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여성단체연합, 모니터링단 양성교육
피해자 고통 공감·안전 고민
"여성 친화적 법정 변화 기대"

"공정한 재판도 인권을 구성하는 일부입니다. 누명을 쓰면 안 되겠지만, 피해자가 있는데도 가해자가 적정한 처벌을 받지 않으면 안 되겠죠. 시민 모니터링단은 공정한 재판이 무엇인지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6월 30일 오후 김해영 경남여성회부설 성폭력상담소장이 여성폭력 재판 모니터링 보고서 작성을 알려주는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을 듣고자 20여 명의 여성이 창원시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교육실로 모여들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에서 마련한 '2022년 경남 여성안전 시민 모니터링단 양성 과정' 참가자들이다. 참가자들은 성폭력 상담원부터 사회복지사, 일반시민까지 연령대와 직업이 다양하다. 공통점은 '여성 안전'에 관심이 많다는 것. 이들은 6월 14일부터 7월 5일까지 여성폭력 형사 재판의 이해를 돕는 수업을 듣거나, 여성폭력 재판을 참관하고 있다. 여성폭력 재판을 모니터링하면서 여성 안전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있다.

▲ 30일 오후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교육실에서 여성폭력 재판 모니터링 보고서 작성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김다솜 기자
▲ 30일 오후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교육실에서 여성폭력 재판 모니터링 보고서 작성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김다솜 기자

경남여성단체연합은 2020년부터 경남 여성안전 시민 모니터링단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 모니터링단은 이번 양성 과정을 거친 다음 오는 10월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권은주(36) 씨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경남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서 실습을 나왔다가 모니터링단에 지원했다. 법정에서 함께 앉아 있는 것 자체로 피해자에게 힘이 될 거란 생각에서다.

그는 "피해자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피고인 중심으로 재판이 진행된다고 느꼈다"며 "법정에서 피해자 개인정보를 함부로 말하기도 하는데, 내가 피해자라면 속상할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경남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상담원인 신경진(29) 씨도 함께하고 있다. 신 씨는 "불구속 피고인은 방청석에 같이 앉아 있다가 불려가기도 하는데 다들 평범하다"며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이라 내 옆의 사람이 성폭력 가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에 무섭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이제는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높아져서 여성폭력을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보고 있다"며 "일반 시민들도 사법부가 나를 지켜줄 수 있는지 살펴보고 싶은 욕구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윤 대표는 "우리나라 형법 제도 안에서 여성 폭력 피해자들은 본인 피해 호소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하고, 2차 가해를 겪는 걸 피력할 기회도 없다"며 "여성안전 시민 모니터링단 활동으로 여성 친화적인 법정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다솜 기자 all@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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