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손님 맞을 때 존중 담아 하는 말
아끼고 지키면 자랑거리 되고 돈벌이 돼

날 때부터 천한 사람 없듯이, 천하게 태어난 말도 없다. 천하게 여기면 천해진다. 태어나면서 쓰던 토박이말, 자신의 어머니 아버지가 쓰던 말을 부끄럽고 천하게 여기면 천한 말이 된다. 아끼고 다듬으면 귀한 말이 되고 잘 정리해서 보존하면 문화재가 된다. 후손에게 온전히 남길 수 있는 지역의 유산이 된다. 무형문화재로 지정할 수도 있다.

2002년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는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를 내세우며 지역 축제를 했다. 지역 사람들이 지역어를 쓰면서 지역 축제를 하는 게 뭐 대단하냐 싶지만 예전부터 입으로는 사투리를 써 왔지만 글로는 감히 편하게 쓰지 못했던 것이 지역어였다. 딱히 규정된 맞춤법도 없었다. /ㅓ/와 /ㅡ/의 소리가 구별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미더덕'을 '미드덕, 미더득'으로 써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여러 가지로 쓰면 뭔가 잘못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구별 안 하는 두 소리[어, 으]를 하나로 적을 수 있는 현행 문자가 없을 뿐이다. 우리에게 맞는 옷이 없을 뿐인데 우리는 옷을 잘못 입고 있다고만 생각해 왔다.

'아구할매, 좋은데이, 한우지예, 에나로…' 쉽게 꺼내기 어려웠던 '사투리'가 슬슬 방송에 나오고, 상표가 되고, 길 이름이 되며서 어쩜 부끄럽게 생각해 왔던 지역어가 우리 곁으로 오고 있다. 귀한 줄 모르고 써 왔던 사투리로 돈을 벌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다. 텔레비전에서 쓰는 말과 달라서 어디 자랑스럽게 내놓지 못했던 지역어가 이젠 그 다르고 낯섦을 잘 부리면 돈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오시다, 오이소"는 경기 지역어는 없는 소중한 우리 지역어이다. 언어변화의 큰 물결을 이겨낸 화석같이 남아 있는 우리말이다. 지역의 젊은 계층들은 잘 안 쓰기 때문에 곧 사라질 우리말이기도 하다. 반가운 손님을 맞이할 때 그 손님을 높이면서 쓰는 말이다. 역사적으로 듣는 사람을 높이는 말은 '이'였다('이'의 'ㅇ'은 위에 꼭지가 있는 옛이응). 18세기를 지나면서 이 '이'는 사라지고 '읍니다'가 듣는 사람을 높이는 구실을 해 오고 있다.

경기 지역어에는 사라진 듣는 사람을 높이는 '이'가 '오시다, 오이소'에 녹아있다. 자세히 들으면 '오시이다, 오이:소'이다. 표기에는 반영이 안 되었을 뿐이지 듣는 이를 존중하는 '이'가 우리 지역 사람들에게는 제 구실을 한다. 그래서 '오시다, 오이소'라는 말을 들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말하는 사람이 그 말을 듣는 나를 존중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듣는 사람 높이는 '이'가 없는 말을 쓰는 사람에게 '오시다, 오이소'는 낯설다. 그 사람들은 '이게 반말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주도 몇 번 가면 '한저 옵서예'가 '어서 오십시오'라는 말임을 알게 되듯이 우리도 마을마다 가게마다 '오서 오시다, 어서 오이소'라고 해 놓으면 퍼떡 알아듣게 된다.

여행 가서는 자기 동네에도 있는 체인점 음식을 먹지 않듯이 그 낯섦은 곧 여행의 즐거움으로 바뀐다. 특히 '오시다'는 남해 지역에서 쓰는 말인데 최근 들어 널리 쓰고 있어서 곧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 거 같다.

지역어는 부끄럽게 생각하면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천한 말이지만 아끼고 보존하면 자랑거리가 되고 돈벌이도 된다. 아끼고 보존하면 문화재가 된다. 청년들은 잘 안 쓰고 있으니 이제 도청이나 군청에서는 이런 말들을 우리 지역 문화재로 지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

오이소 경남! 오시다 남해!

/박용식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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