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현대로템·우레아텍 등 도내 기업 11곳 핵심 역할
엔진 개발·추진제 탱크 제작 "우주개발 주문 마침표 아니길"

누리호 2차 발사시험이 완벽 성공했다. 핵심 참여 경남 기업들은 성취감을 내비치며 기술 역량이 끊어지지 않도록 연속성 있는 개발 계획 수립과 지원도 주문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는 지난 21일 오후 4시께 전남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시험을 시작, 약 13분만에 목표 고도(700㎞)에 도달했다. 22일 새벽에는 위성과 지상국 사이 쌍방향 교신까지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1t 이상 물체를 우주에 실어 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나라가 됐다.

◇"모두 합심해 이룬 성과" = 이번 성과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과 함께 누리호를 공동 개발한 전국 300여 개 기업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경남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 등 대기업과 에스앤케이항공·두원중공업·카프마이크로·테바코퍼레이션·지브이엔지니어링·한국화이바·이엠코리아·우레아텍 등 중소기업까지 총 11곳이 핵심 역할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체 심장'인 75t 액체 로켓 엔진 개발·조립을 맡았다.

천병훈 추진기관생산기술팀 과장은 "여태껏 고생해왔던 일들이 열매를 맺어 기쁘다"라며 "전국·경남 도내 많은 기업이 함께 이뤄낸 성과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고, 남은 고도화사업(3~6차 발사)에서도 합심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과장은 "우주발사체 사업은 워낙 비용이 많이 들어 정부 도움 없이는 진행이 어려운데, 민간 기술 이전을 단계적으로 예정지었다고 알고 있다"라며 "확정은 아니지만, 다음 단계에서 100t급 엔진 5개를 묶는 훨씬 어려운 도전이 남아 있는데,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KAI는 1단 추진제 탱크 제작·발사체 부품 총조립을 맡았다.

이원철 발사체체계팀 수석연구원은 "1차 때도 엔진 정상 동작, 각 단·위성 분리까지 이뤘지만 더미 위성이 제 위치로 가지 못해 '절반의 실패'라는 말이 붙었다"라면서도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바로잡을 수 있어 이번 성공이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후방상부조합체 하네스·센서 장착 작업은 혼을 싣는 작업이었다"라며 "우주개발기술 독립국으로 진입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자랑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안도와 보람·사업 연속성 주문도 = 두원중공업은 항우연과 함께 2·3단 추진제(연료·산화제) 탱크 제작을 맡았다. 지난 1차 시험 당시 3단 엔진 연소가 예상보다 빨리 끝났는데, 3단 산화제 탱크 속 헬륨탱크 고정 지지대 파손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후 항우연과 함께 헬륨탱크 지지대 설계를 전면 변경해 이를 보완했다.

정해용 방산R&D팀장은 "고생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라며 "90년대부터 우주개발사업에 참여해왔고, 향후 고도화 사업에도 적극 참여해 기술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우주개발 물량이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해지길 바라고, 후속 양산 물량뿐 아니라 연구개발 과제도 확대되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카프마이크로는 핵심장비 간 신경망 역할을 하는 와이어하네스를 제작했다.

오상훈 개발생산팀 부장은 "현장에서 대기한 여러 기업은 발사 수 분~수십 분 동안 숨죽여 기다렸고, 1차 위성 교신 확인 후에야 격려와 축하를 나눌 수 있었다"라며 "남은 3~6차 발사시험을 준비하며 다시 각오를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프마이크로는 앞으로 민간 기술이전이 진행되면, 우주개발 쪽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오 부장은 "국외 사례를 보면, 아직 국내 우주개발 기반은 부족하다"라며 "한 번의 성공으로 그치지 않도록, 정부가 사업 지원을 이어갔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에스앤케이항공은 누리호 후방동체를 비롯한 총 7개 부품을 제작해 공급했다.

최중열 상무는 "성공하는 순간 안도의 한 숨을 푹 쉬었고, 그제야 보람을 느꼈다"라면서도 "시간이 지나고서야 앞으로의 일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2차 비행모델(FM2)은 이미 쐈고 3차 모델(FM3) 부품은 지난해 납품했지만, 4차 모델 제작 예상 시기까지 공백이 있어서다.

최 상무는 "민간 우주발사체 기업에 산화제 탱크를 다음 달 납품하면, 당분간 우주 관련 일이 끊기는 상황"이라며 "사업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창우 기자 irondumy@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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