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상회 - 창원 사파동 '의식주 아카이브'

빈티지 의상·먹거리 판매부터
소모임 가능한 공간 대여까지
예술가·창업자들 지원 계획도
에피소드 담은 잡지 발간 목표

최근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축구경기장 인근 단독주택가에 카페와 식당이 한두 군데씩 생기고 있다. 그 중간에 '의식주 아카이브(Archive·가치 있는 기록물을 선별해 보관하는 장소)'가 6월부터 자리를 폈다. 의식주 아카이브는 의류, 식품, 공간을 한데 모아놓은 복합문화공간이다. 이 공간은 수집, 오지랖, 두루뭉술이라는 개념들이 균형 있게 놓여있다. 빈티지(vintage) 의류 판매, 지역 농산물로 만든 제과제빵류 판매, 공간 대여가 한 번에 이뤄지면서도 설립자의 개성이 녹아든 공간이다. 이 공간 운영자는 김화연(37) 기획자와 서지원(29) 만개 대표다.

◇옷, 음식, 공간이 한자리에 = 의식주 아카이브 입구에서부터 개성있는 소품, 조화들로 방문자를 반겼다. 공간은 주방, 사무실, 옷가게, 모임공간 등으로 나뉘어있었다. 중앙에는 방명록을 작성할 수 있는 책상이 놓여있었다. 방명록에는 의식주 아카이브가 펼칠 일들을 기대하고, 응원하는 문구로 가득했다. 옷을 파는 빈티지앵 구역은 다양한 색깔과 모양을 가진 옷들이 빽빽하게 걸려있었다. 마치 외국여행 중에 옷 가게를 들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부산에서 빈티지 가게를 운영하는 박상헌(36) 씨는 "주택가에 있으니 지역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들를 수도 있는 이상적 위치에 있다고 본다. 의식주 해결이 되니 소비자가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매출 상승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창원시 사파동 복합문화공간 '의식주 아카이브'에서 '의' 공간으로 빈티지 의류를 위주로 판매한다.  /주성희 기자
▲ 창원시 사파동 복합문화공간 '의식주 아카이브'에서 '의' 공간으로 빈티지 의류를 위주로 판매한다. /주성희 기자

대구에 사는 박인애(32) 씨는 "낯설면서도 다양한 것들이 모여있다. 복합문화공간이라 어떤 한 목적만 갖고 방문하지 않아도 되니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의류는 두 경영자 소장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에 의식주 아카이브를 열기 전에 수급한 의류도 많다. 서 대표는 "우리 공간 특성처럼 다양한 의상을 준비했다"면서 "나이대 상관없이 엄마와 딸이 함께 와서 구매할 수 있다"면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했다.

음식은 창원 농산물로 꾸며졌다. 김화연 기획자가 소개해 준 제과제빵은 주남저수지 '주나미' 쌀로 만들었다. 독특한 식감이지만 쌀의 쫀득함이 과일과 조화가 매력적이었다.

의식주 아카이브와 연계한 농가들은 이 공간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꾸려나갈 계획 또한 있다. 김 기획자와 서 대표가 상상하는 모든 일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소모임 공간을 대여할 때 차와 다과를 제공하는데 창원 농산물 제과제빵과 꽃차, 커피 등을 내어주고자 한다.

공간 대여는 독서모임처럼 규모가 작고 차분한 모임부터 결혼 전 여는 서양식 파티까지 어떤 형태로든 가능하다. 전시, 소규모 음악회, 교육 세미나도 충분히 열릴 수 있다.

모임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에 운영하는 임시 가게(팝업스토어·Pop-up store)로도 변신할 수 있다. 서 대표는 특히 이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의식주 아카이브가 실험실이 되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레진공예, 그림 등 분야 상관없이 판매할 수 있도록 공간을 꾸며주고, 홍보까지 돕는다. 기존 시장에 있는 공유주방, 공유사무실 형태에 임대자 역할로 남아있지 않으려 한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예술가, 예비 창업자의 실험 공간을 만들고 지원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오지랖이라고 볼 수 있지만 예비 창업자들이 우리 공간에서 판매를 경험하고 소비자를 만나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창원시 사파동 복합문화공간 '의식주 아카이브'를 운영하는 김화연(왼쪽) 기획자와 서지원 대표./주성희 기자
▲ 창원시 사파동 복합문화공간 '의식주 아카이브'를 운영하는 김화연(왼쪽) 기획자와 서지원 대표./주성희 기자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놓치지 않았어요" = 김화연 기획자와 서지원 대표는 꿈에 그리던 공간을 만들었다. 두 명 다 우리 지역에 재밌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다. '과연 될까?' 하던 찰나에 김 기획자와 서 대표가 만났다.

서 씨가 대표로 있는 '만개'는 지역문화기획사다. 김 기획자가 만개에서 활동하던 중 새로운 공간을 꿈꿨고 서 대표와 '의식주 아카이브'를 만들었다.

성향이 비슷하고 마음이 맞아 의식주 아카이브를 순조롭게 운영하고 있다.

의식주 아카이브가 있는 사파동은 그들의 거주지이기도 하다. 김 기획자는 "내가 사는 동네부터 잘돼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사파동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기획자는 남해에 '절믄나매'를 성공적으로 문을 연 경험이 있다. 그 이후 음식문화 관련 주민교육, 창업역량을 상담·교육하는 기획자로 활동해오고 있다. 김 기획자는 '음식문화를 극적이게 기획하는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의식주 아카이브는 그가 지난 6년간 쌓아 온 경험이 녹아들 공간이기도 하다.

서 대표는 공직 생활한 경험으로 행정 절차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도 만개가 가진 장점 중 하나라고 했다. 서 대표는 "다른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복합문화공간을 둘러봤지만 우리 공간처럼 다양하고 세련된 공간이 없을 것이다"라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걸어온 길이 다른 만큼 김 기획자, 서 대표는 역할을 분담했다. 그래서 의식주 아카이브의 공동대표 개념으로 나뉘지 않는다고 했다. 서 대표는 국가보조금 지원사업이나 외부 영업을 위주로 한다. 김 기획자는 공간 연출을 담당한다. 역할 분담은 있어도 일은 함께한다.

▲ 창원시 사파동 복합문화공간 '의식주 아카이브'에서 파티, 소모임, 임시 가게(팝업스토어) 등이 열리는 공간.  /주성희 기자
▲ 창원시 사파동 복합문화공간 '의식주 아카이브'에서 파티, 소모임, 임시 가게(팝업스토어) 등이 열리는 공간. /주성희 기자

의식주 아카이브를 책임지는 서 씨와 김 씨는 다양한 사람들을 이 공간으로 수용하고 싶다. 그래서 단기 목표 중 하나가 소비자와 잦은 만남이다. 소비자와 지역민에게 익숙해져야 그들이 원하는 공간으로 다양하게 변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식주 아카이브에서 꿈꾸는 게 있느냐고 물었다. 둘은 '잡지'를 내고 싶다고 답했다. 상의해본 적이 없었는데도 같은 꿈을 얘기한 둘, 정말 잘 맞는 사업 동반자였다.

그들은 의식주 아카이브에서 있었던 모임, 활동, 실험들을 총망라하는 기록물을 쌓고 싶다. 지역민, 기획자가 바라보는 지역 역사를 다른 관점에서 다룰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 동네의 모습과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표정을 담게 될 테다.

이들은 "의식주 아카이브에서 좋아하는 물건들과 활동, 하고 싶은 일을 두루뭉술하고도 재밌게 펼쳐보이겠다"면서 사파동 사랑방이 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주성희 기자 hear@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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