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개정안 국회 잇단 발의
대통령 사저·집무실 보호 초점
장애인·성소수자 등 간과 지적
집회·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도

혐오표현(헤이트스피치·hate Speech)을 규제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됐다. 하지만 개정안이 전직 대통령 사저나 대통령 집무실 주변을 지키는 쪽으로 추진되면서 일상에서 혐오표현을 마주하는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성소수자 등 보호는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집회와 결사, 표현의 자유를 움츠러들게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인종이나 성별 등을 이유로 개인 또는 집단을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혐오표현'이 지역사회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어 촘촘한 규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집회·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논평을 내고 집시법 개정안 4건에 우려를 나타냈다. 금지 장소로 '전직 대통령 사저'를 추가하는 개정안을 두고 "자유로운 장소·시간·방법·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비방 목적의 명예훼손이나 모욕, 악의적 표현과 기준 이하 소음도 신체나 정신에 장애를 유발할 정도로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처벌하는 개정안에는 "집회·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봤다.

또 공익인권변론센터는 "혐오표현과 규제 대상 표현을 정의하는 데 사회적 소수자 차별과 권력관계라는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권력자 혹은 위정자를 향한 시민들의 정당한 비판과 의견 개진을 '혐오표현'이라는 명목으로 규제하거나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 5월 24일 문 전 대통령이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 주민들이 소음과 욕설 등으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병원에서 받은 진료소견서를 시위자에게 보여주며 논리적인 집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현희 기자
▲ 지난 5월 2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 주민들이 소음과 욕설 등으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병원에서 받은 진료소견서를 시위자에게 보여주며 논리적인 집회를 요구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소수자 집단과 개인 보호' 초점 = 경남에서도 장애인학교 설립 반대 움직임,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시위에서 나오는 동성애 혐오 등이 있었다.

도교육청은 창원시 진해구 장천동 상리마을 인근 2만 3000여 ㎡에 특수학교인 가칭 진해나래울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애초 빈 웅천초등학교 건물을 쓰려 했으나 주민 반발에 부딪혔고, 2018년 신설로 방향을 바꿨으나 마을 주민들이 생활 터전을 빼앗기게 된다며 반대했다. 올 4월 도교육청은 창원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2025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사업을 재추진 중이다. 도교육청 유아특수교육과 담당자는 "시장이 바뀌게 돼 창원시와 다시 협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른가치수호경남도민연합, 경남미래시민연대 등은 오전 출근길 도청 정문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학교에서 동성애 교육을 의무적으로 하는 차별금지법(평등법) 반대' 등 팻말을 붙여놓는다. '소수자 혐오가 아니냐'는 물음에 원대연 목사(바른가치수호경남도민연합 상임대표)는 "교회 안에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이도 있다"며 "성소수자를 미워하거나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적 합의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혐오표현' 예방을 위해 지역에서 일종의 규제로 조례를 제정할 수도 있다.

일본 오사카시의회는 2016년 1월 '오사카시 헤이트스피치 처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시장은 도시 등에서 일어나는 표현 활동이 '혐오표현'이라고 인정되면 학자 등으로 구성된 '헤이트스피치 심사회' 의견을 듣고 확산을 방지한다.

다만 혐오표현 규제는 평등과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호하는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사회적 혐오는 특정 인종이나 민족, 성정체성 등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폭력, 차별, 모욕 등에서 나타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올 1월 <형사정책> '일본에서의 헤이트스피치에 대한 인식과 규제 방향 - 가와사키시 조례를 중심으로'에서 "우선 사회적 혐오의 심각성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이에 기초한 인권교육과 계발에 힘써 사회적 혐오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거나 발화가 되어도 힘을 쓸 수 없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배 위원은 "가와사키시 차별금지 조례는 특히 형사 처벌에 신중을 기하려고 위반 행위별로 ①권고 ②명령 ③공표와 벌칙의 순차적 절차를 거치게 한 점이나, 공공시설 이용 제한 기준 설정, 인터넷상 헤이트스피치 확산방지 조치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헤이트스피치 규제 필요성에 대응하면서도 표현의 자유와 균형점을 찾으려 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욱 기자 ldo32@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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