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식 보양식 해먹기

맛·영양 만점 '호박찜'
단호박 속 찹쌀·밤·대추 등
다양한 재료 넣고 냄비에 쪄
삼계탕과 비슷한 조리법
비타민 풍부해 몸보신 충분

올해 초복은 지난 16일이었고, 중복은 오는 26일, 말복은 다음달 15일이다. 초복 직후 비가 내려 온도는 조금 내렸지만, 이제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땀을 많이 흘리고, 열에 기운을 뺏기다 보면 시원하고 보양이 될 음식을 찾는다. 흔하게 먹는 보양식은 삼계탕과 백숙이다. 육식 위주 식단이다. 채식 지향은 기후위기를 늦추는 해법 중 하나다. 그 의미를 따라 이번 여름 보양식은 채식으로 꾸려보는 건 어떨까. 1~2인 가구 기준으로 채식 장을 보고 음식을 조리해봤다.

◇대형유통매장에서 채식을 외치다 = 계획해 둔 보양식은 '버섯전골'과 '칼국수'였다. 기존 고기·만두를 넣었던 기름진 전골에 익숙해져서인지 만두도 넣고 싶었다. 하지만 대형 유통매장 내 대기업 식품업체가 파는 냉동만두에서 채소만 함유된 제품은 찾을 수 없었다. 소량이더라도 해물과 고기가 들어가 있었다. 게다가 매장 안은 복날을 얼마 앞두지 않아서 육식이 매대를 지배했다. 곳곳에서 생닭 또는 삼계탕 간편식을 판매했다. 삼계탕 간편식 1봉에 7000~1만 원 가격대로 판매했다. 대추·오갈피·뽕나무가 든 간편 꾸러미는 5인분 분량을 한 꾸러미에 1만 5980원에 판매했다.

한 업체에서 올해 비건(vegan·채식) 카레를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채식 라면도 출시했지만 유통매장에서 자리 잡지 못 했는지 찾을 수 없었다.

육수 대신 채수를 내고자 꾸러미나 농축액을 구매하려 했지만 그것 또한 찾지 못했다. 한 면이 정육으로 채워진 대형유통매장에서 채식 보양식재료를 구매하는 것을 보류했다.

다만 식품 가공 기업에서 채식 위주 가공품을 기획전으로 꾸준히 내놓고 있어, 온라인 매장 또는 일부 대형 유통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영양 갖춘 채식 보양식을 생각하다 = 버섯전골과 칼국수도 좋은 구성이었지만, 영양이 충분할지 확실하지 않았다. 해서 이상원 마산대학교 식품과학부 교수에게 자문을 했다. 이 교수는 삼계탕과 비슷한 조리법으로 만들 수 있는 '호박찜'을 추천했다. 늙은 호박을 파내고 찹쌀·꿀·고구마·버섯 등을 넣어 압력솥에 쪄 먹으면 영양과 맛을 다 잡을 수 있다고 했다. 늙은 호박 속은 체내에 흡수되면 비타민A로 바뀐다. 이 성분이 항암효과를 지니고 있다. 또 비타민 B2·C도 풍부하다. 영양에서 부족한 점이 없고 또 부족하다더라도 호박 속에 채워넣는 재료로 보충할 수 있다.

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1~2인 가구로 기준을 삼았던 터라 늙은 호박에 재료를 넣어 쪄내면 그 양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또 늙은 호박이 나오려면 9~10월은 돼야 했다. 아직 볕을 덜 받은 초록색 호박을 창원시 마산어시장에서 5000원에 구매했다. 하지만 결국 단호박을 쪄 먹기로 했다. 단호박은 달콤함에 충분히 절여진 채 식당 곁반찬으로 등장하는 게 익숙하지만 이번에는 찹쌀과 조화를 이뤄보게 했다. 찹쌀 2㎏ 9500원, 깐 밤 3500원, 단호박 2통 5000원, 표고버섯 200g 2980원에 구매했다. 조청쌀엿 700g도 3800원에 구매했다.

꿀은 그 성분만 따지면 꽃에서 따온 것이기에 채식에 포함할 수 있다. 하지만 꿀벌의 노동을 따지면 채식이라고 부르기에 석연치 않다. 그래서 조청쌀엿으로 대체했다. 그것으로도 달큰한 맛은 충분했다.

◇단호박 찜 만들기 = 무거운 장바구니를 털고 요리를 시작했다. 한 공기 분량 찹쌀을 물에 불렸다. 단호박은 전자레인지에 데워 따뜻하게 했다. 그러면 뚜껑을 만들고 속을 파내기 편하다. 조청 두 숟갈, 불린 찹쌀을 넣었다. 그 위에 깐 밤, 대추 썬 것, 표고버섯을 조금 넣었다. 이때 죽순이나 고구마를 넣었어도 맛있었겠다. 재료를 다 넣고 소금을 작은 한 숟갈 정도 넣었다. 이상원 교수는 압력솥에 쪄야 한다고 당부했지만 냄비에 찜기를 올려 쪄냈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꼭 압력솥에 쪄야 한다. 압력솥이었다면 30분 내에 맛있는 단호박 찜을 먹을 수 있다. 요리하면서 낯설고 어색해 머뭇거리는 바람에 시간이 오래걸렸다. 하지만 조리법은 무척 간단하다.

▲ 2분간 전자레인지에 돌린 단호박에 뚜껑을 만들어 파냈다. 불린 찹쌀과 은행, 대추를 썰어 넣었다.
▲ 2분간 전자레인지에 돌린 단호박에 뚜껑을 만들어 파냈다. 불린 찹쌀과 은행, 대추를 썰어 넣었다.

한 차례 식힌 단호박 찜을 먹기 좋은 크기로 갈라 밥부터 퍼내 먹었다. 찹쌀은 조청을 머금어 쫀득해졌다. 약밥을 쉽고 건강하게 만들어 먹는 것과 같았다. 만약 소금과 조청을 기호에 맞추려 양을 줄였다면 밥은 참기름·간장에 비벼 먹으면 된다.

이 단호박 찜의 가장 큰 장점은 기분 좋은 포만감이다. 단호박 한 조각과 찹쌀밥을 먹고 나니 금방 배가 찼다. 고기를 먹었을 때 느껴지는 더부룩함이 없었다. 속이 편안했다. 게다가 다음 식사 때까지 군것질거리 생각이나 배고픔은 없었다. 만족도 높은 한 끼였다.

▲ 모든 재료를 넣고 냄비에 찜기를 받쳐 넣었다. 하지만 압력솥을 이용하면 빠르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주성희 기자
▲ 모든 재료를 넣고 냄비에 찜기를 받쳐 넣었다. 하지만 압력솥을 이용하면 빠르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주성희 기자

삼계탕은 고기가 식으면 질겨질까 앉은 자리에서 한 그릇을 다 해치워야 한다. 하지만 단호박 찜은 나눠서 냉장 보관해뒀다가 다시 먹으면 된다. 차가운 단호박만 먹어도 특유의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찹쌀밥은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면 된다.

▲ 완성된 단호박 찜.
▲ 완성된 단호박 찜.

◇채식 간편식도 있다 = 단호박 찜이 실패로 돌아갈까 조바심이 났다. 창원시 성산구 신월동 한 채식 가게를 찾았다. 그 매장에서 '비건 간편식' 두 가지를 구매했다. 하나는 콩고기로 만든 스테이크, 하나는 채식 어묵탕이었다. 콩고기는 대표적인 고기 대체식품이다. 콩으로 고기 식감을 표현했다. 간편식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보통 콩고기를 사서 잡채나 불고기로 만들어 먹는다. 콩고기는 고기를 뗀 다른 명칭으로 붙어 판매돼야 마땅하다. 콩고기 스테이크는 고기 맛을 상상하고 먹으면 안 된다. 포두부의 거칢이 응축된 식감이다. 가격은 1봉 200g에 5500원이다.

어묵탕은 생선살 대신 곤약으로 만든 탕이다. 탕은 물론 채수로 쓰였다. 1봉에 5300원이다. 이 어묵탕 또한 곤약의 새로운 변신으로 생각해야 한다. 진짜 어묵을 기대해선 안 된다.

간편식은 콩햄, 프라이드치킨맛, 비건 소시지 등 다양하다. 대형 유통매장에서 만나지 못한 채식 만두도 찾았다. 삼육식품에서 내놓은 비건 손만두는 1㎏을 6000원대에 구매할 수 있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채식 간편식은 고기 대체식품이 아니다. 하나의 다른 식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채식을 풍부하게 받아들이는 방법과 맥이 통할 수도 있겠다.

/주성희 기자 hear@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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