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나 방법 잘못되면 문제 생기는 농사
힘들어도 우직하게 농약·화학비료 없이

지금 농사 시기는 한창 풀과의 전쟁 중이다. 아니 요새 비닐 치면 풀도 안 올라오는데 무슨 전쟁이냐고? 그렇다. 나는 비닐을 안 친다. 비닐도 안 칠뿐더러 그 흔한 화학비료, 농약이나 제초제도 쓰지 않는다. 비닐 대신 풀 멀칭을, 화학비료 대신 똥과 오줌, 음식물로 만든 퇴비를, 농약 대신 사이 짓기(다른 성질의 작물을 같이 심는 방법)나 윤작(한 곳에 다른 작물을 돌려가며 심는 방법)을 한다.

물론 힘든 일이다. 하나하나 풀을 매야 한다. 베어진 풀은 작물 옆에 살포시 멀칭해준다. 생태 화장실을 만들어 똥과 오줌을 모은다. 똥은 톱밥이나, 왕겨를 물과 함께 숙성시킨다. 두 달의 숙성 시간이 지나면 독한 똥 냄새가 사라지고 은은한 흙냄새가 난다. 오줌은 오줌통에 모아 2주 정도 숙성시켜 물과 섞어 밭에 뿌려주면 훌륭한 액비가 된다. 매일 섞어 주고, 옮겨서 넣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거친다. 이렇게 힘들어도 이것이 자연을 위하고 사람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며 소의 걸음처럼 우직하게 내딛는다.

100평 정도의 텃밭을 하고 있다. 감자를 캤는데 수확이 영 별로다. 꽃도 제대로 안 피고, 알도 작다. 똥 거름을 넣었는데 제대로 숙성되지 않았던 탓도 있고, 바쁘다는 핑계로 오줌물도 제대로 주지 못한 문제도 있다.

200평의 다랑논 농사도 한다. 다랑논은 경사진 산비탈을 개간해 만든 논이다. 올해는 기계 문제가 생겨 트랙터를 쓰지 못해 직접 논을 뒤집었다. 하나하나 괭이로 뒤집었다. 처음엔 열불이 나지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가뭄이라 물을 제때 논에 넣지 못해, 피들이 논을 뒤덮었다. 모(벼)가 뭔지 모를 지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때를 놓치거나 잘못된 방법을 쓰면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는 게 농사다.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잘못을 했기에 문제가 발생한다. 잠깐 게으름을 피우면 그 게으름의 대가는 처절하다.

쉽게 사 먹으면 되는데 왜 이런 생고생을 하냐 묻는다. 그동안 쉬웠기 때문에 간과해왔던 농업의 문제는 결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농약과 화학비료로 흙은 딱딱해지고, 이는 물로 흘러내려가 하천과 호수, 지하수 등을 오염시킨다. 누구나 쉽게 사 먹기만 한 결과 전 국민의 농부는 3%다. 3%가 97%의 먹을거리를 책임진다. 이런 농사는 필히 석유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기계를 사용할 수 밖에 없고, 화학 비료, 농약은 필수가 될 수밖에 없다. 농부만을 탓할 수도 없다.

나는 많은 사람이 자그마한 텃밭이라도 가졌으면 한다. 이를 통해 작은 자연을 만날 수 있다. 먹는 것이 결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땀이 모여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쉬운 방법으로는 집에서 콩나물을 키워 먹는 방법이 있다. 자기로 만들어진 콩나물 시루를 구입한 다음, 가까운 생협에서 콩나물 콩을 구입한다. 하루 정도 불려 시루에 넣고 물을 자주 넣어주면 알아서 잘 큰다. 여름에는 3~4일, 겨울에는 7일이면 넉넉한 양의 콩나물을 얻는다.

이를 통해 우리는 건강한 먹거리를 해 먹을 수 있고, 사 먹으면서 발생하는 무수한 문제들을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다.

/박기완 자급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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