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연고 없는 지역 출마 잇따라
논란 속에서도 당선된 자들까지

'신종 철새' 서막은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였다. 홍 전 지사는 2012년 4월 총선 서울 동대문을에서 낙선했다. 서울 여의도 정치 물만 먹은 그가 어느 날 경남에 나타났다. '고향 창녕'을 내세워 그해 12월 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했다. 그는 재선 후에도 '무상급식', '진주의료원'을 이슈화했다. '좌파에 맞서는 보수 대표 주자' 신호를 중앙 정치권에 끊임없이 심어줬고, 그 뜻을 이뤘다. 그는 도민과 갈등을 발판 삼아 2017년 대선 후보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신종 철새' 물꼬가 트였다.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는 서울 여의도 입지가 줄어들자 급을 낮춰 2014년 창원시장에 도전해 당선했다. 그는 홍 전 지사처럼 여의도로 복귀하진 못했다. 하지만 100만 넘는 도시 수장 타이틀은 노회한 정치인 품위 유지로 충분했다.

홍준표·안상수 두 사람은 또 다른 당 대표 출신한테 등불이 되었다. 김영선 전 한나라당 대표는 비례 2번에 이어 경기 고양 지역구에서 2번 국회의원을 했다. 잊혀 가던 그는 2018년 '경남의 맏딸'이라며 명함을 돌리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 경남도지사에 도전장을 냈지만 경선을 통과하진 못했다. 2년 후 "할아버지·할머니 품으로 돌아왔다"라며 2020년 총선 창원 진해에 출마했다. 다시 2년이 흐르자 "어린 시절 창원 의창구 무동리 귀후재 재실에서 사람다움을 배우고 자랐다"며 창원 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뛰어들었다. 그는 결국 창원 의창에서 5선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신종 철새'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껏 보폭을 넓혔다. '지역', '선거 단위' 갈아타기 등 선택지를 마음껏 활용했다.

뜻을 이루지 못한 이들도 있긴 하다. 김재경 전 국회의원은 17~20대 진주 지역구에서 내리 당선됐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출마를 준비하다 기초단체장으로 급을 낮췄다. 진주시장 아닌 아무 연고도 없는 창원시장 도전이었다. 그가 고작 찾은 논리는 이랬다. "창원은 경남의 수도이고 특례시로 성장했기에, 시장 권한·위상이 달라졌다. 창원특례시에서도 시민·당원들에게 중진 의원을 포함해 보다 다양한 시장 후보 선택지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는 당내 최종 경선 명단에도 이름 올리지 못했다. 4선 출신 그로서는 굴욕이었을지 몰라도, 상식에 기반했을 땐 순리였다. 이창희 전 진주시장은 산청군수에 도전했다가 역시 당내 문턱을 넘지 못했다. 창원시장 당내 경선에서 쓴맛을 본 김상규·장동화·조청래·차주목 예비후보는 재빨리 창원 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눈 돌리기도 했다.

'이 지역 사람 맞나'라는 의문 속에서 당선된 이도 있다. 선거를 앞두고 고향에 주소지를 이전한 홍남표 창원시장 당선자, 홍태용 김해시장 당선자다. 홍남표 당선자 같은 경우 선거 공보물 마산만 공약 내용에 진해 속천항 배경 사진을 담기도 했다. 도민은 어쨌든 이들에게 품을 내주었다. 자존감을 갉아먹으면서까지….

/남석형 자치행정부 차장 nam@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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