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편내편 사회적경제(6) (유)아름건축

2016년 자활기업으로 출발해
주거 개선부터 보수·관리도
수익보다 사회적 가치 우선
"지역 문제, 지역서 해결돼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누리집에서 건축분야 사회적기업을 찾아봤더니 전국에 총 88곳으로 집계됐다. 인증받은 사회적기업 3342곳 중 2.6%를 차지한다.

건축은 자재비와 인건비가 제조업, 요식업 등 다른 분야보다 자본금이 필요하기에 사회적경제기업 진출이 사실상 쉽지 않다. 또 비가 오면 일을 못 하거나, 겨울에는 비수기로 지내야 하는 계절특수성 때문에 수입창출에 안정성을 찾기 쉽지 않다. 건축업에 접근하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 3년 동안 사회적가치지표(Social Value Index)에서 탁월 또는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사회적기업이 있다. 전북 군산 (유)아름건축이다.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하면서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을 하는 일거양득 회사인 점이 아름건축 사회적가치지표를 높였을 것으로 예측했다.

사회적가치지표 보고서 너머 모습은 어떨까. 아름건축 사무소와 건축현장을 직접 찾아가 아름건축이 가진 사회적 가치를 살펴봤다.

▲ 군산시 미룡동에 있는 아름건축 앞에서 조숙희(앞줄 오른쪽에서 둘째) 대표와 직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아름건축
▲ 군산시 미룡동에 있는 아름건축 앞에서 조숙희(앞줄 오른쪽에서 둘째) 대표와 직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아름건축

◇자활기업에서 지금까지 = 아름건축 사무소는 검정 철재로 마감한 세련된 건물이었다. 1층은 건축자재를 보관하는 장소다. 또 현장직원이 일하고 와 씻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있다. 2층은 사무공간을 조성했다. 조숙희(55) (유)아름건축 대표는 아름건축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또 동료가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립 초창기에 공간마련에 힘썼다.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도 중요하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가 편안하고 깨끗하게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당연한 생각에서다.

당연하지만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이런 생각들은 아름건축 곳곳에 묻어있었다. 아름건축 시작부터 지금까지 그래 왔다. 아름건축 초기 구성원이기도 한 조 대표는 "서로 욕심내지 않는 기업을 만들자고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2016년 자활센터 주거복지사업단 3명이 자활기업 아름건축을 세웠다. 설립 과정은 문장 한 줄로 표현할 수 있지만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조 대표는 건축분야는 전혀 모르고 있던 터라 건축 분야를 공부해가며 사업에 적용해야 했다. 조 대표는 "자활센터 주거복지사업단을 맡을 때는 행정만 해도 된다고 해 나섰다. 하지만 건축 현장과 실제를 꿰고 있어야 하더라. 6개월 정도 따로 공부해가며 자신감이 붙였다"고 말했다.

▲ 아름건축 기사들이 창틀 공사가 한창인 전북 군산시 한 연립주택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맨 오른쪽이 2019년부터 현장을 도맡은 이해명 기사다.   /주성희 기자
▲ 아름건축 기사들이 창틀 공사가 한창인 전북 군산시 한 연립주택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맨 오른쪽이 2019년부터 현장을 도맡은 이해명 기사다. /주성희 기자

◇욕심내지 않으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 조숙희 대표는 사기업이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운영하기 어려운 이유로 '사후관리'를 꼽았다. 공사 후 문제가 생기면 보수를 해주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애초에 공사 단가가 많지도 않거니와 무료 보수에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비용이 부담되니 여타 건축사무소들이 취약계층 주거 개선 사업에 뛰어들어도 금방 노선을 바꿔버린다.

조 대표는 "예를 들어 창틀 교체를 해줬던 가구에서 전등이 나갔다고 수리를 요청하는 연락이 오기도 한다. 사기업에서 이런 일을 감당하려 들겠느냐"고 말했다.

아름건축은 어떻게 해냈느냐. 기업 설립 때 마음가짐처럼 욕심내지 않았다. 구성원이 사회적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무료 보수, 사후 관리를 계산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사후관리뿐만 아니라 시공 전·후에도 지역민과 소통은 계속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수선유지급여사업 경우 집을 수리해야 하는 대상자를 선정하고 나면 사전 현장조사를 진행한다. 가구마다 한정된 금액이 있어, 가장 시급한 공사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단순 실측, 현장 점검만 할 수 없다고 했다.

조 대표는 "대상자들이 가진 무수한 사연을 듣곤 한다. 우리는 시간낭비, 귀찮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상자들에 공감한다. 사회복지 차원으로도 본다. 사회적기업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2019년부터 아름건축 현장을 도맡았던 이해명(62) 기사는 "한 달에 한 번꼴로 공사해줬던 가구에 방문해본다. 기사들에게 직접 전화가 오면 찾아가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수리가 필요하면 고쳐주고는 한다"고 말했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자재가 필요해도 대상자에게 별도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 조 대표는 그 덕분에 골치가 아프지만 아름건축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지역민을 아끼는 이유는 아름건축이 세워지기 전 다른 지역 건축사무소가 군산 지역민 주거 개선 사업을 했던 시기를 기억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 대표는 "우리 지역 문제는 그 지역 안에서, 지역민이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그게 사회적경제기업 몫 아니겠는가. 지역 안에서 공사가 이뤄져야 사후관리 문제도 빨리 해결되더라"고 말했다. 공사해주는 업체, 공사를 받는 거주민 입장이 아니라 지역민끼리 만났으니 서로 이해하는 폭이 더 넓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해명 기사는 대상자들과 소통하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이 기사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 살던 집에 웃풍이 심했다. 겨울마다 너무 힘들었다더라. 창틀을 바꿔 해결해드리니 굉장히 좋아하면서 고맙다던, 그런 기억들만 난다"고 말했다.

▲ 아름건축 기사들이 창틀 공사를 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 아름건축 기사들이 창틀 공사를 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이 기사는 현장에서 일도, 동료와 협업도 모두 만족하며 일하고 있다. 이 기사는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처럼 마음 맞춰 일하고 있다"며 웃으며 말했다.

◇사회적경제가 우리 사회 안정적으로 이끌어줘요 = 조 대표가 강조하는 '지역 문제를 지역민이 해결한다'는 자세는 사회적경제기업이 가져야 할 기본 소양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같은 맥락에서 조 대표는 아름건축 경영에 그치지 않고 군산사회적경제네트워크를 발족해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네트워크는 사회적경제 종사자나 관계자들이 모여 만들었다. 사회적경제 필요성, 개선 여부 등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사회적경제 발전을 꾀한다.

조 대표는 "네트워크로 사회적경제 종사자 여러 명 목소리를 모으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네트워크 발족 이후 군산에 사회적경제를 지원하는 중간기관이 생겼다.

올해 8월 군산에 사회적경제혁신타운이 들어선다. 조 대표는 사회적경제혁신타운 설립과 함께 시민들이 사회적경제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사회적경제를 알고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들도 많아지길 바란다.

조 대표는 작지만 강한 사회적경제기업 여러 곳이 지역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조성한다고 봤다.

조 대표는 "대기업 조성도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업이 위기를 맞으면 지역 전체가 휘청거린다. 하지만 사회적경제기업이 많이 있다면 지역사회를 버티게 해주는 뿌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사회적경제가 우리 사회를 안정적으로 이끈다고 믿는다. 조 대표와 아름건축 기사들은 그 믿음을 갖고 오늘도 지역민들 집을 뚝딱뚝딱 고치고 있다.<끝>

/주성희 기자 hear@idomin.com

 

☞사회적가치지표

사회적경제기업이 사회적 목적을 갖고 조직운영으로 창출하는 사회적 성과와 그 영향을 보다 종합적·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지표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해마다 한 번씩 사회적가치지표 탁월, 우수기업을 선정한다. 선정된 기업들은 진흥원이 지원하는 사업에 우선순위로 선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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