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데서 경험 쌓아 고향 오는데
철새라고 말하는 게 정당한 걸까

옛 어른들은 '못난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못난 소나무가 부모 산소를 지키고 선산을 지키고 고향을 지킨다고 말이다. 같은 소나무일지라도 비바람을 덜 받고 토질이 좋아 곧고 수려하게 자란 소나무는 사람들이 재목으로 쓰기 위해 베어가 버리게 된다.

우리 사람은 어떠한가. 말(馬)이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이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옛말이 있다. 즉 자식만큼은 좋은 땅에서 곧고 수려하게 자라 쓰임새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고생을 무릅쓰면서도 한두 번쯤 서울을 동경하며 자식을 키워왔을 것이다. 이러한 자식들이 올곧게 성장하고 넓은 곳에서 경험과 지식을 쌓아 이제 고향으로 돌아와 일을 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이들에게 철새라고 말하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

우리 정치에는 철새뿐 아니라 일반인에게 생소한 '험지출마'라는 단어도 있다. 험지출마 원조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닌가 싶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당선된 노 전 대통령은 전국적인 청문회 스타로 거듭난다. 이후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92년 14대 총선에서 낙선, 이어 95년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낙선, 98년 서울 종로구 보궐선거에서 간신히 배지를 달았으나 이후 2000년 16대 총선에서 '당선이 유력했던' 서울 종로가 아닌 '당선이 불투명했던' 부산을 선택해 또다시 낙선, '바보 노무현'의 시작이었다. 돌이켜보면 노 전 대통령의 험지출마는 모두 실패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끝없는 도전은 나비효과처럼 2002년 대선에서 기적적인 승리를 이끌어낸 원동력이 됐다.

험지 출마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아닌 연고가 없거나 약한 곳이다. 이러한 험지 출마도 때로는 도전이 되고, 때로는 철새로 치부되기도 한다. 자식을 아주 잘키우면 국가의 자식이 되고, 그 다음으로 잘 키우면 사돈의 자식이 되고, 적당히 잘키우면 내 자식이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는 것처럼 누가 선산을 지키고 누가 고향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옳은가는 오롯이 시민들의 선택이며 시민들의 몫이다.

철새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하고 넓은 곳에서 자기개발과 능력을 키우고 또는 정부 요직에서 경쟁하면서 실력을 쌓은 인재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돌아오더라도 초야에 묻혀 살아야 한다는 것인가? 능력을 썩혀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이것이 우리 시민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에는 많은 의문을 가지게 된다.

경남도민일보(2022년 6월 21일 화요일) '현장의 눈' 칼럼에 실린 '신종 철새들에 내어준 품'이란 제목의 글을 읽고 일부 맞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모두가 하나의 잣대로 재단되는 것에 필자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홍남표 당선자 선거 공보물 마산만 공약내용에 진해 속천항 배경 사진을 담기도 했다는 지적은 선거 기간 후보자 TV 토론 중 논쟁이 됐다. 우리 창원은 2010년 통합해 하나의 도시가 됐다. 진해에서 바라보면 마산 앞바다가 보이고, 마산에서 바라보면 진해 앞바다가 연결되어 있는 창원의 바다다. 후보자 공약내용이 아닌 배경 사진이 더 중요해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유능하고 경험 많은 행정가와 정치가가 우리 창원으로 몰려와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공정하게 시민 선택을 받아 도시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것이 분명 시민을 위한 길이다.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창원SM타운과 3.15해양누리공원(마산해양신도시), 그리고 공사 진척이 없는 스타필드의 시원한 처리를 홍남표 당선자에게 바라본다.

/구점득 창원시의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