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간지 도청 출입기자 구속 파문
언론계 스스로 되돌아보는 계기 삼아야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청탁금지법)이 2016년 9월 처음 시행된 뒤 이제 곧 6년을 맞는다. 입법 과정부터 '현실성이 떨어진다, 소상공인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막상 시행되고 보니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최소한 공직사회, 언론계의 그릇된 접대문화는 많이 사라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제도 시행 이후 출입처 사람들과 식사를 할 때도 상한선을 지키는 문화가 정립됐다.

최근 서울 일간지 경남도청 출입기자가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이 기자는 지역주택조합과 관련해 알선이나 청탁을 하고 수억 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영란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것이다. 해당 기자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사업에 관여하고 건설업자로부터 받아 챙긴 돈은 수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사이비 언론사의 부당한 광고 협박 등 횡포나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에도 가입된 소위 '잘 나가는' 서울 일간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드문 일이다.

사건이 불거지자 해당 언론사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해당 기자를 해고 조치했다. 또,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기자 개인의 일탈행위라 하더라도 기자 동료의 명예에 커다란 상처를 입혔고, 경남도 관계자들에게 신뢰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회사 역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 관련 시민단체인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은 한발 더 나아가 경남도청 기자단의 해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기자단은 출입기자들이 운영하는 조직으로,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취재 효율성 등을 이유로 보도자료, 기자실 등 편의를 제공받고, 엠바고 등도 협의한다. 이 기자는 경남도청 중앙언론사 기자단 간사를 맡아왔다. 소위 도청과 기자들의 소통을 책임지는 자리다.

민언련이 주목한 것은 올해 초 해당 기자의 비위를 두고 경찰이 수사에 들어간 것을 알았지만, 기자들이 이를 알고도 해당 기자를 기자단 간사로 선출했다는 점이다.

민언련은 이를 두고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기자단 간사직을 방패막이로 사용하겠다는 저의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기자단 간사 자리가 범죄에 이용되고, 방패막이로 악용돼 기자단의 실체가 민낯으로 드러났음에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경남도청 기자단의 공식 입장은 아직 없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단언할 순 없지만 기자 개인의 일탈을 기자단 해체로까지 결부한 민언련의 지적이 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자들 스스로 되새겨야 할 대목이 있다. 혹시 기자가 김영란법 적용 대상임을 잊은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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