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원유 운반선 난간서 농성
"원청, 노동자 간 갈등 부추겨"
협력사 대표 "30% 인상 무리"

21일째 파업을 이어가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끝장 농성'에 돌입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는 22일 하청노동자 6명이 1독에서 생산하던 초대형 원유 운반선 탱크탑(원유 저장 공간) 스트링거(난간)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노동자 1명은 탱크탑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직접 만든 철구조물에 들어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조선하청지회는 파업 노동자들의 임금 30% 인상 요구에 대우조선해양이 정규직 관리자를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고 하청노동자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등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의도대로 하청노동자끼리 충돌하는 것을 막고자 끝장 농성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파업의 핵심은 수십 년 일한 숙련노동자가 최저임금을 받는 하청노동자의 저임금 구조라고 재차 노조는 강조했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은 하청업체 뒤에 숨어 그동안 빼앗긴 임금을 회복해달라는 하청노동자 요구에 한 번도 응답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회사 관리자가 하청업체 대표에게 파업 노동자와 충돌을 독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지회가 공개한 문자메시지에는 "대표 주관하시어 생산직 인원 함께 작업 의지 보여주시고 하나하나 박멸해나가시죠"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지회는 원청에서 하청노동자 작업 투입을 독려하고자 보낸 메시지라고 밝혔다.

▲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22일 생산 중이던 초대형 원유 운반선 탱크탑 난간에 올라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22일 생산 중이던 초대형 원유 운반선 탱크탑 난간에 올라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하청노동자들은 경찰병력이 투입되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는 뜻도 전했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이 임금인상 대신 경찰력 투입에만 골몰하는 등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외면하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반면 협력사 대표들은 "원청업체의 경우도 지난 4년 동안 임금이 동결됐고, 2018년부터 3년 동안 기본급 3% 인상으로, 7년 동안 사실상 3%가 인상됐는데 30% 인상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밝혔다.

지난 20일에는 대우조선해양이 호소문을 내고 "올해 1분기에도 영업적자가 발생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 건조 선박 인도 일정 준수가 필수 조건"이라며 "진수 일정을 못 지키면서 수백억 원 매출액 추가 감소가 예상된다. 생산 중단 초래한 불법 파업 이제는 멈춰 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거제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모임은 22일 조선하청지회 파업 투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활동가 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고 "조선하청지회 싸움이 외롭고 고립되지 않도록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한다"고 선언했다. 조선하청지회는 올 1월부터 하청 노동자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며 22개 대우조선 협력사와 단체교섭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동위원회 쟁의 조정을 거쳐 파업권을 얻어낸 조선하청지회는 지난 2일 파업을 시작했다.

/박신 최환석 기자 pshi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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