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실무지원할 중간조직 필요
주민참여예산 사업 범위 넓히도록

이제 사흘 뒤 박완수 도정이 출범한다. 지난 7일 박완수 당선자는 인수팀 구성을 발표하면서 "도민이 주인 되는 도정을 위해 정책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민이 주인 되는 주민주권 정신이 반영되기 위해서는 자치분권 2.0시대에 부합하는 정책방향이 필요하다.

1991년 지방의원 선거가 다시 시작되면서 지방자치 1.0시대가 열렸다면, 30년이 지나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으로 주민자치가 구현되는 자치분권 2.0시대로 접어들었다. 이제 주민이 수동적인 행정서비스 대상자가 아니라 지역 과제를 도출하고, 해결방향을 설계하며 집행하는 주권자로 자리매김한다. 행정에 집중된 권한을 주민에게 이양시키는 과정이 필요한데, 대표적인 제도가 주민자치회이다.

경남의 읍면동 주민자치회는 2013년 창원시 용지동과 거창군 북상면에서 시범실시를 시작했다. 2018년까지 늘어나지 않았는데, 2020년 8개 시군 29개 읍면동, 2021년 1월 11개 시군 88곳, 12월 17개 시군 123곳으로 급증하고, 2022년 3월 기준으로 144개 읍면동이 주민자치회로 전환해 전국 평균보다 15%포인트 정도 높은 47%를 보이고 있다.

경남도가 4월부터 자치회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주민자치회 성장단계 인식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한 123곳 중에서 형성기가 15.4%(19곳), 발전기 82.9%(102곳), 정착기 1.6%(2곳)로 나타났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발전기 중에서는 1단계(마을계획 수립) 26.0%(32곳), 2단계(주민총회 실행) 44.7%(55곳), 3단계(고유사업 실행)는 12.2%(15곳)이다. 즉 86% 이상이 전환을 위한 초기 구성과 운영, 첫 번째 주민총회를 한 정도이다.

경상남도의 읍면동 주민자치회는 양적 확대에 이어 질적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박완수 도정에 거는 기대가 크고, 도민이 주인 되는 도정 정책방향을 설계할 인수팀에서 첫 단추를 잘 꿰길 바란다.

최근 주민자치회에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발생한다. 담당 공무원이 정리해준 운영세칙을 그대로 채택하거나 분과구성을 임원끼리 결정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주민총회에서 결정된 사업 중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일부 사업만 실행하는 경우가 많고, 주민총회 결정 순위가 행정 검토 과정에서 바뀌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주민도 행정도 준비가 부족한 초기에는 시행착오라고 여길 수 있지만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주민자치회로의 전환 절차나 관련 조례가 시군 단위만 있다 보니 경남도의 역할 비중이 낮은데, 인수팀에서 최소한 다음 두 측면은 충분히 검토해주길 바란다. 우선 주민과 자치회의 자치력을 향상하기 위한 기반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 2년 사이에 급증한 주민자치회에 대한 컨설팅과 실무지원을 시군 행정에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중간지원조직이나 지원단이 필요한데, 이를 경남도와 주요 시군단위에 설치하고 상호 긴밀하게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회를 통해서 성장한 사람들을 결합시키고, 울산경남 지역혁신플랫폼의 공유대학을 비롯한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교육역량과 청년의 결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주민자치회 실행력 담보를 위한 재정문제 측면에서, 주민참여예산 사업 범위를 넓히도록 시군과 협의하고, 공공서비스까지 새로운 위수탁 사업으로 발굴하며, 주민세를 지원하는 시군에 매칭사업을 통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최승제 주민자치법제화경남네트워크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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