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40대 이하 아직 찾아보기 어려워
판 갈아엎으려는 힘 '꿈틀'미래 기대

대통령 선거에 이은 지방선거도 마무리되고 열흘 뒤면 새로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취임해 업무를 시작한다. 지방의회도 새로 구성된다. 선거 열기는 식었고 유권자들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부활돼 8번째 시행된 지방선거는 대한민국 정치에, 지방에 과연 무엇을 남겼을까.

광역단체장의 경우 4년 전 자유한국당에 대구·경북만 내주고 무려 14곳(제주는 무소속)을 석권했던 민주당은 이번에 5곳으로 쪼그라들었다. 국민의힘이 12곳을 차지했다. 기초단체장을 보면 전국 226곳 가운데 국민의힘 145곳(64.2%), 민주당 63곳(27.9%)에서 당선됐다. 4년 전엔 민주당 151곳(66.8%), 자유한국당 53곳(23.5%)이었다. 역전이다. 광역의원(지역구)의 경우 779명 가운데 국민의힘 491명(63.0%), 민주당 280명(35.9%), 진보당 3명, 무소속 5명으로 마무리됐다. 제7회 땐 737명 가운데 민주당이 무려 605명(82.1%), 자유한국당 113명(15.3%), 무소속 16명 등이었다. 4년 전엔 대통령 탄핵에 이은 장미대선, 잇단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민주당으로선 그야말로 장밋빛 정국이었다. 그런데 5년 만에 대선서 '석패'하더니 지선에선 '참패'한 것이다.

특히 이번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부산과 대구, 울산, 경북에서 당선자를 한 명도 내지 못했다. 거꾸로 국민의힘은 광주와 전남·북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광역의원(지역구)의 경우도 국민의힘이 부산(42), 대구(29), 울산(19)에서 전원 당선됐고 경북(55명 중 52명), 경남(58명중 56명)에서도 거의 싹쓸이했다. 민주당은 영남을 통틀어 경남 2명이 전부였다. 국민의힘은 호남에선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했다. 4년 전 민주당은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울산 5명 전원, 부산 16명 중 13명, 경남 18명 중 7명을 당선시킨 바 있다. 거의 전국당의 완성으로 보였다. 어떤 이유에서건 지역구도가 부활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다만 이번 기초의원 당선자(지역구)를 보면 전국 2601명 가운데 민주당 1218명, 국민의힘 1216명, 정의당 6명, 진보당 17명, 무소속 144명 등이다. 양당 당선자 숫자가 비슷하다. 놀라운 결과다. 4년 전엔 2541명 중 민주당 1400명, 자유한국당 876명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여야 공수교대와 함께 눈여겨 볼 대목 하나 더. 광역단체장 17명 전원이 50대 이상 남성이었다. 교육감은 15명이 남성이었고 16명이 60대 이상이었다. 기초단체장도 226명 중 219명(96.9%)이 남성이었다. 가히 '남성천하'다. 기초단체장 나이 역시 40대 6명(2.7%)을 빼면 모두 50대 이상이다. 지방의원 지역구 당선자를 보면 여성과 40대 이하 비율이 조금 높아지긴 했지만 대세는 역시 50대 이상 남자다.

국제사회로 눈을 돌려 보자. 1985년생 여성인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34세인 2019년에 취임했다. 몰타 출신인 로베스타 메솔라 유럽의회 의장은 43세 여성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을 '전쟁기계'라고 비난한 당찬 에스토니아 여성 총리 카야 칼라스는 45세다. 독일 첫 여성 수상이었던 앙겔라 메르켈은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인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더불어 36세 남성, 가브리엘 보리치의 지난 3월 칠레 대통령 당선도 돌풍이었다.

식민통치와 동족상잔 전쟁, 절대 빈곤의 세월을 넘어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대한민국. 경제에 이어 문화분야에 이르기까지 '케이(K) 신화'를 만들어 가는 한국인. 가장 후진적이라했던 정치 분야 곳곳에서도 판을 갈아엎으려는 힘이 꿈틀거리고 있다. 2030이 움직이고 '딸들'이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가 기대된다.

/정학구 전 언론인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