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분할'지역갈등 반복 안돼
정부는 항공우주청 설립 서둘러야

2011년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국내 뉴스를 모두 집어삼켰다. 분노로 들끓은 여론에 국무총리는 "해체 수준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는 혁신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해체'까지 언급한 정부 속내를 알 수 없었다. 여러 추측이 나온 가운데 LH를 기능별로 분리하는 방안도 하나였다. 몸집이 너무 커서 회사에 문제가 많다는 논리로.

LH 역사 시계를 뒤로 돌려보면 탄생 비화는 드라마 수준이다. 한국토지공사(L)와 대한주택공사(H)를 합한 LH. 두 회사를 통합하자는 주장은 전두환 정권 때부터 나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정부 부처 간 혼선과 두 회사 간 '밥그릇 싸움'에 공기업 통폐합은 전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고, 2009년 마침내 주택공사가 토지공사를 사실상 흡수 통합했다.

끝이 아니었다. 힘들게 출범한 LH는 '경영 효율화'라는 과제보다 본사를 어디로 이전할지를 놓고 치열한 지역갈등에 휩쓸렸다. '진주냐, 전주냐.' 통합 전 각자 이전할 혁신도시가 있었다 해도 본사를 쪼개 둘로 나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망국적인 영호남 갈등으로도 번졌던 이 싸움 과정에서 결국 전북도와 전주시는 LH를 뺏길 수 없다며 '분산 배치론'까지 주장했다.

'항공우주청 사천 설립',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다. 선거 때야 표를 의식했다 하더라도 인수위원회 검토를 거쳐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정해졌다. 당황한 대전지역은 우주청만 분리하자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LH처럼 '쪼개기' 발상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박동식 사천시장은 대전의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억지로 규정하고, 공동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항공은 우주 관련 위성과 발사체 설계·생산의 핵심기술을 공통으로 활용하는 상호 호환성이 매우 높은 산업이라 연계 육성해야만 시너지가 극대화된다는 논리다. 국가 백년대계가 걸린 일을 지역이기주의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대전시장의 현명한 판단도 부탁했다. 다행히 이장우 대전시장은 우주청보다 항공우주기업 유치에 노력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LH 과거사처럼 소모적인 지역갈등과 분열, 삭발투쟁에 '관제데모'를 다시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항공우주청을 놓고 말이다.

항공우주청은 수도권의 공기업을 혁신도시로 옮기는 문제가 아니다. 대전에 있는 항공우주연구원 한 구성원은 '벌써 항우연 사람들 중에 항공우주청이 사천으로 가면 나갈 거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는 언론 인터뷰를 버젓이 한다. 협박 아닌 협박 같은 말이라 웃프게 들린다. 왜 꼭 대전이어야만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곳은 낯설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조속한 항공우주청 설립 추진이 필요하다.

/이영호 자치행정부 차장, 사천·고성 파견 hoho@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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