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씩 손을 묶어 땅에 엎드리게 한 뒤 바로 뒤에서 총을 쐈다. 해도 너무…."

16일 진주시 집현면 봉강리 장대산에서 열린 유해발굴조사 현장을 지켜보던 정연조 한국전쟁전후진주민간인피학살자유족회장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 한국전쟁기 진주지역 민간인 피학살자 유해현장발굴 조사결과 유해 41구가 확인됐다. 그 중 두개골이 37점으로 가장 많았다. 1구를 제외한 두개골이 확인되는 유해들은 머리가 북서쪽을 향해 엎드린 채 손목이 철사로 결박된 채로 발굴됐다. 또 유해 중 2구의 두개골에서 탄두가 확인됐고, 금니와 치아 브리지 등 치아치료를 확인할 수 있는 유해도 확인됐다. 

유해와 함께 옷가지, 단추, 버클, 신발과 같은 유품이 출토됐다. 더불어 탄피 100여 개와 함께 손·발목·허리에서 고무줄이 다량 확인됐다. 고무신, 부츠, 구두, 각반 등 다양한 신발류도 확인됐다. 이밖에 도시락·그릇·숟가락, 양은그릇 등 식기류, 빗·칫솔·약병·가방걸쇠 등 용품들도 다수 출토됐다.

▲ 16일 진주시 집현면 봉강리 장대산에서 한국전쟁기진주지역민간인피학살자 유해발굴 조사결과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현장을 유족들이 둘러보고 있다. 현장에는 유해가 일렬로 나란히 발견됨에따라 집단학살로 추정된다. /김종현 기자

발굴을 맡은 김헌 역사문화재연구원장은 "이번 발굴과정 중 유해의 발 쪽에서 탄피 다량이 출토됐고, 두개골에서 총격으로 말미암은 사입구(어떠한 물체가 뚫고 들어간 구멍)와 탄두가 발견됨에 따라 다리 방향에서 일렬로 서서 머리를 향해 격발해 학살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현장에서 유골은 나란히 줄을 맞춰 발견됐다. 김 원장은 "유해와 함께 출토된 탄피들은 38구경, 45구경 권총 탄피와 칼빈소총 탄피로 가해자는 경찰로 추정된다"며 "유해 대부분은 2인 1조로 손이 철사로 묶여 있고, 다른 한 손은 얼굴을 가린 것으로 볼 때 흙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바로 뒤에서 사살하고 흙으로 덮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들은 교도소 재소자로 증언하고 있지만 유골과 유품을 검토 확인한 결과 국민보도연맹과 관련된 학살 현장으로 보이며 금니보철 등을 보면 부유층이 포함됐다고 추정된다"면서 "도시락 등으로 볼 때 일부는 출퇴근 시 아니면 등하굣길에 끌려가 학살된 것으로 보인다. 여성 고무신도 발견돼 남녀가 혼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연조 회장은 "머리에 관통 흔적이 보이고 손을 묶은 철사도 발견됐다. 너무 끔찍하고 잔인하다"며 "이 사람들은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일 것인데 70년이 넘도록 억울함을 풀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지금이라도 국가에서 공식사과와 함께 명예회복, 보상 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진주지역에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가 24곳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발굴은 그 중 10번째다. 지금까지 발굴된 유해는 진주시 명석면 용산리 임치 안치소와 세종시 추모의집에 보관 중이다. 이번에 발굴한 유해도 용산리에 보관할 예정이다.

/김종현 기자 kimj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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