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인한 농업위기는 경제위기로
고통 분담할 때에만 극복하기 더 쉬워져

최근 내린 비로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다지만, 그간 가뭄이 극심했다. 기상청 발표를 보면 최근 비가 오기 전까지의 올해 누적강우량은 평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특히 강우량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밭작물의 피해가 심했으며 가격도 많이 올랐다.

예전 같으면 올해처럼 가뭄이 심각했을 경우 이는 국가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직접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부모 등 주변에서 농사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와 관련된 걱정을 많이 접할 수 있었고 사회적인 공감대도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농민의 비중 자체가 대폭 줄었을 뿐 아니라,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농사일에 대한 감각이 거의 없어진 지금은 가뭄에 대한 공감대 내지 공통감각 자체가 사라졌다. 가뭄이 심하다고 해도 제한급수가 이루어질 정도가 아니라면 도시에서의 일상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가뭄 걱정이나 물을 아껴 쓰자는 식의 이야기는 뭔가 나와는 관련없는 딴나라 이야기로 들리기 쉽다.

하지만 바로 느끼지 못해도 세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앞서 말했듯이 가뭄으로 수확이 줄면 당장 농산물 가격이 오른다. 혹자는 가격이 오르면 외국에서 수입하면 된다고 할 수도 있다. 도시민 입장에서 단기적으로만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사실 각종 국산 농산물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므로, 보다 싼 외국 농산물을 수입하는 게 당장만 보면 더 낫다.

그러나 이렇게 전면적인 개방경제 체제로 갔을 때의 문제점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에서의 충격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당장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국제적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서 에너지 등 수입품에 기반한 물가가 대폭 오르고 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하면 그건 또 가계부채 문제나 경기침체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저금리를 유지하면 환율 때문에 수입물가는 더 오른다. 이러기도 저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는 결국 외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 때문이다.

물론 이미 그렇게 되어버린 상황에서 폐쇄적인 자급자족 체제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좋든 싫든 제조업 중심의 개방경제체제라는 현실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도 외부에서의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는 일종의 완충지대를 강화할 필요는 있다. 농업이나 재생에너지, 더 크게는 각종 내수 관련 부문을 아예 손놓아버릴 수는 없다. 이들이 그간의 경제성장의 혜택을 가장 적게 입은 분야이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기후위기든 경제위기든 위기의 영향은 결코 평등하지 않은데, 위기극복을 위한 고통을 또다시 불평등의 피해자들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그간 상대적으로 혜택을 입은 부문에서 고통을 분담할 때만이 오히려, 완충지대가 만들어짐으로써 위기의 심각성을 줄일 수 있고 위기를 극복하기에도 더 쉽다.

다들 자신의 고통만이 최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시대이다. 모두 다 힘든데 너만 힘들다고 주장하지 말라면서, 각종 사회경제적 약자나 소수자들을 거꾸로 비난하는 경향도 심해졌다.

하지만 이렇게 모두가 피해자라고 생각할수록 세상은 더 안 좋아진다.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바로 느낄 수 없더라도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감각이 필요하다.

/이장규 노동사회교육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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