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활동 준비 중 실종돼 숨져
유족 "교사, 가욋일 많아 보여"
장애 전문인력 부족 탓 비판도

창원에 있는 한 장애 전문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장애 아동 실종·사망 사건과 관련해 평소 해당 어린이집 보육교사들 업무가 과중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지난 15일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장애 전문 어린이집에서 학교를 마치고 방과 후 활동을 하던 ㄱ(10) 군이 600m 떨어진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마산동부경찰서는 ㄱ 군이 오후 2시께 등원 후 야외활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린이집 밖으로 나간 것으로 보고 조사를 하고 있다.

어린이집 CCTV에 마지막으로 찍힌 시간은 오후 2시 24분이다. 이후 오후 3시께 경찰과 소방에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오후 4시 30분께 인근 저수지를 수색하던 소방 잠수부가 물에 빠져 숨진 ㄱ 군을 발견했다.

숨진 ㄱ 군의 부모는 초기 대응 부실과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또 보호자에게 실종 사실을 뒤늦게 알린 탓에 아이를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을 허비했다고 주장했다.

ㄱ 군 어머니는 "어린이집은 경찰에 신고하고도 20분이나 지나서야 실종 사실을 알렸다"면서 "아이가 실종된 것을 빨리 알았다면 평소 물을 좋아하는 특성상 저수지를 먼저 가보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이들을 보육교사 여러 명에게서 봤다고 하는데 어린이집 밖으로 나가는 한 명을 못 봤다는 것은 결국 관리 소홀"이라며 "평소에도 야외활동이 많은 곳인데 모든 활동을 보육교사들이 책임지는 게 버거워 보였다"고 전했다.

해당 어린이집에 지난해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아이를 맡긴 학부모 ㄴ 씨는 "보육교사가 아이 돌보는 일 외에 텃밭 가꾸기, 어린이집 주변 환경 정비, 김치 담그기도 했다"며 "교사가 늘 바쁘다 보니 덩치가 큰 아이들이 작은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생기는 등 아이들을 세심하게 관리하기 어려워 보였다"고 밝혔다.

장애아동복지지원법상 장애아 전문어린이집은 장애 영유아 인원의 3분의 1 이상 특수교사 및 장애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를 배치하게 돼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어린이집 역시 이 조건은 충족한 곳이었다.

▲ 지난 15일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장애 전문 어린이집에서 방과 후 활동을 하던 ㄱ 군이 600m 떨어진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ㄱ 군이 발견된 저수지에 위험하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박신 기자
▲ 지난 15일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장애 전문 어린이집에서 방과 후 활동을 하던 ㄱ 군이 600m 떨어진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ㄱ 군이 발견된 저수지에 위험하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박신 기자

하지만 아이를 돌보는 현장에서는 지금의 보육교사 수로 장애 아동들을 온전히 돌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창원 한 장애 전문 어린이집 교사는 "현장에서는 장애 아동을 제대로 돌보려면 보육교사가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며 "몇 년 전부터 보조 인력이라도 늘려달라고 요청하는데 예산 문제 때문인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보육교사 수가 충족됐다고 하더라도 장애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돌볼 수 있는 특수교사는 부족하다"면서 "이번 사건도 장애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온 부주의 탓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 전문 어린이집에 다니는 특수교사 처우를 개선해 더 많은 이들이 올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보육교사 대상 장애 이해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부검 결과 뚜렷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은 만큼 사인은 익사로 추정하고 있다. 또 어린이집 관계자를 대상으로 관리 부실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박신 기자 pshi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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