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뛰어넘은 수업 펼치는 교사들
학력의 정의와 관점에도 변화 필요해

동료 교사의 수업에 참관하여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수업나눔'이 정착되고 있다. 수업 중 활동지를 정리하던 아이들이 낱말의 뜻을 몰라 묻는 경우, 놀랄 때가 있다. 아니, 저 낱말의 뜻을 모른단 말인가! 약간은 충격을 받다가 곰곰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내가 교과서를 외우다시피 하며 살아온 세대라면, 아이들은 컴퓨터, 스마트폰과 살아온 세대이다. 내가 도서관과 책의 문자를 떠받들고 살아온 세대라면, 아이들은 영상과 이미지를 끼고 살아온 세대이다. 어쩌면 우리는 낡은 척도로 새로움을 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을 뽑을 때, '기초학력' 문제가 쟁점이 되었다. 한 후보는 기초학력이 추락하고 있다며, 학력 격차를 다루는 기준으로 수학능력시험을 들고 나왔다. 4차 산업혁명과 미래교육을 강조하는 이쯤에서 수능 점수로 학력을 말하기에는 너무 뒤처진 것이 아닐까? 우리가 생각하는 '학력'이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내놓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요구되는 광의의 기초학력 개념>에서는 광의의 기초학력을 '삶을 영위하고 학습을 지속해 나가는 데 기반이 되는 학습력(배울 수 있는 힘)이며,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문해력, 기초수리력, 자기인식 및 관계 능력'으로 정리하고 있다. 자기인식 및 관계 능력은 기초학력에 새롭게 들어간 내용이다. 학생들이 학습을 해나가고 의미 있는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감정을 조절하고 자기효능감을 갖추는 등의 자기인식 능력이 필요하고,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공감과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관계 형성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초학력으로서 문해력도 '다양한 매체로 구현된 글과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과 그와 비슷한 수준의 말하기·쓰기 능력'으로 새롭게 규정하고 있다. 기초수리력도 기존 개념에다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3차원적 정보를 사용할 수 있는 '자료의 정리와 해석', '공학 도구의 활용' 능력을 더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내놓은 <기초학력 재개념화 및 실행방안 연구>에서도 '기초학력은 시민으로서 더 나은 삶과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기반이 되는 역량을 말한다'고 새롭게 정의한다. '교육을 통해 습득된 지식과 기술의 총량의 중요성보다, 습득된 지식과 기술을 통하여 문제해결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역량이 곧 학력'이라고 접근하고 있다. 과거의 학력관인 '인지적 능력으로 대표되는 지식에 대한 평가'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아이들의 어휘력에 충격을 받았다가, 수업에 몰입하는 모습을 볼 때는 또 다른 충격을 받는다. 아이들은 모둠별로 정당을 만들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정책을 발표하고 듣는 활동을 펼친다. 사전 협의회에서 활동지를 보고는 너무 어렵지 않나 걱정했는데, 아이들은 해낸다. 발표 내용을 요약하며 듣고 설득 전략을 평가하는 장면은 놀랍다. 팀별 배구 경기를 통해 협동심을 기르는 수업에서도 충격은 이어졌다. 팀원이 실수를 해도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괜찮아! 힘내!" 하고 격려했다. 동료평가지 항목을 보니, '화내지 않기', '남 탓하지 않기'가 들어 있다.

교과서를 뛰어넘은 수업을 펼치는 선생님, 수업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아이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성장을 돕는 것, 끊임없이 자발성을 키워내는 것이다. 변화는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다만, '학력'을 보는 새로운 눈이 필요하다.

/이응인 밀양 세종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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