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비평 자신있게

자극적 보도 재생산에 투입
미래 언론인 양성 취지 뒷전
조회 수 높일 수단으로 이용

좋은 뉴스를 생산하는 만큼 나쁜 뉴스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연수·이원재 기자가 매주 목요일 유튜브 경남도민일보 채널에서 '뉴스 비평 자신 있게(뉴비자)'를 선보입니다. 이번 주는 이원재 기자입니다.

 

최근 한 배우가 남편에게 피습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누리꾼들은 이 배우를 추정하기 시작했고, 언론도 이 관심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특히 피해자 실명과 사생활을 공개한 유튜브를 다룬 보도가 40여 건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서울경제>는 인턴기자가 관련 보도를 했습니다. 기사 첫 문장은 '유튜브 채널 ○○○가 남편에게 피습당한 여배우의 실명을 공개해 2차 피해가 우려된다'입니다. 그러나 이어진 내용에서는 유튜브 영상을 소개하는 데 그칩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유튜브 영상을 확산하는 데 일조한 셈입니다. 또, 이 기사는 같은 날 먼저 작성된 <뉴스1> 보도와 유사했습니다. 기사 마지막 문단을 추가한 것 외에는 내용이 일치했습니다. 차이는 '우려를 낳고 있다'를 '우려된다'로, '영상을 업로드했다'를 '영상을 게시했다'로 다듬은 것입니다.

이 인턴기자가 쓴 다른 기사도 살펴봤습니다. 사회부 사건기사와 정치·국제 기사를 주로 보도했습니다. 특히 눈에 띈 기사는 거식증으로 말미암은 저체중 중국 여성 소식을 전한 것입니다. 이 기사에는 깡마른 중국 여성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 <서울경제> 인턴 기자가 보도한 중국 거식증 여성 기사. /갈무리
▲ <서울경제> 인턴 기자가 보도한 중국 거식증 여성 기사. /갈무리

이처럼 언론사는 인턴기자 제도를 이용해 자극적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데일리>에는 국제기사를 도맡아 쓰는 인턴기자가 있습니다. 이 인턴기자는 하루 3~4건씩 꾸준히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기사내용은 국외 '황당' '엽기' 사건입니다. 예를 들어 페루 대통령 부패 혐의 재판 중 스트리퍼 영상이 재생됐다거나, 기름값을 10분의 1로 잘못 설정해서 해고된 미국 주유소 직원을 소개하는 식입니다. 다음과 같이 국외 연구결과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잠 부족하면 주변사람들 못생겨 보인다" △"핸드폰 오래 사용하면 '수명' 줄어들 수 있다"

<뉴시스> 인턴기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중하는 듯했습니다. 이 인턴기자는 6월 1일부터 20일까지 '보배드림' 인용보도를 10건 했습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커뮤니티발 기사를 작성한 셈입니다. 인용 게시물은 고양이 먹이 주는 '캣맘'과 갈등, 식당에서 계산 안 하고 도망간 외국인 등이었습니다. 사회적 갈등과 혐오를 조장할 수 있는 내용을 꾸준히 보도한 것입니다.

각 언론사 인턴기자는 다양한 분야에 투입됩니다. 이들 기사의 공통점은 높은 조회 수를 보장하는 자극적 보도라는 점입니다. 어쩌면 언론사 인턴기자 제도는 미래 언론인을 키우기보다 조회 수를 키우는 수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원재 기자 sicha@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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