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당사자·주변인들 평가 복합적
비현실적 주인공에 오해 우려
인식 변화·특성 소개 긍정적
제도 개선·따뜻한 시선 '희망'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천재 변호사를 그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 방영)가 인기다. 드라마는 장애를 둘러싼 여러 문제를 깊이 있고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시청자들은 자극적인 소재에서 벗어나 무해하고 따뜻한 주인공에 매주 울고 웃는다.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시청률 15.2%를 기록하는 등 말 그대로 '우영우 열풍'이다.

하지만 주인공을 여러 장애 유형 가운데 자폐 장애, 그중에서도 특별한 능력을 지닌 장애인으로 설정한 까닭에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주인공을 무해하고 사랑스럽게 담고자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 자폐인의 요소를 소거했다는 비판도 있다.

드라마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여러 평가가 쏟아지는 가운데 장애인 당사자, 부모, 활동가들은 우영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들이 평가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해 들어봤다.

장애인들은 우영우라는 천재 장애인 주인공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현실적으로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지적장애와 뇌병변장애가 있는 김유정(31) 씨는 "지적장애인 딸을 둔 부모가 자식의 사랑을 인정해주지 않는 장면에서 화가 났다. 그래도 끝에는 장애인도 사랑할 수 있고 사랑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말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뇌병변장애인 김희정(31) 씨는 "드라마에 나오는 장애인은 능력 있는 변호사로 성공한 사람이다. 근데 현실에서는 특출한 능력 없이 평범한 장애인이 더 많다. 이들의 이야기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웠다. 그래도 우영우 같은 천재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당하는 모습은 장애인의 현실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 ENA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 장면.  /ENA채널 인스타그램 갈무리
▲ ENA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 장면. /ENA채널 인스타그램 갈무리

지적장애인 이주영(25) 씨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똑같이 일할 수 있는 존재로 나와서 좋았다. 물론 실제로 사회에서 일하는 장애인이 많지는 않다. 이번 계기로 더 많은 장애인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은 드라마를 계기로 장애 인식 개선뿐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한 단계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적장애 아이를 키우는 강향숙 씨는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을 도와주는 동료나 주변인이 많이 나오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제도적인 장치도 없고 따뜻한 동료 또한 없다. 드라마로 인해 장애 인식이 조금은 개선되겠지만 그와 함께 제도적인 부분도 바뀌어야 한다. 비현실적인 드라마지만 언젠가는 아이들이 드라마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지적장애아 부모 황순옥 씨는 "주변에서 자폐성 아이들을 자주 보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암기력 하나는 정말 좋다. 그런 부분은 어느 정도 반영된 것 같지만 드라마다 보니 현실과 맞지 않는 장면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자폐인이나 중증 지적장애인이 미디어에 나오고 그 특성을 알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장애인 활동가들도 드라마 속 우영우가 현실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기회에 장애와 관련된 편견과 차별이 조금이나마 사라지기를 희망했다.

김유경(36) 창원장애인인권센터 팀장은 "우영우가 너무 뛰어나다 보니 모든 자폐인이 그런 줄 알까 봐 우려된다. 능력이 있어야만 인정받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도 걱정이다. 무엇보다 우영우 신드롬이 확 몰아치고 난 뒤에 예전으로 돌아갈까 봐 무섭다. 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좀 갑작스러운 감이 있다. 그렇다 보니 오해도 생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임소정(40) 진해장애인인권센터 활동가는 "실제로 자폐인들을 보면 우영우처럼 소통이 원활한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렇지만 장애인도 사랑할 수 있고 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드라마에서 꾸준히 전달한 점은 인상적이었다. 아이들과 드라마를 보는데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하더라. 장애인 인식 개선 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신 기자 pshi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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