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포에도 환자 살핀 필수노동자
감사함 담아 그 손 따뜻하게 잡고 싶다

아직 완전한 끝은 아니나 이제는 전의를 상실한 듯한 코로나 기세에 두려운 듯 밖을 내다보던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서로 손을 내밀어 온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코로나 대유행 시대에 우리는 오랫동안 손이 서로를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 서로의 손을 통해 전염될지 모르는 바이러스를 걱정하며 애당초 손잡는 법을 배운 적이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언젠가 식당에서 무심코 비닐장갑을 끼지 않고 집게를 잡았을 때 나에게 쏟아졌던 따가운 눈총은 지금 기억해도 아프다. 손, 손을 내민다는 것은 내 마음이 너를 향한다는 마음의 소리, 필요할 때 내가 너를 붙들겠다는 든든한 응원의 말이다.

코로나가 막 시작되었을 때 지금껏 듣도 보도 못한 그 이상한 바이러스는 우리를 한껏 움츠러들게 했다. 텔레비전에서는 길 가다 이유도 없이 쓰러져 사망하는 사람 모습, 냉동 트럭에 어떤 존엄도 없이 방치된 시신 모습이 연일 보도됐다. 우리는 막상 코로나에 걸릴 수 있다는 불안감과 내가 코로나 숙주가 되지나 않나 하는 이중 공포에 떨었다. 그렇게 숨죽여 지내던 어느 날 텔레비전에 나온 한 장면은 울컥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방호복과 얼굴 가리개로 중무장해 온몸이 땀범벅이 된 모습, 마스크가 사정없이 누르는 압력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얼굴에 반창고를 덕지덕지 바른 채 잠시 휴식 시간에 쉬고 있는 코로나 현장 의료진 모습이었다. 그들은 코로나와의 전투 일선에 선 전사 같았다. 그 모습은 마치 남들이 피해서 도망치는 화재 현장에 거침없이 돌진하는 소방관처럼 보였다. 맨몸으로 서 있어도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한여름에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했던 방호복과 보호장구는 얼마나 무겁고 가혹했을까? 그럼에도 땀범벅으로 웃고 서 있는 그 환한 모습에 순간 마음속에 등불 하나가 확 밝혀지는 느낌이 들었다. 카메라는 그 의료진의 손을 비추었다. 마치 오랫동안 목욕탕에 다녀온 듯 손은 퉁퉁 불어 있었다. 장갑을 오래 끼고 더위에 땀에 절어서 그 모양이 된 듯했다. 손이 그렇게 되기까지 그들은 얼마나 열심히 일했고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던 것일까?

참혹한 사투의 현장에서도 여전히 필수 노동자의 손은 바쁘게 움직였고 환자들을 보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라고 어찌 바이러스가 두렵지 않았을까? 아니, 막연한 공포감을 가진 보통 사람에 비해 실제로 고통받고 죽어가는 환자를 현장에서 보살핀 이들의 심정은 훨씬 구체적이고 생생한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회피한다면 그 참혹한 대유행 시대는 어찌 끝났을 수 있었을까? 텔레비전 공익광고에서는 그들을 국민의 영웅이라고 말했다. 현대를 영웅 부재 시대라 말하지만 그들은 분명 영웅이란 호칭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오늘의 영웅은 하늘을 날거나 지구를 구하는 엄청난 힘을 지닌 비현실적인 존재가 아니라 그렇게 우리 곁에서 묵묵히 헌신하고 봉사하며 사람들을 지키는 존재들이었다.

이제 코로나는 힘을 잃어가고 있고 이에 반비례해 일상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들이 공포를 잊고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또 어디에선가 보이지 않는 손들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소박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생명을 살린 돌봄의 도구인 일하는 손을 따뜻하게 잡아보고 싶다. 고마웠다고, 그 귀한 노동을 절대 잊지 않겠노라고.

/윤은주 수필가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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