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성호생활문화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인생 후반전을 특별하게 즐기며 신나게 보내는 많은 어르신을 보고 있다. 그중 성호생활문화센터 옥상 공간을 활용한 녹색정원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주민 관심과 참여 속에 동호회로까지 이어진 이 녹색정원에는 퇴직 공무원과 가게 사장님, 마을 통장님은 물론, 이제 자신의 삶을 즐기는 인생 후반전의 어르신들까지 모인다. 함께 옥상 텃밭을 조성하고 작물을 가꿔 나눠 먹다 보니 어느새 이 녹색정원은 주민 아지트가 되었다.

녹색정원에서는 풋내 풍기는 상추 몇 개에 30년 이상 내공의 요리 실력을 더한 비빔국수 한 그릇과 삼삼오오 모여 부르는 즉석 노래자랑에 막춤까지 웃음이 넘쳐흐르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제멋대로 자랐으나 올곧은 결실을 맺은 작물과 함께 마을주민들이 펼치는 신나는 '문화소동'은 성호동 원도심에서 생활문화가 꽃피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매월 셋째 주 수요일 저녁 녹색정원에서는 주민 추천을 받아 영화를 상영하는 달빛극장이 열린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면 녹색정원에 하나둘 모여 영화를 관람한다. 영화 관람에는 팝콘이 빠질 수 없다. 아이들 때문에 팝콘 기계를 사두었다는 주민이 팝콘 기계에 옥수수와 소금을 넣어 팝콘을 만들어 나눠 준다.

성호생활문화센터는 성호동 주민들과 함께 그들 일상이 문화로운, 생활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삶을 즐기는 그들에게 내 삶이 곧 문화가 되는 특별한 순간들, 화가가 되어 자화상을 그리고 또한 작품을 전시도 하며 마을 주민과 공유하는 순간들, 난생처음 접하는 연극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연기하며 본인의 목소리를 내보는 순간들…. 성호생활문화센터가 어느새 마을주민 문화놀이터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본다.

인생 후반전의 그들에게 성호생활문화센터는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를 만나서 소통하고 교류하는 공간이면서 문화예술 활동 놀이터인 이런 시설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는 증명이 된 것 같다. 특히 1인가구가 늘고 있는 오늘날 우리 현실에서 그들을 생활문화센터와 같은 일상의 문화 활동 공간으로 불러내어 함께 마을공동체 속에서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고독사' 같은 사회적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을의 생활문화공간에 더욱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성호생활문화센터는 앞으로도 개인, 동호회 등을 위한 연습과 발표 공간, 주민커뮤니티 공간, 북카페, 갤러리, 동아리방, 방음실 등 공간이 더 많은 주민 참여로 마을 주민 사랑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권형수 성호생활문화센터 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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