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창 경감, 내부망 글 올려
행안부 경찰국 신설 추진 비판
"새 정부, 전·현직 경찰 모욕"

행정안전부의 가칭 '경찰국' 신설 추진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한 경찰서 지구대장이 김창룡 경찰청장의 용기 있는 퇴장을 촉구했다. 

류근창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은 23일 경찰 내부 게시판에 '김창룡 청장님, 용퇴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날 김 청장은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 추진을 두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면담을 추진해 경찰 입장을 설명하고 건의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김 청장 임기는 다음 달 23일까지이지만, 최근 국면에서 거취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류 대장은 "(김 청장이)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일 때 직장협의회와 수사권 조정 등을 이야기 나누며 비교적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느꼈다"며 "이후 경남경찰청장으로 와서 당시 현장활력회의를 넘어 직장협의회 전 단계인 직원협의회를 김 청장의 적극적인 도움 덕분에 만들었다"고 함께한 인연을 고백했다.

그러면서 류 대장은 정권을 향한 쓴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행안부는, 아니 새 정부는 전·현직 경찰을 매우 처참하게 만들고 있다"며 "거리에서 술에 가득 취한 상태로 제복을 입은 경찰관에게 온갖 욕설을 내뱉는 주폭 수준의 주취자보다 더 심하게 경찰을 모욕하고 있고, 양복을 입고 얼굴은 개기름이 가득한 상태로 인자하게 미소를 보이지만, 사실은 인생 자체가 사기꾼인 상습적 피고소인보다 더 가증스럽게 경찰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국경찰직장협의회 18개 시도 대표단이 2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경찰 통제 권고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전국경찰직장협의회 18개 시도 대표단이 2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경찰 통제 권고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그는 "화가 나는 것은 그 욕설과 비아냥을 눈앞에서 보고 듣고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전국 경찰관서 직협에서 입장문을 피 터지게 낭독하고, 행안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해도 상대방은 전혀 반응이 없다"고 무력감도 토로했다.

특히 류 대장은 "더 안타깝고 화가 나는 것은 그래도 경찰의 리더인 '지휘부'가 더욱 조용하다는 것"이라며 "어떤 분은 조용하다 못해 행안부의 논리를 칭송하고 있다고 들었다. 일제의 조선 통치에 적극적으로 도와준 친일파들이 받은 엄청난 이익을 생각하면 칭송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현장은 흔들리는 지휘부를 보며 가슴이 멍하다. 검사들이야 호주머니에 변호사 개업권을 숨겨두고 사표를 흔들며 국민과 언론을 협박하지만, 우리는 연금뿐이니까"라며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청장의 용기 있는 퇴장이 남은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와 함께한 '동료'라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믿는다"며 "국민을 위한 치안 현장은 남은 후배들이 잘 지키겠다. 경찰 역사에 자존심을 지킨 청장으로 기억되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 내부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지난 21일 경찰 치안감 내정자 인사가 기습적으로 발표되고 2시간여 만에 7명 보직이 바뀌는 번복 사태가 일어났다. 이에 행안부가 자문위원회 권고안에 이어 경찰 조직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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