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 권의 책이 일본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적이 있다. 책 제목은 <지방소멸>. 당시의 인구 감소 추세대로라면 2040년까지 일본 전체 중 절반인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큰 파장이 일어났다. 우리 역시 급격한 저출생·고령화 등으로 말미암아 '정말 지방이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면서 농촌으로 대변되는 지방소멸 문제는 어느덧 우리에게도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2 농업전망을 보면 올해 농가인구는 223만 명 선을 겨우 유지하고 있으며, 65세 이상 농가인구 비율은 43.9%에 달해 고령화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고령화에 따른 지자체의 복지 수요는 크게 늘고 있으나 재정자립도는 계속 하락 추세다. 지방재정 확충,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한 가지 방편으로 '고향사랑기부제'가 그동안 주목을 받아온 이유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도시민 등 출향인사가 자신의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아닌 고향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내는 제도다. 기부 한도는 연간 최대 500만 원으로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와 해당 지자체 답례품이 주어진다. 세액공제는 10만 원까지는 전액, 10만 원 초과분은 16.5%다. 기부금으로 지자체는 주민 복리 증진 등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일본은 고향세라는 이름으로 이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2008년 고향세 도입 이후 일본에서 고향세 기부자 수와 기부액은 모두 크게 늘었다. 일본 총무성 자료를 보면 고향세가 도입된 첫해 걷힌 돈은 한화로 810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10년 뒤인 2018년엔 약 5조 8500억 원으로 확대되면서 지자체들이 앞다퉈 시행하는 성공적인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인원수로 보면 2018년 고향세 기부자수는 396만 2700명으로 2008년(3만 3100명)에 견줘 119.7배 늘었다.

지난 10여 년간 논의 끝에 고향사랑기부제가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에 대해 일반 국민뿐 아니라 농민들도 제대로 인식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설문조사를 보면 국민 100명 중 94명이 고향사랑기부제를 모른다고 했다. 제도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서는 도입 취지대로 도시민의 기부금이 지역 재정 균형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홍보와 기부 장려에 적극 나서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 제도가 우리 농촌 회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각 지자체, 농업계가 똘똘 뭉쳐 최적의 운영방안을 찾아야 한다. 제도 홍보와 함께 기부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우수한 농특산물 선정과 준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임규현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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