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디 100세

퇴직자에게 주어진 10만 시간
어떻게 보내느냐 따라 달라져
지금부터 인생 2막 대비 필요

<열정에 기름 붓기>라는 책을 보면 서커스단에서 코끼리를 길들이는 방법이 나온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코끼리가 어렸을 때 뒷다리를 말뚝에 묶어 놓는 것이다. 그러면 새끼 코끼리는 아무리 힘을 써도 말뚝 주변을 벗어날 수 없다.

이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새끼 코끼리는 스스로 말뚝 주변을 자신의 한계로 정해버린다. 그리고 말뚝을 뽑아버릴 만큼 힘이 센 어른 코끼리가 돼도 말뚝을 뽑을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평생을 그 주변에서만 살게 된다.

이런 서커스단 코끼리를 두고 사람들은 지능이 낮아 말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코끼리는 인간의 지능에 가장 가까운 동물 중 하나로 다음백과에 따르면 지능지수(IQ)가 무려 75나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서커스단 코끼리는 지능이 높음에도 평생 말뚝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그 이유는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의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학습된 무기력은 피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실제 자신의 능력으로 피할 수 있거나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 와도 스스로 포기하고 마는 심리를 말한다.

이런 학습된 무기력은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퇴직자다. 직장인들은 재직 중일 때 평소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직장이라는 굴레에 묶여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산다. 그러다 퇴직을 하면 열심히 논다. 여행도 다니고 산에도 오르고 친구들도 만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아무리 재미난 일도 자주 반복하다 보면 지겨워지는 때가 온다. 하긴 60세에 퇴직해 90세까지 산다고 봤을 때 퇴직자에게 주어진 자유시간은 무려 10만 시간(낮시간 10시간×30년×365일)이다. 이렇게나 긴긴 시간을 여행 같은 취미 활동으로만 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보통 퇴직 이후 3~6개월 정도 취미생활을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하지만, 평생 일만 했지 이런 고민과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보니 답을 찾기도 전에 무기력해진다.

이런 무기력을 극복하고자 퇴직자들은 재취업 준비를 한다. 물론 재취업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또다시 급여와 업무라는 말뚝에 묶여 내키지 않는 일을 하며 인생 2막을 살아야 한다면 그건 너무 불행한 일이지 않을까.

고대 그리스인들은 두 개의 시간이 있다고 봤다. 하나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객관적인 시간인 크로노스(Chronos), 또 다른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주관적인 시간인 카이로스(Kairos)다.

우리가 퇴직 이후에도 다시 원하지 않는 일들을 한다면 10만 시간이라는 긴 시간은 크로노스의 시간이 될 것이다. 때 되면 일어나고 때 되면 밥 먹고 때 되면 월급 받다 보면 현직에서 느낀 무의미하고 무기력한 시간이 또다시 반복되는 것이다.

하지만 동일한 시간이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실현할 수 있는 취업이나 활동을 한다면 아마 그 시간은 카이로스의 시간이 될 것이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거나, 좋아하는 일을 할 때면 평소보다 시간이 훨씬 빨리 가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런 시간이 카이로스의 시간이다.

그렇다면, 퇴직 후 우리가 맞이할 10만 시간을 크로노스가 아닌 카이로스의 시간이 되도록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다음 질문에 어떤 답을 하느냐에 달렸을 것 같다.

"당신이 꿈꾸는 인생 2막은 어떤 모습인가요? 퇴직 후 그 꿈을 이루도록 지금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김창수 BNK경남은행 WM고객부 은퇴금융팀 팀장

※지역민의 '단디 100세'를 위한 퇴직·노후 재무설계 상담은 BNK경남은행 '은퇴금융 전담창구'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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