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도, 두 번째 파도 (1) 세일링 포럼

정책·실무·연구자 한자리 모여 거제 바다서 조선소 등 둘러봐
해양문화 과거·현재 기록 시도... 문화 자산으로 유형화 필요

내륙의 변화는 눈에 곧잘 드러나지만 해안선부터 먼바다까지, 해양의 탈바꿈은 눈치 채기 어렵다. 바다와 가깝게 산다면 모를까, 눈에서 멀어진 바다의 기록은 서서히 잠식하는 해안선처럼 옅어진다. 2020년 거제 폐조선소 청강개발에서 지역 조선산업을 주제로 한 기획 전시 '첫 번째 파도'를 치렀던 로컬디자인 섬°(섬도)는 최근 경남과 부산, 울산 바다에 배를 띄웠다. 바다와 해양산업 과거와 현재를 모두에게 돌려주겠다는 문화 기록자의 뜻깊은 여정이었다.

 

지난 27일 오후 거제 청강개발 물양장 터에 하나둘 발걸음이 이어졌다. 소형 선박이 청강개발 물양장 터 앞바다에 뜬 요트로 이들을 실어 옮겼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 섬도 '두 번째 파도' 기획 큰 줄기 하나인 세일링 포럼이 열려서다.

세일링 포럼은 여러 해양산업 실무자, 연구자, 정책 입안자 등을 불러 현안을 말하고 듣는 자리였다.

이날 포럼은 동남권 해양도시 주요 항만과 조선소, 산업단지를 바다에서 조망하는 탐사 형식으로 치러졌다.

앞서 섬도는 울산, 부산 포럼을 치러냈다. 이날 경남 포럼은 마지막 항해였다.

다이아몬드베이 카마타란 요트 '마이다스725'에 탄 참가자들은 성내조선기자재협동화공단→건화공업→삼성중공업→고현항→한내공단→한내조선특화농공단지→대우조선해양→옥포항을 차례로 둘러봤다.

항해 백미는 조선소.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 조선소에 세워진 거대한 배는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두 기업이 수주했다던, 기사로만 접하던 LNG선 등 여러 배의 육중함이 드디어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골리앗 크레인, 육상 독(dock), 플로팅 독…. 도내 조선업 현재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설비 체계도 한눈에 받아들여졌다.

▲ 로컬디자인 섬도 기획 포럼 참가자들이 요트에서 거제 조선업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최환석 기자
▲ 로컬디자인 섬도 기획 포럼 참가자들이 요트에서 거제 조선업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최환석 기자

이영준 기계비평가가 사회를 맡은 이날 포럼에서는 김우수 경상국립대학교 해양과학대학 연구석좌교수, 배재류 ㈜코세리 대표이사, 피더 다이 ㈜코스코 비즈니스 디렉터, 김용호 한국해양소년단 경남남부연맹 사무처장, 양승훈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등이 발표를 맡았다.

항해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문화부터 조선업, 레저까지 다양한 주제로 바다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했다. 이들 발표를 관통하는 큰 줄기는 결국 사람이었다.

김우수 교수는 해양문화 통합과 정리는 곧 모두의 과제라고 말했다. 나름의 인식을 바탕으로 이어받아 전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논지였다. 조선업 변화 양상을 소개한 배재류 대표는 현안으로 인력 부족 현상에 주목했다.

해양산업에 종사하는 자신 삶을 소개한 피터 다이 비즈니스 디렉터나 '중공업 가족' 탄생과 해체를 소개한 양승훈 교수도 마찬가지 사람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섬도 두 번째 기획은 '쇠로 만든 방주 표류하는 아고라'로 이름 지어졌다. 지금까지 과학기술과 경제를 중심으로 논의된 해양산업을 문화 차원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다.

나아가 해양산업 체계 전환에 맞서 바다 기술과 역사, 문화를 자산으로 유형화하려는 게 주된 목적이다. 다음은 섬도가 소개하는 세일링 포럼 골자.

"우리는 바다를 터전으로 다양한 삶을 일구어 살아갑니다. 기후위기로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을 극복하고자 우리가 취해야 할 문화적 행동 양식과 실천방안은 무엇일까요? 최근 해양수산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산업 체계가 전환되면서 다양한 정책, 과학·기술적 연구 성과 등 정보가 쏟아집니다. 우리는 첨단 신소재, 선박 통합 디지털 플랫폼 구축, 자율운항, 그린에너지 전환, 스마트 물류 시스템 구축 등 풍부하고 다채로운 의제가 전개되는 데 주목했습니다. 해양산업이 문화 차원으로 논의될 수 있는 까닭은 결국 우리 삶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 동남권 바다와 해양산업을 살피고 기록하는 기획 '두 번째 파도'를 마련한 이은주(왼쪽 첫째) 섬도 대표가 세일링 포럼 맺음말을 하고 있다.  /최환석 기자
▲ 동남권 바다와 해양산업을 살피고 기록하는 기획 '두 번째 파도'를 마련한 김은주(왼쪽 첫째) 섬도 대표가 세일링 포럼 맺음말을 하고 있다. /최환석 기자

섬도 기획에 함께한 이영준 비평가는 이번 포럼이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바다를 새로운 각도에서 보는 것이 가장 큰 취지였다"며 "경험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심화할 것인가 고민했는데 여러 불확실성을 뚫고 치러낸 이번 포럼에서 다양한 담론을 형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바다에서 바다를 살피며 기록하는 작업은 왜 필요할까. 이 비평가가 살뜰하게 풀어 설명했다.

"한국은 바다를 어마어마하게 적극적으로 개척하는데, 인문학적·문화적 해석은 전혀 않죠. 바다를 활용해 돈은 벌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 도대체 무어냐고 누군가 물으면 돈벌이 이외에 다른 설명이 모자라요. 앞으로 동남권 해양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 부산 북항 재개발 등으로 크게 탈바꿈할 겁니다. 이 시점에서 물질적 풍요 이 외에 문화적 차원의 해석이 필요한 까닭이죠."

섬도 '두 번째 파도' 기획은 이번 세일링 포럼 이후 올 연말 직접 수집한 동남권 해양산업 자료를 시각화한 전시로 이어진다. 규모로나 범위로나 실로 방대한 작업을 기획한 섬도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최환석 기자 che@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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