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산영화제에서는 이틀 동안 영화 14편이 상영됐다. 장편 3편과 단편 11편이다. 그중 관객과 만났던 작품 2편과 관객과 대화(GV) 내용을 소개한다.

◇<플라스틱 먹는 인간들>(서준석 감독·2021)

비닐봉지 235억 개, 페트병 49억 개, 플라스틱 컵 33억 개, 전 세계 플라스틱 83억t 생산(1950~2015)….

단편영화 <플라스틱 먹는 사람들>에는 이런 수치가 담긴 뉴스 영상이 첫 장면부터 등장한다. 이어 플라스틱 쓰레기 순환 구조를 그래픽으로 보여준다. 인간이 사용하고 버린 플라스틱을 물고기가 먹고 다시 인간이 그 물고기들을 먹어 치우며 쓰레기가 순환한다는 내용이다. 체내에 쌓이는 플라스틱이 복합 독성을 유발하는 설명도 한다.

영화는 '칼타아제(KARTase)'라는 플라스틱 분해 효소가 개발된 뒤 인간이 플라스틱을 먹어 치우는 사회가 된다는 설정을 담았다. 상영시간은 8분이다.

▲ 서준석(가운데) 감독.  /최석환 기자
▲ 서준석(가운데) 감독. /최석환 기자

서준석 감독은 정부가 사람에게 지원금을 주고 그 돈을 받은 사람들이 끼니를 플라스틱으로 때우며 플라스틱을 없애나가는 세상을 스크린 속에 그려냈다. 영화 속에서는 플라스틱을 먹는 사람들 얼굴에 붉은 반점이 나거나, 자신도 모르게 코피가 흐르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체 유해성을 보여준다.

서 감독은 "코로나 이후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했다"며 "환경적으로 문제라는 건 알지만 자신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 주제이기에 이를 잘 보여주고자 플라스틱을 소재로 삼게 됐다"고 말했다.

 

◇<땅따먹기>(정치헌 감독·2020)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가족들이 서서 눈물을 훔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영면에 든 고인 옆에 돈다발과 현금 계산기가 놓여있다. 장의사인 줄 알았던 한 남성이 고인을 덮고 있던 흰 천을 걷은 뒤 동전 4개를 가져온다. 가족들은 이내 눈물을 그치고 고인 상체 위에서 땅따먹기 게임을 시작한다. 유산을 나누는 방식이 땅따먹기다. 게임이 시작되자 언제 울기라도 했냐는 듯 말 한마디 않고 게임에 열중한다. 땅을 많이 딴 가족은 현장에서 돈을 지급받는다.

정치헌 감독이 제작한 단편영화 <땅따먹기>는 영안실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품은 11분짜리로 대사가 없는 영화다.

출연진 9명은 상영 기간 내내 좁은 식장 안에서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입으로 소리를 내는 건 울음소리 말고 없다. 말 대신 표정과 몸짓으로 심경을 보여준다. 영화 막판에는 너나 할 것 없이 고인 몸 위에 사인펜을 마구 그려대며 유산을 더 가져가기 위해 가족끼리 다투는 모습도 그려진다.

같은 날 오후 열린 GV에서 정 감독은 땅따먹기로 자녀 간 유산을 가르는 영화를 찍은 배경으로 직접 겪은 집안 상황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를 만들 무렵에 가족끼리 재산 문제로 다투고 있었다"며 "그때는 친구들과 게임으로 내기를 많이 하던 시기이기도 해서 두 가지 생각을 영화로 찍어보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에는 헌옷수거함에 사는 할아버지 이야기를 구상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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