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인 역사를 기억하는 여행을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역사교훈여행)이라고 한다. 그 현장은 참담한 감정을 번뜩 일깨우고, 종국에는 부끄러움을 남긴다. 경남에서도 코스를 짜볼만한 곳이 떠오른다. 합천군이다.

합천군이 복원한 전두환 생가와 그의 호를 딴 일해공원으로 가는 다크 투어리즘은 고차원적이다. 전두환을 '자랑거리'로 여긴 합천군 행적마저 다크 투어리즘이기 때문이다.

전두환 생가 안내판에는 '40년 헌정사에 임기를 마치고 스스로 물러난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쓰여 있다. 과오는 누락됐다.

일해공원은 어떠한가? 심의조 전 합천군수는 표지석에 '전두환 대통령이 출생하신 자랑스러운 고장임을 후세에 영원히 기념하고자' 공원명을 일해로 지었다고 기록했다. 문준희 전 군수도 2020년 시민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우리 대통령은 달랑 초가집 하나 있다"라며 연민의 마음을 내비쳤다. 부끄러움은 시민 몫이다.

일해공원에서 만난 고동의 씨는 십수 년째 바뀌지 않는 일해공원 명칭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아이가 자라나면서 점차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2년 전 개명 운동에 직접 뛰어든 이유다.

부끄러움이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훗날 일해공원 이름이 바뀐다면 지금 느끼는 부끄러운 감정을 어떻게 후세에 남길 수 있을까? 생각이 길어지던 찰나였다. 김윤철 군수 당선자가 후보 때 내놓은 개명 공약이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 이름 받기.

그간 느낀 부끄러움의 부류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시민단체는 차라리 그렇게라도 이름을 바꾸라고 하니 마냥 웃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김연수 뉴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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