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김경남 대표·이덕희 팀장
70∼80대 주민 위한 활동 기획
사라지는 마을 기록·사진전도
풍물 교실·나루터 축제 개최

'정구지 할매들의 즐거운 가치(같이) 노동 프로젝트', '무(舞) 밭에 시(詩) 뿌리자'.

김해 문화기획단 '대동사람들'이 펼치는 사업의 주인공은 대부분 70~80대 마을 주민들이다.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까지 한 마을 또는 이웃마을에서 보내는 사람들. 그들의 삶을 기록하고, 문화로 채우는 일을 무궁무진하게 펼치고 있는 대동사람들.

▲ 김해 문화기획단 대동사람들이 2020년 진행한 '정구지 할매들의 즐거운 가치(같이) 노동 프로젝트'.   /문화기획단 대동사람들
▲ 김해 문화기획단 대동사람들이 2020년 진행한 '정구지 할매들의 즐거운 가치(같이) 노동 프로젝트'. /문화기획단 대동사람들

김경남(51) 대표도 대동에서 나고 자랐다. 초정리(대동로 523번길)에 있는 사무실, 마을 버스정류장 맞은편에 있어 동네 사람들의 쉼터이자 놀이터 같은 곳이다.

"시내에 나갔다가 대동에 산다고 하니까. 대동아파트가 어디 있는지 묻는 반응이었어요. 같은 김해에 살면서도 대동면을 잘 모르는 분이 많더라고요. 마을이 32개나 있는데 말이죠. 하긴 저도 문화기획자가 되고 나서 마을의 역사, 장소성,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네요."

김 대표를 만나고자 찾은 25일은 대동문화나루터 버스킹을 하루 앞두고 분주했다. 지난해 처음 개최한 나루터 축제가 호응이 좋아 오는 10월에 또 열기로 했다. 축제를 앞두고 매월 마지막 일요일 대동선착장에서 버스킹을 선보인다. 6월 주인공은 비바밴드와 다숨앙상블이다.

▲ 김해 문화기획단 '대동사람들'의 김경남(왼쪽) 대표와 이덕희 기획팀장. /박정연 기자
▲ 김해 문화기획단 '대동사람들'의 김경남(왼쪽) 대표와 이덕희 기획팀장. /박정연 기자

나루터 축제를 기획한 이덕희(51) 기획팀장은 "교류의 장소 나루터라는 상징을 담아 김해 대동면을 비롯해 양산 물금읍, 부산 구포·화명동 생활문화동호회 회원들이 주로 무대에 오른다"며 "일회성에 그치는 축제가 아니라 문화로 소통하는 시간을 쌓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동중학교 동창생인 김 대표와 이 팀장은 부부다. 이들이 2016년 문화기획단을 만들기 전에 이들은 '홀몸 어르신 마을119' 활동을 했다. 김 대표가 2016년 지역문화활동가 양성과정을 수료한 이후 지역문화진흥원 공모 사업에 응모해 사라지는 마을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2019년 10월 가야사복원사업으로 사라진 장시마을을 기록한 사진전을 비롯해 이듬해 9월에는 김해대동첨단일반산업단지 건설로 해체된 평촌마을을 담은 사진전을 주민과 함께 열었다. 전상규 사진작가도 문화기획단 대동사람들 구성원으로 아카이브 작업에 참여하고 사진집을 만들었다.

▲ 2019년 장시마을 사진전을 찾은 주민들.    /문화기획단 대동사람들
▲ 2019년 장시마을 사진전을 찾은 주민들. /문화기획단 대동사람들

김 대표는 "90대 어르신이 평생을 살던 터전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들, 제가 기록한 사람 중에는 친구 아버지도 있고 인터뷰하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며 "집단 이주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아 상처와 갈등으로 주민 사이도 예전 같지 않았던 상황에서 첫해에 아카이브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설득하는 일이 만만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마을을, 사람을 기록하는 일을 넘어 이제는 문화로 채우는 활동을 끝없이 펼치고 있다. 올해도 지역문화진흥원 생활문화동호회 활동 지원 사업인 대동 문화나루터 축제, 농어촌희망재단 지원 사업으로 신정마을 주민과 공예·풍물 교실을 열고 있다. 이 밖에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으로 '꽃농부 꽃그림' 활동을 하면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 현장학습을 다녀오기도 했다.

▲ 지난해 10월 열린 대동 문화나루터 축제.   /문화기획단 대동사람들
▲ 지난해 10월 열린 대동 문화나루터 축제. /문화기획단 대동사람들

"도자기를 빚으면서 얼마나 기뻐하시던지. 난생처음 미술관에 간다며 멋지게 차려입고 나서는 발걸음을 보는데 뭉클하더라고요. '평생 애쓰면서 살아온 나를 위한 시간입니다'라고 저는 늘 이야기 드립니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일 수 있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문화기획단 대동사람들은 그 용기를 북돋아 주고 이제는 당신을 위해 살아도 된다고 응원한다. 마을 곳곳에서 환대와 존중의 자세로 문화공동체를 일구는 그들이 대동에 있다.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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