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권 실현할 대의자 필요성에 공감
자질·적합성도 제대로 검증할 수 있어야

이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청년 정치의 현재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른바 MZ세대 정치 참여가 주목을 받으면서 이번 선거에서도 청년들의 정치 도전기가 눈에 띄었다. 다양한 직업과 경험을 지닌 많은 청년이 그들만의 새로운 감각, 시각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성적은 좋지 못했다. 전국 당선자 가운데 청년 비율은 평균 10% 남짓에 불과했다. 경남은 연령 기준에 따라 적게는 5%, 많게는 8%로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지난 대선 결과를 2030세대가 좌우한 점에서 어느 때보다 청년의 정치 진출 전망이 높았음에도 현실의 벽은 높았다.

청년을 대하는 정치권 시각은 변하지 않았다. 청년을 가능성의 대상이 아닌 미성숙한 존재로 여기는 풍토가 팽배하다. 기성 정치인이 청년을 정치 도구로 이용하려는 모습도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 하동군수와 함안군수 공천에 각각 단독 신청한 강기태(38)·장종하(37) 후보를 두고 도당이 미신청자와 적합도 조사를 벌여 사실상 경선을 유도한 게 대표적이다. 신상훈 경남도의원은 도지사 공천 중앙당 면접에서 상대 후보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고도 단독 추천을 받지 못했다.

창원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국민의힘 이재환 전 도당 대변인은 당내 경선을 앞두고 당시 홍남표 예비후보와의 원팀 선언 후 자신이 모은 청년 조직표를 지원하고, 언론 주목도를 높여 홍 후보 경선 승리에 일조했지만 아무런 역할을 받지 못했다. 연배와 학맥을 무기로 "청년을 선거에 이용했다"는 시민단체 일갈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반면에 정치를 하려는 청년들 자질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나이만 20~30대이지 평소 행실과 직업·윤리적 태도는 기성 정치인보다 수준 미달인 이들이 청년·신인 가산점을 등에 업고 의원직에 눈독 들인 사례도 많아서다. 한 청년 출마 예정자는 자신이 공천을 받아 당선하면 공공기관 납품을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이권개입을 공언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선거 운동을 도와주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는 희망고문을 했다 구설에 올랐다. 공천 신청자 중에는 노래방에 도우미 여성을 알선하고 사기성 부동산 투자를 권유한 이도 있었다. 음주·무면허 운전 전과자도 있었다. 이들 중에는 당선자도 있다.

이러다 보니 선거를 지나면서 청년 정치에 양가감정이 든다. 최근 10년 새 정치권에서는 청년의 정치 참여 확대를 보장할 여러 담론이 활발하게 논의됐다. 덕분에 청년 주권을 실현할 대의자 필요성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정치를 하려는 청년의 자질과 적합성을 제대로 진단하고 그에 맞지 않는 이들을 잘 걸러낼 체계 정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적절한 진단과 견제 장치 없이는 앞으로 청년 정치가 자칫 '형해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두천 자치행정부 차장 서울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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