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암자지만 열심히 화단을 돌본다
꽃처럼 기쁨 주는 게 종교 본연이기에

집을 지은 지 2년이 되었다. 텃밭이며 화단을 새로 만들었지만 딱히 이렇다 할 계획이라곤 없이 계절 따라 화원에 가서 이러저러한 꽃들을 사서 심었기에 눈대중 없고, 가늠 없고, 규모 없고, 대책도 없이 꽃들은 제 맘대로 피고 시절을 따라 졌다. 어떤 꽃은 자연적으로 씨를 뿌려 해가 바뀌면서 새로 싹이 나고 또다시 꽃이 피었지만 어떤 꽃들은 뿌리까지 썩어 다시 나지 않았다.

접시꽃 같은 경우는 씨를 구해다 이리저리 땅을 골라서 이른 봄에 파종을 하였는데, 당해엔 손바닥만 한 잎만 무성하여 꽃에 대해 잘 모르는 어떤 이가 아욱이 많이 났다고 하는 바람에 씨를 잘못 구했는가 싶어 다 뽑아버렸다가 한쪽 구석에서 겨우 살아남은 접시꽃 모종이 2년 만에 꽃을 피웠으니 더 말을 안 해도 나의 화단 가꾸기는 거의 실패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화단이며 텃밭이 쑥대밭이 되거나 쇠뜨기가 빼곡하거나 개망초만 비쭉이 크거나 또는 어지러이 이 꽃 저 꽃 섞어 피었더랬다.

그래서 비록 혼자 사는 시골구석의 법당도 갖추지 못한 작은 암자지만 꽃이나마 규모 있게 제대로 가꾸어보기로 했다. 꽃 불사(佛事)를 이루고, 나를 찾아오는 이들이 잠시나마 웃을 수 있고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보람될 것이라 여겼다.

집이야 사람이 살려면 어쩔 수 없이 있어야만 했기에 2년 전에 지은 것이지만 법당이야 여느 사찰처럼 한옥으로 번듯하게 건물 불사를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중이 건물을 불사하고 절을 번듯하게 지은들 물려줄 상좌도 없고, 그렇다고 속가 식구들에게 물려준다는 건 더 옳지 않은 일인지라 차라리 적은 금액이나마 꾸준하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선발해 장학금을 주는 것이 더 사는 보람도 되고 사후에도 남은 재산이 학생들 장학금으로 쓰인다면 한세상 살았던 보람도 있을 터였다. 절을 지어 다른 스님들이 살도록 하는 것도 좋겠으나 불가에도 출가인이 터무니없이 줄어 빈 절이 넘쳐나는 추세다.

나와 뜻을 같이하는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도반 스님은 채송화와 백합을 주 종목으로 선택해서 꽃동산을 만들 작정을 하였다. 그래서 "그렇다면 나는 송엽국과 수국을 주 종목으로 선택해 꽃동산을 만들 테다"라고 선언을 하였다. 송엽국은 줄기를 떼서 바로 옮겨 심어도 발근율이 좋아 금방 잎이 풍성해질 뿐만 아니라 봄부터 늦가을까지 꽃이 피고지고 피고지며 번진다. 수국은 화원에서 사기에는 비싸서 새로 난 줄기를 잘라 상토에 삽목을 했다가 비가 오는 날을 틈타 노지에 옮겨심기를 하였는데, 다행이 발근율이 80%를 넘겼다. 물을 자주 줘서 새순이 무성한 수국은 가지마다 흙을 북돋아 잔뿌리를 낸 다음 전지가위로 일일이 가지를 잘라 분주(分株)를 해서 노지에 심었는데, 이것도 성공적인 생존율이었다. 꽃 불사는 이제 시간과 땀과 정성이 말해줄 테다. 더불어 꽃처럼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일이 종교의 본연이라고 믿는다.

/도정 승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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