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선생님이 얼굴이 창백하다며 얼른 양호실(보건실)에 가보라고 했던 적이 있다. 양호(보건) 선생님은 배를 몇 번 눌러보더니 "얼른 화장실 가라"라고 말했다. 사실 배가 아픈데 화장실 가기가 망설여져 꾹 참고 있었다. 화장실에는 휴지도 없었을뿐더러 쪼그려 앉아야 하는 게 싫었다. 30년 전 일이다.

오늘날 학교에도 그런 화장실이 있다고 한다. 경남에는 984곳 초·중·고가 있는데, 만든 지 20년이 넘어 앞으로 개선해야 할 화장실이 있는 학교가 506곳으로 절반이 넘는다.

학교 화장실을 비롯해 지은 지 40년이 넘은 건물 등은 중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대상이다. 이 때문에 경남교육청은 '그린스마트미래학교' 등 사업을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중 1조 원을 기금으로 적립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건축물 보수는 방학 등을 이용해야 하니 적기에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교육교부금 일부를 떼어내 고등교육기관(대학)에 나눠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자 진보·보수 성향 교육감, 교원 단체 모두 반발이 드세다.

정부의 논리대로 앞으로 학생 수가 줄어들 테니 교육 예산을 줄이겠다는 게 맞을까. 학생 수는 줄지만 학급 수는 늘어난다. 학급 수가 늘어나면 당장 교원 인건비만 생각해도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소멸 위기 지역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과 비교된다.

일부 언론은 정부와 발맞춰 학생에게 태블릿PC 지급, 코로나19 지원금, 교육수당 지급 약속 등을 두고 교육청이 예산을 '흥청망청' 쓰는 것처럼 표현했다. 교육청이 학생에게 예산을 쓰는 게 과연 퍼주기일까.

/김희곤 시민사회부 기자 hgo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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