기도 했다.

이 법에 따라 채용 관련 청탁, 압력, 강요를 하거나 금품과 향응을 주고받으면 최고 3000만 원 과태료가 부과된다. 출신 학교와 본인 사진 외의 개인정보를 구직자에게 요구하면 최고 500만 원을 내야 한다. 채용절차법 위반이 신고되면 각 고용노동부 지방관서는 사안에 따라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과태료를 처분할 수 있다.

채용절차법 위반 사례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준병(더불어민주당·전북 정읍고창) 의원은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2019~2021년 8월 연도별 채용절차법 조항별 신고접수 현황'을 공개했다. 2019년 204건, 2020년 357건, 2021년 1~8월 214건의 법 위반이 접수됐다. 구직자 신체 조건과 출신 지역 등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신고가 55.2%(428건)로 가장 많았다.

거짓 채용광고 등 16.6%(129건), 채용서류 반환 의무 위반 10.3%(80건), 채용 일정 등 고지 의무 위반 5.8%(45건) 순이었다. 조치 결과를 보면 809건 가운데 과태료 부과 202건, 시정명령 4건. 조치가 내려진 것은 전체 25%에 불과했다. 68%(550건)는 종결됐다.

채용절차법은 지원서 접수 단계부터 채용 확정 단계까지 유의해야 한다. 거짓 채용광고 등이 금지돼 있으며, 출신 지역 등 직무 수행과 무관한 개인정보를 수집해서는 안 된다.

고용노동부는 직무 관련 내용만 쓰도록 표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양식을 권장하고 있다.

노동부는 상하반기로 나눠 매년 2차례 채용절차법 위반 사업장 점검에 나서고 있다. 현장에 올바른 채용 방식 방법을 확산하고, 안내하기 위해서다. 채용절차법 적용 대상인 상시 근로자 수 30인 이상 사업자를 무작위로 선정해 인사와 면접 자료 등을 살피고 있다.

정윤정 창원고용노동지청 고용관리과 주무관은 "채용절차법 위반 내용을 구인하는 회사에서 잘 모르는 등 올바른 채용 방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구직자는 채용되고 나서 직무나 근로관계가 부당하게 달라지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말고 고용노동부 지방관서로 신고해달라"고 조언했다.

채용절차법은 상시 근로자 수 3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근로계약서를 쓰고 나면 부당 행위를 겪어도 합의라 해석하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분명히 정규직 공고를 보고 입사했는데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을 때도 있다"며 "이를 합의로 보면 사실상 (불공정 채용을) 용인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용절차법 하나만으로 보완되지 않는 점도 비판했다. 면접에서 성희롱을 당하면 남녀고용평등법으로 보완되지만, 그 밖에 다양한 사상 검증이나 괴롭힘 등은 채용절차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

윤 변호사는 "차별적인 채용 행위를 규제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중요하다"며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차별 행위를 명시한다면 채용절차법에서 포괄하지 못하는 내용까지도 보완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다솜 기자 all@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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