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접어든 지역민 대상
연극·미술·요리 교실 운영
지역 예술인이 지도교사로
수강생 호응에 수업 연장도

매주 수요일과 금·토요일에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성호생활문화센터에서 인생 후반부를 즐기는 동네 주민들의 웃음소리가 마을을 가득 메운다. 같이 놀며 배우자는 취지로 만든 '꼬부랑길 인생학교'는 올해 연극과 미술교실, 음식을 만들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이바구교실로 꾸며졌다.

연극교실은 지역 연극인 송판호 씨가 맡아 참여 주민 7명과 함께 낭독극 발표를 목표로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에 모여 연극 대사 표현법을 익히고 있다.

이 연극교실은 지난 5월 13일 시작해 7월 1일 끝내기로 했으나 더 배우고 싶다는 참여 주민들 요구로 4주 더 연장해 이달 말까지 수업을 하고, 8월 초 센터 인근에서 낭독극을 열기로 했다.

▲ 지난 5월 11일 마산 성호생활문화센터에서 2022 꼬부랑길 인생학교 입학식에 참여한 주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창원시 성호생활문화센터
▲ 지난 5월 11일 마산 성호생활문화센터에서 2022 꼬부랑길 인생학교 입학식에 참여한 주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창원시 성호생활문화센터

연극교실이 열린 첫날 주민들은 각자 자기소개를 하며 참여 배경을 밝혔다. 윤혜옥(63) 씨는 "인생에 늦은 것은 없다. 도전하고 싶어서 연극교실에 들어왔다"며 처음으로 해보는 연극에 기대감을 보였다.

박향란(73) 씨는 "저는 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노래도 하고 미술도 하고 했는데 이번에 센터장님이 연극을 한번 해보자고 해서 같이 하게 되었다"고 참여 배경을 소개했고, 허광임(72) 씨는 "지난 학기에 구연동화를 해봤는데 새로운 체험이라 재미있었다.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연극교실에 들어왔다"며 의지를 보였다.

자신은 그냥 나이가 많다고만 소개한 오정남 씨는 "전에 구연동화를 하고 어린이집에도 가고 했는데 연극을 할 줄 모르지만 나이가 많아도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고, 고미숙(75) 씨는 "어릴 때 진주서 자라 연극하는 걸 많이 보았는데 나이는 많이 들었지만 이제라도 체험해보고 싶어 참여하게 되었다"고 했다.

꼬부랑길 인생학교 미술교실도 프로그램 일정이 연장됐다. 애초에는 5월 11일 시작해 오는 6일까지 매주 수요일 진행하기로 했지만 연극교실과 마찬가지로 4주 연장해 8월 초까지 이어진다. 미술교실은 창동예술촌 입주작가인 이혜경 서양화가가 맡았고 주민 12명이 참여한다.

▲ 꼬부랑길 인생학교 미술교실 학생들이 마을 벽화를 그리고 있다. /성호생활문화센터
▲ 꼬부랑길 인생학교 미술교실 학생들이 마을 벽화를 그리고 있다. /성호생활문화센터

미술교실 참여 주민들은 지난 5월 1차로 성호생활문화센터 지하 사무실로 들어가는 입구 벽에 성호마을의 모습을 담아 벽화를 그렸다. 지난달에는 각자 나름대로 그림 작업을 완성한 데 이어 이번 달에도 작품 하나씩 더 만들 계획이다. 8월이나 9월에 주민들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월 1회 마지막 토요일에 진행하는 꼬부랑길 이바구교실은 '아구할매'로 유명한 방송인 김혜란 씨가 맡아 진행하고 있다. 5월 28일 시작해 8월 27일까지 총 4회에 걸쳐 열리며 김혜란과 함께 하는 이바구교실이 끝나면 이어서 윤은주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장이 2회에 걸쳐 글쓰기 교실을 연다. 이바구교실에는 주민 10명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 5월 28일에는 수제비와 식혜를 만들었고, 6월 25일에는 김치김밥과 진해콩, 콩나물국을 만들며 음식에 얽힌 이야기와 주민들의 추억을 나누었다.

권형수 성호생활문화센터 문화기획자는 "성호동 주민들 일상이 문화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참여자들의 반응이 좋다"며 "인생 후반전 삶을 보내는 이들이 화가가 되어 자화상을 그려 전시도 하고, 난생처음 접하는 연극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연기해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을 단위 문화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다시 느낀다"고 전했다.

/정현수 기자 dino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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