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 성평등 목표로 하는 정책
여성가족재단 연구기능 축소 안돼

최근 '경기도 인수위 '여성건강 찬스' 사업계획 발표' 기사가 났다. 경남 인수위에서는 '여성가족재단 기능 축소, 성평등 정책 후퇴(6월 23일 자 경남도민일보)'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로 아직 충격이 남아 있는 터라, 경남지역 사람으로서 부러움과 안타까움과 울화와 같은 엇갈린 감정들로 불편했다.

우리 경남은 도 단위로는 경제구조나 인적 자원 활력 면에서 경기도 다음으로 규모가 크고, 그만큼 성장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최초 전국 비교 측정 이래로 성평등 지수 면에서는 한번도 상위권으로 진입한 적이 없다. 최근까지도 중하위권과 하위권을 맴도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새 도정 인수위는 성급하게 여성가족재단 명칭을 변경하고 기능을 축소하는 방향을 고민한다는 정보가 매체에서 흘러나온다. 정말 이제 수도권보다 더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고자 하는 패기를 다 잃은 것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서도 당선되자, 지방선거에서는 여성정책 관련 공약이 실종되었다. 경남도 마찬가지다. 박완수 당선자 공약집에서는 지역 성 불평등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담은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6월 27일 자 인수위에서 발표한 도정과제에도 마찬가지다. 남성 중심 노동환경과 산업구조가 변화하지 않으면 청년여성이 더는 지역에 머물 수 없다. 일-생활 균형을 지원하는 괜찮은 일자리와 문화 인프라가 보장되지 않으면 지역 청년들은 계속 수도권으로 갈 기회를 찾게 될 것이다.

지역 여성정책은 더이상 여성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지역에 살고 있고 살아가게 될 지역 여성과 남성 모두를 위한 정책이다. 여성의 삶이 건강하고 행복하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사회구조에서 살아가는 남성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효과를 객관적 데이터로 확인하고, 증거에 기반한 정책 수립을 위해 여성가족재단의 연구기능이 중요하고 이를 핵심기능으로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여권운동가 리베카 솔닛은 그의 책에서 "세상을 바꾸려면 정확한 이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책에서 '여성'을 내세우는 것은 성평등으로 가는 방향과 본질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일이다. 우리 사회의 성 불평등 문제를 명료하게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아직도 여성들은 무차별적인 폭력에 남성보다 더 취약하고, 심지어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불안하다. 또 독박육아로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청년여성들과 경제적 권리가 박탈된 삶을 살아온 빈곤한 노인여성, 이 두 계층의 문제를 나누어 짊어지는 중년여성의 문제가 있다.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를 교정하려면 '여성'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성' 정책은 '성평등'을 목표로 하는 성평등 정책이다. 결코 남성을 배제하거나 기회를 제한하는 정책일 수 없다.

이달 1일 박완수 경남도정이 시작됐다. 지역에서 성평등 정책 추진은 지자체장의 마인드가 매우 중요하다. 박완수 도정은 홍준표 도정에서 벌어졌던 '양성평등기금 폐지'와 같은 오명을 남기지 않으면 좋겠다. 오히려 뉴스에서 경남 박완수 도정 인수위의 정책기조에 수정 보완된 '여성' 정책이 등장하면 좋겠다. 경남도정에 '여성' 정책이 전면에 홍보되고, 성평등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갈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기대하게 되기를 바란다.

/김희경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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