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항·거가대교 건설 등
대형 국책 사업에 진해만 몸살
정부·지자체와 관계 재정립해
피해 어업인들 지원 방안 모색

노동진(68) 진해수협 조합장은 진해구 제덕마을에서 피조개를 키우는 수산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20대에는 창원국가산업단지에서 '고주파 열처리 일'을 3년여간 했는데, 직장 생활이 잘 맞지 않았다. 드넓은 바다가 좋았다. 자꾸만 바다가 그를 불렀다.

◇20대에 수산업 매력에 빠져 = 1976년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고기장사를 시작했다. 그때 수산업의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당시 창원국가산업단지에서 한 달 꼬박 일하면 월급 20만 원을 받았는데, 자갈치시장에서는 단 하루 만에 20만 원을 벌었다. 70년대, 80년대 초 바다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수산물이 있었다. 시민에게 싸고 질 좋은 단백질을 공급하는 '식량 보고'였다.

1984년 어업인 후계자로 선정됐고, 부친이 돌아가시자, 피조개 양식업을 물려받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50살 무렵 이런 다짐을 했습니다. 60살이 되면 태어난 지역에서 어업인을 위해 봉사하면서 살아가겠다고. 2015년 61세 조합장이 됐습니다. 그리고 저를 믿어준 조합원들이 2019년 또 한 번 조합장 일을 맡기셨습니다. 늘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노 조합장은 조합장으로 당선하기 전, 진해수협의 비상임이사를 네 차례 연임하면서 실무 감각을 익혔다. 현재 수협중앙회 비상임이사도 맡고 있다. 그는 최근 유가 상승으로 면세유 가격이 폭등하자, 어업인들 어업활동 위축과 소비 위축 등을 우려해 수협중앙회에 어업인 안정적인 조업활동을 위한 유류비 지원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최대 무기' 성실·소탈함 장착 = 그는 '성실과 소탈'의 대명사다. 조합장이 되고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매일 오전 3시 30분 제덕위판장, 5시 속천위판장을 반드시 들러 조합원들을 만났다.

"지금은 건강상의 이유로 위판장 도는 걸 잠시 중단했습니다. 아무튼, 조합장이라면 조합원이 잡는 물고기 가격 정도는 알아야 합니다. 어업인들이 얼마나 고생을 해서 수익을 올리는지 알아야 하는 건 조합장 의무사항입니다. 물고기 값이 크게 떨어지면 마음도 아프고 그렇습니다. 자주 만나야 조합원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좋은 혁신의 아이디어도 떠오릅니다. 조합장은 넥타이나 매고 좋은 자리나 찾는 그런 사람이 되어선 안 됩니다."

조합장이 움직이면 대개는 조합의 총무과장 등 실무자들도 동행하는 게 관례인데, 노 조합장은 격식을 파괴했다. 위판장을 늘 혼자 본인이 운전을 해서 돌았다. 노 조합장은 "아니 운전할 수 있는데, 왜 쓸데없이 직원들을 부릅니까. 혼자 다녀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김성철 진해수협 지도상무는 이렇게 말했다.

"위판사업은 제 관할업무 중 하나인데 저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다른 직원들과 똑같은 시간에 출근합니다. 이렇게 해도 저는 아무런 부담이나 압박을 느끼지 않습니다. 조합장님께서 '각자의 자리에서 잘 할 수 있는 업무에 최선을 다해 조합에 헌신하면 된다'고 배려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 노동진 진해수산업협동조합장이 창원시 진해구 진해수산업협동조합 사무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노동진 진해수산업협동조합장이 창원시 진해구 진해수산업협동조합 사무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경제사업과 상호금융사업의 동반성장 = 노 조합장은 취임 때부터 수산업을 바탕으로 한 경제사업에서 수익구조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경제사업 5개년 계획'을 세워 진해수협 대표수산물 피조개 홍보를 시작으로 매년 각종 시식회와 국제박람회 참여 등 수산물을 홍보·판매할 곳을 줄기차게 찾아다녔다. 그 결과 취임 1년 만인 2016년 경제사업과 상호금융사업이 동반성장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노 조합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수산물 유통 다각화를 모색했다. 직원들이 직접 현장에 찾아가 최적기에 수매하도록 하는가 하면 자체 가공공장을 통한 생산품목 증대, 군 급식납품사업을 위해 육·해·공군, 전군 영양사 워크숍에 수산물을 홍보하고 시식회 등을 열었다. 발품을 판 결과는 좋았다. 피조개가 군 급식 품목으로 선정돼 납품할 수 있게 됐다.

2019년에는 경제사업 수익이 상호금융사업 이익을 역전했다. 진해수협의 위판실적이 100억 원 남짓한 점을 고려하면 그가 상호금융사업에 의존하지 않고 얼마나 경제사업에 집중했는지 알 수 있다.

노 조합장은 "진해수협은 지금까지의 성과와 다양한 활동을 바탕으로 '어업인의 등대', '창원시민의 금융동반자'로서 바다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더 힘을 쏟겠다"며 "'함께 이룬 100년, 함께 나눌 100년'을 위해 힘찬 항해를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제 정부가 답할 차례 = 진해수협의 어업권인 진해만은 녹산국가산단 건설, 부산항 신항 건설, 거가대교 건설 등으로 이어진 대규모 국책 사업에 몸살을 앓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황금 어장은 황폐화를 넘어 축소됐고, 수산자원도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진해신항과 더불어 가덕도 신공항까지 들어서면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노 조합장은 지금까지 진해지역 어업인들이 기꺼이 살점(바다)을 떼어준 만큼 이제는 정부가 화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어업인과 정부, 지자체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경남도나 창원시는 진해신항을 조성하면 마치 대박이 날 것처럼만 이야기를 합니다. 모든 걸 잃은 우리 어업인에 대한 고민은 별로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진해신항이 진해에 들어서면 기업들도 함께 올 것입니다. 아마 걷히는 세수가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이런 부분을 활용해 정부와 지자체는 바다를 잃는 어업인들을 위해 무엇을 지원할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어업인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들어야 합니다. 저 역시 함께 상생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겠습니다."

/민병욱 기자 min@idomin.com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