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으로 거리 두기를 하면서 우리 일상은 많은 것이 변했다. 다른 나라와 가장 다르다고 느꼈던 꺼지지 않는 한국의 밤도 마치 미국 거리처럼 밤 9~10시만 되면 모든 가게 불이 꺼지고, 길거리에서도 사람을 볼 수 없었으며, 외국여행을 떠난 지 벌써 3년이 흘렀다. 4인 이상 모일 수 없다 보니 각종 모임을 할 수 없게 돼 자연스럽게 인간관계 폭도 줄어들었다. 지난 4월 코로나 확진자 감소 추세에 따라 거리 두기가 해제됐다. 그래서 지난 2년간 하지 못했던 외식, 친구들과의 만남, 외국여행을 바로 시작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일상으로의 복귀는 멀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는가 싶더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의 록다운(봉쇄) 등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그로 말미암아 '코로나 시대'를 지나고 나니 '3고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3고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를 일컫는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에 달했는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리먼 사태 직전인 2008년 8월 5.6%) 이후 처음으로 5%를 상회한 것이다. 특히 외식 물가가 7.4%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치킨을 비롯해 자장면, 떡볶이, 칼국수 등 전체 39개 외식 품목 가격이 지난해 말보다 크게 뛰었다.

외식비 상승과 관련해 점심(런치)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결합한 '런치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점심 밥값이 기본 1만 원을 넘어가고 커피까지 마시면 점심값 지출만 1만 5000원이 훌쩍 넘는다. 저녁까지 해결해야 한다면 하루 식비는 3만 원 수준으로 잡아야 하니 직장인들에게 가벼운 가격이라 할 수 없다. 지갑은 가벼워지고 마음만 무거워지는 물가수준이다. 역대 최악의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현상으로 직장인과 대학생 점심 문화도 바뀌고 있다.

직장인들은 외부 공개 관공서의 구내식당을 이용하기도 하고, 직원 수가 적은 사무실은 각자 도시락을 마련해 오고, 커피는 사무실 탕비실에서 해결하기도 한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대학생들은 상황이 더욱 어렵다. 대학 구내식당 메뉴 가격은 3000~5000원가량 올랐다. 교내 학생식당들은 가격을 20~30%가량 인상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나홀로 직장인과 대학생 수가 증가하여 편의점 도시락 매출 증가율이 4월부터 40%대까지 올랐다고 한다. 필자가 대학 시절 혼자 처음 식당에서 밥 먹었을 때 어떤 후배가 '혼자 밥 먹을 줄 알아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그때는 '그만큼 바쁘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의미의 말이었지만, 지금은 아끼기 위해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남태양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