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업 이 제품 - 이솜엔지니어링 특수 화학처리 방음벽

유리 표면에 특수 화학처리
기존 강화유리 대비 강도 '4배'
연말부터 도로공사 시공서 활용
올 매출 200억 이상 증가 예상
국내 방음벽 시장 재편 포부
"비금속재 방음판 등 국외 진출"

도로 방음시설은 방음 능력뿐만 아니라 조망권, 내구성 확보도 전제돼야 한다.

방음 능력이 좋지 못하면 도로 인근 주거시설은 소음에 노출된다.

조망권 또한 중요하다. 높이 3m 이상 방음벽은 도심 조망권을 해칠 염려가 크므로 투명 소재가 적용돼야 한다.

내구성 확보는 설비 유지보수 비용과 연관성이 크다. 또 도로 한가운데에서 보수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번거롭고 위험하기 때문에 내구성도 중요하다.

이원찬(51) 이솜엔지니어링 대표는 "자사 방음 설비는 도로 방음벽에 필요한 3박자를 모두 지닌 제품으로 혁신성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이솜엔지니어링은 김해시 소재 설계·시공 종합전문기업이다. 이 대표는 창원시 소재 연구개발 기업 이솜의 대표이기도 하다.

이솜엔지니어링이 자랑하는 핵심기술은 '특수 화학처리 방음벽'이다. 현재 국내에 적용되는 도로 등 외부 방음판 시설 대부분은 투명한 강화유리를 활용한다. 조망권 확보를 위해서다.

그러나 일반 강화유리는 조그만 돌멩이 충돌에도 갈라지거나 깨지기 쉽다. 빠르게 달리는 차들이 바닥에 있는 돌멩이들을 튕기면서 큰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강화유리가 깨지면 방음 효과도 크게 줄고 깨진 상태로 유지되면 조망권 확보도 어렵다. 무엇보다 유지관리비용이 가장 크다.

이 대표는 "한국도로공사 기준 연간 방음시설 유지비가 300억여 원 되는 것으로 안다"며 "파손이 일어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다면 업계에서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솜엔지니어링은 2018년도 LG화학연구원의 기술 조언을 받아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2020년도에 특허 등록, 시제품을 완성하면서 내구성 테스트 등을 거쳤다.

이 대표는 "유리 표면에 특수 화학처리를 해 강도를 기존 강화유리 대비 4배가량 높였다"며 "외관상 기존 설비와 다를 게 없으며 화학 처리 공정만 추가되는 것이라 비용도 기존과 같다"고 강조했다.

▲ 이원찬 이솜엔지니어링 대표가 본사 사무실에서 특수 화학처리된 방음벽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 이원찬 이솜엔지니어링 대표가 본사 사무실에서 특수 화학처리된 방음벽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이솜엔지니어링은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1년 '도공기술마켓'에 등록됐다. 도공기술마켓은 도로공사가 중소기업이 제출한 신기술 중 심의를 통과한 기술을 등록해 설계·시공에 활용하는 제도다. 의무 구매, 우선 적용 대상을 검토하면서 안정적인 판로를 지원한다.

올해 말부터 도로공사 시공에 이솜엔지니어링의 제품이 활용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도공기술마켓 등록에 힘입어 올해 매출이 최소 2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매출 70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에 큰 기회가 된 셈이다.

이솜엔지니어링은 우연한 계기에서 시작됐다. 창업투자사로 벤처기업을 관리하던 이원찬 대표는 대한민국 민원 1순위가 소음이라는 뉴스를 보면서 막연한 구상을 하기 시작했다. 국내 기술을 검토해보니 실외 소음 분야는 너무 획일화된 제품뿐이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방음시설 관련 기업에서 5년간 전문 경영인 활동을 하다가 2006년에 이솜을 차렸다.

이 대표는 "창투사에 있던 벤처기업 중에서 소음 관련 우수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한 게 싹이 됐다"고 밝혔다.

이솜은 연구개발 분야만 추진하던 기업이었는데 사세가 점점 커졌다. 이에 이 대표는 2011년 설계·시공까지 맡을 수 있는 이솜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방음벽 기술특허 4개를 보유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2015년 한화건설 협력업체 등록부터 대우건설·경동건설 등 대기업 협력업체로 등록됐다. 2020년에는 전국 진출을 위해 충북 충주에 제2공장을 지었다.

이솜엔지니어링은 특수 화학 처리 방음벽 외에 자랑할 만한 기술로 '조류 충돌 방지 시트'도 개발했다. 사람의 눈에는 투명하게 보이고 조류 눈에는 까맣게 보이는 시트지다.

다른 업체에서는 점자를 붙여 조류 충돌을 막는다. 다만 사람 눈에 보이는 점자기 때문에 조망권을 해칠 수 있다. 반면 이솜엔지니어링의 시트지는 조망권을 100%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조류는 자외선도 인식하기에 자외선을 차단하면 벽이 까맣게 보이는 원리를 활용해 시트지를 제작했다"며 "이 또한 동물 단체에서 생명 보호를 요구하는 가운데 우리 업종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개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중소기업에서 자체적으로 동물과 상생하는 제품을 개발한 셈이다.

이솜엔지니어링은 단기적으로는 국내에서 방음벽 선도기업으로 자리 잡는 게 목표다. 이 대표는 지역 기업으로 고용 창출에 힘써 청년 인구 유출 등을 막고 싶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비금속재 방음판 등 친환경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 국외시장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석탄·화학 공장이 많은 중국에서는 방음판이 금속재라 쉽게 녹슨다. 이에 비금속재 방음판이 주목받는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대기업 기술 개발력도 우수하나 중소기업도 충분한 경쟁력을 지닌 기업이 많다"며 "국가에서 기술 성장을 위해 각종 규제를 해소하고 장려할 기술은 최대한 사업화를 지원해 건강한 중소기업 생태계를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안지산 기자 sa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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