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인과 톡톡

기술 역량 강화 위해 주식 상장
군수용 수소연료전지 기술 바탕
무탄소선박·대형차량 분야 도전

경남 경제계에 모처럼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지난 17일 오전 9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범한퓨얼셀 이야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금리인상 등으로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었지만, 수소분야에서 그린 확실한 청사진을 바탕으로 뚝심 있게 기업공개를 마쳤다. 경남을 벗어나 전국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다. 상장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정영식 범한퓨얼셀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과감하게 상장에 나섰다.

"여의도 증권가, 한국거래소에서 모처럼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는 지역 기업이 나왔다고 반가워했다. 탈탄소 속도가 가속화하는 시점이었다. 이미 보유한 기술로 하루빨리 수소산업 역량을 키우는 일이 회사의 미래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더 좋은 시점이 있을 것'이라며 우려하는 분도 많았지만, 투자자와 약속도 지켜야 했고 적절한 시점에 투자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수요예측과 일반 공모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경쟁률보다는 150개 기관투자자를 만나면서 직접 목격한 반응에 무게를 두고 싶다. 30대 초중반의 젊은 매니저들이 수소 산업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데 놀랐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기업인들이 뒤처져서는 안 되겠다고 다시 생각했다."

▲ 정영식 범한퓨얼셀 대표가 16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회사 사무실에서 수소산업을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정영식 범한퓨얼셀 대표가 16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회사 사무실에서 수소산업을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수소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는다는 계획은 언제부터였는지.

"처음부터 미래를 내다볼 수는 없었다.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애초 군수용(잠수함)으로 연구해왔다. 기술 뿌리는 20여 년 전에 시작됐지만, 사업화 과정은 4∼5년 사이에 급속도로 진행됐다. 완성도가 높아졌을 즈음 기후위기 의제가 급부상해 산업 정책 변화와 시장성이 따라온 것이다. 다만, 고급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경영을 해왔고, 나 자신부터 기술자로서 기술 완성도를 향한 애착이 있었다. 다행히 때를 잘 만났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상장 이후 집중 투자할 분야는.

"우리는 잠수함용 수소연료전지 기술에서 국내외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수십 년 축적한 역량이므로 다른 경쟁사들이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넓어질 민수용 무탄소 선박(수소연료전지 추진선·암모니아 추진선 등), 대형 육상 이동체(수소전기버스·수소트럭·특수차량)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현재 주요 사업 영역인 잠수함용 수소연료전지, 건물용 연료전지 사업은 GS칼텍스와 현대제철 사업부문이 토대다. 모기업 범한산업이 두산메카텍을 인수한 배경도 비슷한 맥락일까.

"범한산업·범한퓨얼셀이 수소 기업이라면 두산메카텍은 가스를 다루는 석유화학플랜트 기술 보유 기업이다. 같은 에너지 기업이고, 수소액화 저장탱크 기술을 가지고 있는 등 연관 분야도 있다. 두산메카텍이 보유한 기술을 잘 유지해 미래 산업에 접목하면 지금보다 더 좋은 회사로 키울 수 있고, 수소 산업 가치사슬을 구성하는 중요한 축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두산메카텍 구조조정 없을 것
명확·투명한 노사 소통 자신감
지역기업으로 역할·기대에 부응

 

-두산메카텍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이나 인수기업 규모 등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구조조정이나 복지 축소는 없다고 여러 번 밝혔다. 오히려 숙련도 높고 책임감 있는 노동자들을 품을 수 있다는 점이 인수 이유 중 하나다. 우리가 매출액 규모는 크지 않아도 자산 규모·영업이익률·현금보유량·신용등급 등 종합적인 재무건전성은 어느 중견기업에도 뒤지지 않는다.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넘어간 창원1공장 재매입 의사도 있다. 제조업은 기술·인력도 중요하지만, 인프라가 튼튼하게 받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담보부 대출이나 유상증자(두산메카텍) 등 구체적인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범한산업은 노동조합과 소통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는데.

"노조에 과도하게 공포감을 품는 기업인도 있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가져 왔던 노사화합 정신으로 잘 극복할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이번 두산메카텍 노동자들을 보듯, 결국 갈등과 불신은 소통 창구가 없는 데서 비롯된다. 때로는 사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 증폭되기도 한다. 명확하고 투명하게 사실을 터놓고 이야기한다면 없을 일이다."

-지역 상장사로서 느끼는 책임감도 커졌을 것 같다.

"우리는 창원 마산에 뿌리를 내리고 오랫동안 사업해온 기업이고, 당연히 사회와 공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가능한 한 지역사회에 먼저 투자하는 일이 지역 기업들의 책임 아닐까 한다. 그런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이윤을 창출하기도 쉬워진다. 이제 상장기업이 된 만큼 그 역할이 더 넓고 커졌다고 받아들인다. 상장 과정에서 지역 투자자들 관심이 컸고 공모에도 많이 참여해주셨는데, 애정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창우 기자 irondumy@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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